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 홈페이지에 흥미진진한 사진이 하나 실렸다. 한-미 정상회담을 알리는 신문들의 일면 표제 사진이다.
왜 '사진'인가? 글보다 이미지가 가지는 파급력이 훨씬 큰 시대에 사진, 특히 영향력 있는 일간신문 1면에 실리는 사진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제는 헤드라인 읽을 시간도 없어 사진만 대충 보고 넘기는 독자들도 많다. 따라서 신문들은 사진의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노대통령과 부시의 회담을 찍은 왼쪽과 오른쪽 사진의 이미지가 완전히 상반되고 있다. 왼쪽은 물론 '할말을 한다'는 '민족정론지'들에 실린 사진이다. <위 사진 참조>
필자가 이것을 작금의 수구언론들의 스탠스를 일목요연하게,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사진'이라고 판단하여 "한 달 만이라도 대문 맨 위에 올려 달라"고 편집장에게 요청했건만 답이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저 사진이 게재된 펌 기사를 대문에 곧바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바, 하여, 나름대로 이 사진 게재가 가지는 의미 내지는 뜻하는 바가 뭔지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왼쪽의 사진은 '놀랍게도' 모두 똑같다. 그런데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기 때문이다. 저 '주먹'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주먹을 쥔' 부시와 그 부시를 찍은 사람의 실제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저 똑같이 주먹 쥔 사진을 1면에 과감히 게재한 데스크, 즉 수구신문들이 말하고 싶어 하고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 대들지 말라는 것이다'. 즉, 저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미국은 종주국이요, 한국은 그 아랫것이라는 것을 살포시 30년 열독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 앞에서 주먹을 흔드는 부시의 사진을 내건 것은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비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 사진은 한-미 정상간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기사에서 갈등이 있다고 썼건 안 썼건 그건 하등의 문제가 안 된다. 사진은 일단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아무튼 매우 부정적이다.
이것은 오른쪽 사진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오른쪽의 사진은 노대통령과 부시가 웃으면서 악수하는 장면이다. 이것은 역시 사진기자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양국의 관계가 왼쪽 사진이 나타내는 '종속관계'가 아니라 상호 대등한 '동맹' 관계임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양국간 회담이 비교적 순조롭게, 만족할만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매우 긍정적 사진이다.
왼쪽 사진을 게재한 모 신문사의 데스크가 세 신문의 사진이 모두 똑같은 것을 보고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반은 거짓말이다. 신문들은 자신들의 논조에 맞는 사진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어제와 같은 민감하고 초미의 관심 사항이며 중차대한 내용의 기사에 달리는 사진은 특히 그렇다. 사진은 신중하게 의도적으로 편집된다.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신문들은 사진에서도 타사와의 차별을 추구한다. 1.1일 새해 첫날에는 신문들은 대개 일출사진이 싣는데, 그 일출 사진이 모두 틀린 것을 보면 그 차별화를 잘 알 수 있다. 찍는 장소가 같더라도 신문이 쏟는 노력과 사진기자들의 실력차이로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어느 해이던가. 주요 신문들의 사진기자들이 배를 타고 동해바다로 나가 똑같은 장소(배), 똑같은 배경(바다와 해)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러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문기자들이 멀미, 졸음과 싸우며 고생하여 찍은 사진에 다른 신문 데스크들은 모두 만족했는데, 유독 한 신문만 '우리 일등신문이 다른 신문들 사진들하고 같아야 되겠어? 혼자 배타고 나가 다시 찍어와'라며 사진기자를 다시 배 멀미로 내보낸 적이 있다 한다. 그 신문이 어떤 신문인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하여튼 이 에피소드를 보면, 신문들이 사진에 기울이는 관심을 보면, 저 왼쪽의 사진들은 '우연찮게' 똑같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진, 특히 이런 각별한 의미를 지닌 사진이 모두 똑같아진 것은 앞서 말했듯이 필연이다. 그들의 논조에 따라 알맞게 선택된 '당연한' 사진이다. 논조가 같으니 그 수많은 사진 중 선택된 사진이 세 신문 모두 같아질 수밖에 없다. 아마 나머지 버려진 사진들은 대개 화기애애한 사진이었을 것이다. 그 논조는 물론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 아니라, '노무현이 하는 모든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폄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수구신문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사진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다.
문제는 사진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장난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의 의견보다 아래 펌글을 참조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예전에 미디어비평 프로에서 조중동 3개 보수신문사가 대통령의 사진 가지고 어떻게 장난치는지를 잘 보여준 적이 있었다. 조중동이 아무리 편파적이어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 프로 보다가 정말 충격 먹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지난 4년간 조중동 지면에는 지네 나라 대통령인 노대통령의 사진보다 부시의 사진이 몇 배나 더 많이 실렸다는 사실이다. 고이즈미의 사진도 노대통령의 사진보다 더 많이 실렸다...(중략)
혹시 도서관에 가서 지난 몇 년간의 신문을 살펴 볼 일이 있으면 한번 잘 관찰해 보라. 조선일보 지면에서는 한번도 노대통령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실린 적이 없다. 언제나 인상을 쓰거나 자세가 삐딱하거나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사진들뿐이다. 그에 비해 부시나 고이즈미의 사진은 언제나 환하게 웃거나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짓는 사진들이다....미국이나 일본 이게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조선이나 동아일보는 해 낸다..."(네이버에서 nicejisung님의 글)
그렇다. 지난 몇 년간 저런 사진들'만'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 사진에 딸린 기사를 따로 읽지 않더라도 부지불식간에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애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는 것도 순식간인데,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했다는 주류신문들이 몇 년간 계속 부정적 이미지만을 쏟아낸다면 어찌되겠는가?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지지율'을 통해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이, 저번의 '한국판 관광사진'과 이번의 '주먹사진'을 가지고 수구신문들이 장난치는 것을 만천하에, 악랄하게 알려야 하는 이유다.
ⓒ 초모룽마(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