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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다
어둠이 깔리면서도 기분 나쁘게 내리는 빗소리...
거기다가 양념 치듯이 번쩍거리는 천둥, 번개 소리에
연쇄살인마라도 만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괜히 쫄아서 몇 번이고 뒤돌아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을 타고 목적지에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이내 버스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찼다.
사람들 참 부지런하구나...
비온다고 해서 새벽에 나오던 사람들이 안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건 나만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력소에 도착해서 놀란 점은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8명 정도가 이미 도착했었고 비와서 사람 없을 거란 나의 완벽한 착각..
나만 부지런한 줄 알았다.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하나, 둘 현장 배정을 받아면서
초조해진다..
이러다 일 없는 거 아니야?
아 대마 나면 그냥 집에서 인강이나 듣지 뭐..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이윽고 현장 배정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오늘도 열심히 해야겠다 쉬고 싶었지만 급전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나의 게으름을 이겨낸다
같이 가는 사람은 나 포함 2명
현장이 멀까봐 내심 쫄았는데 다행이 오늘은 가까웠다.
가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나보다 나이가 좀 어렸다
서로 나이를 묻고 보니 내가 좀 많았고 그 애가 나보고 말을 놓으란다
난 자주 볼 사이도 아니고 해서 (그리고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해서)
말 놓는 건 좀 그렇다고 그냥 존댓말로 계속 말했다
1학년 때 좀 놀다가 장학금 받으면서 졸업했단다
경X대라..명문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러웠다
내가 보기엔 성공한 인생 같았다..
전공은 토목공학과였는데 토목 기사를 취득한 후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고
발표 결과와 상관 없이 일본으로 여행간다고 했다
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오늘 처음 인력소를 방문했다고 한다
누구는 개지잡에 학자금 1700만원 못 갚았는데..
인생 헛살았다는 생각과 좌절감이 들었지만
이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에 솟아오른 자괴감은
다시 가라앉았다. 더군다나 인생 망했다고 한강가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었다 난 엄청난 쫄보였기 때문이다
이윽고 현장 근처에 역에 도착한 후에 인력소에서 받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이 분을 A로 하자면 A는 다시 B(인솔자)라는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17명 정도가 현장에 올 것이라고 말했고 같이 가라고 했다..
이 17명은 한 인력소에서 오는게 아니라
제각각 다른 지역의 인력소에서 몇 명이 오는지 모르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 안하기로 했다
괜히 말 했다가 말 꼬이고 듣는 사람 더 혼동 줄까봐..
아 근데 17명 온다는 걸 말할 걸 그랬나?
그래도 인솔자가 현장에 몇 명 오는지 알지 않을까?
고심하다 뭐 그래도 인솔자가 알겠지..라고 생각을 했고
곧이어 인솔자를 만나게 되었다 인솔자는 둘만 왔냐고 물어봤고
난 인력소에서 배정 받은 인원은 두 명 뿐이라 그렇다고 얘기했다
(후기를 쓰면서 느낀 것이지만..이건 내 실수인 것 같다
만나자 마자 우리 말고 다른 인원들이 있다고 얘기 했어야 했는데
난 마냥 인솔자가 그래도 인원 파악 했겠지란 생각에 그 말을 생략했다)
인솔자 따라 현장으로 가는 동안 우리 둘한테
우리는 직영이라 나중에 뒷말 나오게 된다면서
일할 땐 일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고 했다
곧이어 학벌은 어떻고 어디과를 나왔으며
학점은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난 이미 학벌에서 개지잡이라서 구체적인 대학명은 못말했고
그냥 지역 쪽을 말하면서 말문을 흐렸지만
같이 온 애는 당당하게 대학명을 말하는 것을 보며
나도 공부 열심히 할 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난 공부가 안되는 새끼였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나게 했다
확실히 아버지가 내가 고3 시절에 한달에 과외 75만원씩
1년을 썼는데도 내 성적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공부를 못했고 하기가 싫었다..그냥 겜하는 데만 시간을 보냈다
난 그렇게 돈 날린 경험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깝다 1년에 75만원이면 얼마지..?
지금 이런 생각 하면 뭐하나 과거는 부질없는데..)
