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자판기수 100배차이
-日자판기 500만대, 위생관리 철저
-다양한 콘셉트 내놓으며 승승장구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일본에서 자동판매기(자판기)는 ‘전력 낭비를 줄여줄’ 효과적인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매번 위생문제가 불거지며 도심속 골칫거리로 자리잡은 한국의 자판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의 자판기는 일반 상점에서 팔지 않는 독특한 상품을 파는 거리 내 오아시스로 자리잡았다. 반면 한국의 자판기 시장은 퇴보하고 있다.
6일 일본 자판기 제조 협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자판기 개수는 494만1400대. 47억3603만엔(한화 481억3374만원) 규모에 달했다. 음료와 식품, 아이스크림, 담배류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 자판기가 364만8600대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국 자판기 개수는 약 500만대. 자판기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상품이 일본에서는 판매되고 있다. 길거리에 설치된 자판기들. [사진=위키미디어]일본 거리에서 자판기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리 블록마다는 많게는 십여개에서 한 두개까지 많은 자판기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일본은 인구 23명에 자판기 하나 꼴”이라며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전년대비 자판기 개수가 1.2% 감소했다. 기존 음료와 커피만을 판매하던 자판기는 조금씩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자판기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식권판매 자판기가 8.6%, 코인로커 자판기는 2.5%, 외화환전 자판기는 2.0%정도로 전년대비 숫자가 늘어났다. 인스턴트국수와 과자 등 음식을 판매하는 자판기도 숫자가 소폭 증가했다. 담배자판기도 19만3300대에 달한다.
[사진설명=일본 한 상점 안에 설치된 담배 자판기 모습.]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된 스시자판기. 냉동돼 있는 스시를 해동해서 판매하는 형태로 스시를 내놓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자판기문화가 일본에서 성행하는 데 대해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고 지대가 비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한국의 자판기 개수는 3만4556개. 일본과 비교했을 때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에서 자판기는 매년 위생문제를 낳는 골칫거리다.
매년 위생 불량으로 적발된 건수가 상당하다. 지난 2015년 식약처가 집계한 식품 판매업체 감시 위반 건수는 413건. 위생과 관련된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는 287건에 달했다. 식약처는 자판기를 포함한 여섯개 업종에서 해당내용으로 위생검사를 진행하는데, 시설기준 미충족으로 적발된 경우는 자동판매기가 가장 많았다. 올해 초 서울시가 자판기 2000여대를 조사했는데 이중 약 15%(364대)가 위생 불량으로 적발됐다.
이에 비해 일본 자판기 시장은 한국처럼 위생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위생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될 경우 자판기 허가가 취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자판기에는 지저분한 스티커들도 일절 붙어있지 않다.
여러 스티커가 부착된 한국의 한 담배자판기 모습. [사진=위키백과]위생문제에서 자유로운 일본 자판기 시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타코야키와 어묵, 초밥도 자판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본의 일선 편의점들에서는 판매 자동화를 목적으로 한 자판기가 편의점 내부에 등장했다. 인구의 고령화에 맞춰 일할 사람이 더욱 줄어들어가는 일본에서는 자판기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판기 제조 협회도 “자판기는 전력에 대한 소비를 줄여주고, 인건비를 낮추는데 효과적인 판매수단”이라며 “자판기시장이 더욱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