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강남이라고 하면 사실 나의 보금자리이자 아지트. 청담동에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기는커녕 아무렇게나 풀이 자라던 시절부터 이곳에서 35년을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 강남' 한다. 친구들과 모일 때도 '강남 강남', 교육도 '강남 강남', 집값도 '강남 강남'. 하지만 요즘 강남 돌아가는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도 꽤 이상한 구석이 있다. 나 조금 할 말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들.
왜 강남에는 외제차가 많을까.
강남 사는 이들을 흔히 전국민의 1%라고 한다. 그 1%의 얼마는 좋은 차들을 가지고 있다. 강남 가면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것 중의 하나가 거리에 가득한 외제차들이다.
그런데 알고 계시는지. 그렇게 외제차,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 절반 이상, 거의 80% 가량이 자기 집이 없다. 멋진 허우대를 하고 다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가면 불 꺼진 반지하 원룸 빌라에 쓸쓸하게 들어가는 식이다. 물론 열심히 살고 열심히 벌어 당당하게 외제차 타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 문제는 집도 없이 외제차만 타는 이들이 더 많다는 거다.
A라는 사람이 있다. 논현동 빌라에, 보증금이 없어서 월 몇 백만원짜리 방에 살면서 외제차를 굴린다. 주차는 집 창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한다. 휴대전화 보듯이 수시로 차를 본다. 집보다 비싼 차니까. B라는 사람은 그런 집 근처에 차 댈 데가 없어 호텔 주차장에 돈을 내고 주차를 한다. CCTV도 있고 관리를 해 주니까 비싼 돈을 들여서도 차를 거기 맡긴다.
나 역시 20대 시절, 스시바를 열어 장사가 한참 잘 될 때는 외제차를 두 대 끌고 다녔다. 어린 나이였고, 겁도 없었다. 결국 나중엔 가게가 확 망하면서 차도 없어졌지. 지금 와선 아주 나쁜 거라고는 생각 안한다. 어쨌든 내 경험이니까.
생각해보면 그건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해서다. 집이 어떤지 남은 잘 모르지만, 차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니까. 남이 안다는 게 중요하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겉으로 보이는 게 판단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국산차 타고 다니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고도 생각한다. 하물며 백화점 발레 파킹도 비싼 차는 왠지 더 눈에 띄는 곳에 대준다.
여자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외제차 타고 3000원짜리 커피 마시면 '사람이 소탈하구나' 생각하지만, 차가 나쁘면 '역시 싼 데만 다니네'가 되는 식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가진 것 없이 그런 차만 타는 사람들이나 그런 차 타는 남자만 좋아하는 여자들이나 그 놈이 그 놈이다.
그러나 외제차 타느라 한 달 리스비만 400만∼600만원씩 내고, 보증금이 없어 월세 비싼 강남 원룸에 사느라 200만∼300만원씩 내다보면 남는 게 없다. 빚이나 안지면 다행이다. 계속 속이 비는 거다. 그러다 삐끗하면 그 비싼 차 그대로 뺏긴다. 중고차 시장이나 사이트에 리스 못 내 넘어온 외제차가 왜 그리 많겠나.
할부 낼 자신은 없고 리스라도 해서 당장 외제차 타면 그럴 듯 해 보인다. 외제차 탄다고 자기가 업그레이드 된 양 '자뻑'이 되는 거다. 오 노! <이진성 탤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