확실히 학벌을 말한 후에 그 인솔자는 걔한테만 말을 했다
인솔자를 미워하고 싶진 않았다 한국의 학벌사회는 인정해야 한다
솔직히 누구보다도 노력하지 않았는가?
엄밀히 따지면 노력한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건 당연한 거다
민주주의 사회고 자본주의 사회인데 누구는 조빠지게 공부했는데
버는게 나랑 같으면 그게 공산주의지 뭐..
얘기를 하다 보니 현장에 도착하게 되었고
인솔자는 다시 한번 우리 둘 뿐이냐는 물음에
나는 뒤늦게 우리 말고 또 있다 라는 말을 했다
인솔자는 다시 인솔 하러 현장 근처로 가게 되었다
다시 인솔하러 간 동안 기다리다 안전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안전교육장엔 이미 우리 외 인원들이 일부 도착했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 외 인원들은 우릴 기다리다 현장에 왔다고 함..
아 진짜 실수했다 다음엔 내가 들은 거 최대한 그대로 말하자
이게 그렇게 어렵나 -_-.. 나도 참..이기적인 새끼다 말도 못하고 잠자코 있으니...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리고 싶다 쫄보라 직접 앞에선 말을 못하다니..
다음 부턴 인원에 대한 얘기를 꼭 하자)
오전에 안전 교육에서 눈에 띈 점이
여기도 한 명이 추락사했다고 한다.
사고 나면 공사 중단된다더니 가는 곳마다 잘도 한다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인지..
사람이 죽어서 그런지 관리가 철저했다
(내가 보기엔 뒷북치는 것처럼 보였다)
안전 장비 착용 안하면 퇴출이란다
그리고 지정된 곳에서 담배 안피다 걸리면 퇴출이란다
대강 건물 어디 어디에 뭐가 있다는 걸 듣고 교육은 그렇게 끝이 났다
교육 후에는 도구를 챙기고 빨리 일해야 되서
아까 나에게 인원 더 있었냐고 왜 말 안했냐는 말은 안했다
도구 챙기느라 그런 말할 틈이 없었다..
교육 후에는 건물 내에 물 빼는 작업을 했다.
처음 봤던 인솔자랑 같이 작업을 했다
나랑 같이 왔던 애는 다른 작업장으로 빠져나갔다
(후에 듣기론 정신없이 폐기물 마대에 담고 버렸단다
작업 지시자는 딱 지시만 하고 사라져서 맘 편하게 일했다고 함)
처음엔 부러진 밀대로 밀다가
나중엔 다른 현장직 분이 쓰던 A급 밀대로
실내 안에 고여있는 물들을 빼기 시작했다
난 밀대를 썼고 다른 사람들은 스티로폼을 썼다.
이 물 빼는 작업은 처음엔 하수구로 물을 뺐지만
나중엔 물을 뺀다는 개념보단 그냥 물을 퍼뜨리는 개념으로 바뀌어서
(왜 퍼뜨리는지 이해는 잘 안갔지만 그래도 시키니까 하라는 대로 했음)
다른 작업자들의 공구, 자재들을 모아둔 팬스 구역에까지 물이 닿게 되었다..
물론 욕을 (다른 작업자들한테) 먹게 되었고
그 인솔자는 거기 갈리가 없을텐데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물 퍼뜨리느라 물 웅덩이가 그 쪽으로 가는 걸 봤는데
안보려고 하는건지 잘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따지진 않았다 그려러니 했다)
이 인솔자는 조바심이 무척 많아 보였다..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해야 한다더니 일만 죽어라고 했다
단순히 밀대로 고여 있는 물을 밀어내는 게 전부지만
그 면적이 이마트 주차장 한 층 넓이보다 더 컸다
그 면적을 2명이 스티로폼, 1명은 부러진 밀대로 밀면서 작업하니
허리도 아프고 목도 엄청 말랐고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밀어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까 아침에 했던 뻘짓에 대한 감정이 섞여있었는지
쉴 때조차도 안전모를 벗지말라고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감정이 섞여있다 보다는
그냥 이 사람이 입지가 좁아서
지켜야될 규칙을 신경쓰느라 그런 것 같다
일도 힘들지만 이 인솔자는 말이 많았다
다행인건 나한테 말 안걸고 내 옆에 있던
사람한테 말을 걸어서 그나마 덜 피곤했다
이 사람이랑 같이 일하자니 너무 피곤했다
오전엔 그렇게 시간이 잘 안갔다
힘들면서도 시간이 안간다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사람의 영향이 큰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점심 시간이 되서
밥먹으로 갔는데 작업장에서 식당 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길을 가다가 어느 호프집에서 나눠주는 5000원 짜리 뷔페식으로
먹게 되었다 다행이 볶음밥에 국수까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먹고 같이 온 동생이 커피를 사주었다
고마워서 사준거란다 뭘 고마워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그렇게 먹고 나서 작업장으로 온 후
각자 휴식을 취했다
난 쉬고 있는데 내 옆에 아침에 같이 작업했던 다른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친형이 타일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친형은 이 동생한테 바로 타일 일을
같이 하기엔 바로 자기가 욕이 나올 것 같다고 해서 동생보고 미리 학원가서 배우란다
그래서 학원비 마련하려고 현장에 나온 것 같았다
그렇게 간단하게 얘기를 하고 잠깐 교육장에서 잠을 잤다
자고 난 후에 오후는 정말 빡세게 일했다
(핸드폰으로 시계를 볼 틈도 없이 일함..)
인원 3명, 흰색 안전모를 쓴 작업 지시자와 함께 작업했다
이 사람은 초면부터 반말 찍찍 내뱉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손가락질로 이거 주워라 저거 주워라 말하는게
기분 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지시하는 대로 폐기물들을 마대에 담았고 그 마대들을 파레트 위에 놓았다
파레트에 놓고 트럭이 오면 거기다가 실어 나르는데 이 트럭이 한 3번은 왔다갔다 한 것 같았다
(검색해보니 이 짤이랑 가장 비슷한 트럭이었음..2톤짜리)
그 후엔 지게차가 파레트와 그 위에 올려진 마대들을 통쨰로 들어올려 트럭으로 옮기면
난 지게차가 지나간 자리를 청소하는 작업을 했었다
지게차가 들고 나가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난 지게차가 지나간 후에 재빠르게
청소를 빨리 해야 됐다 다행이 지게차는 몇 군데 돌아다니지 않았고
난 가까스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현장이 너무 넓어 자칫하면 길을 잃을까봐
그냥 갈증난 채로 있어야 된다는게 힘들었다 다행히도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서
간이 협력 업체 사무실라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물 마시는 곳이 있었고
그 옆엔 얼음을 담는 통이 있었다 비록 오후 늦게야 알게 됐지만
덕분에 빡센 작업을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었다
(나중에 혼자서 협력 업체 사무실에서 물 마시다 걸렸는데
다행히 현장 작업자가 그냥 마시라며 봐줬다)
지게차 따라다니면서 청소하는 게 끝나니 개빡센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게차를 이용해 폐기물들을 트럭에 실어야 하는데
충분히 넓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림처럼
지게차가 파레트 째로 걸쳐놓고 트럭 뒤에 주차한 다음에
빨간색 부분에 올라타서 파레트 위에 얹혀있는 마대들을 옮기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표현이 구려서 이렇게 밖에 못쓰는 걸 이해하길 바람..
표현력 저질임 그래서 그림 참고함)
3명이 빨간 곳에 올라가서 마대들을 옮기는데 이게 마대가 엄청 무거웠다
거기다가 파레트가 나무로 되어 있고 하필 부서진 파레트 라서
무게 중심 잘못 잡으면 파레트가 부서지면서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이 때가 진짜 졸라 힘들었음
왜 이렇게 급하게 할까 라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 하란대로 올라가서
옮기는데 행동 반경도 작고 무게 중심 틀어질까봐 조마조마 했음
왜 이렇게 급하게 하는지 나중에 얼핏 들었는데 내일 무슨 검열이 있다고 함
현장 작업자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이게 뭔 짓거리냐며 말하는 걸 듣는 순간
헬조선 특유의 똥군기는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됌..
(그것도 몸으로 직접적으로 느끼니 이 개같은 나라는 변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작업이 끝나고 일당 99000원 받음
차비 + 식대 빼니 그냥 9만원 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