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당시 초등학생들에게 생일은 친구 대여섯명을 집으로 불러 엄마가 해준 떡볶이와 과자를 먹고,저녁 늦도록 동네 뒷골목에서 아이들과 뛰어 놀아도 혼나지 않는 ‘특별한’ 날이었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부유층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화려한 생일이벤트와 한층 ‘조숙한’ 생일파티가 등장하는가 하면,생일초대에 응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는 풍속도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S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모(35)씨는 지난 13일,하루 앞으로 다가온 아들 최모(7)군의 생일을 준비하며 달라진 생일파티 문화를 실감했다. 최군은 며칠 전 반 친구 33명 전원에게 생일파티 초대장을 돌렸다. 초대장은 남편이 컴퓨터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복사했다. 김씨는 1인당 3만원씩 하는 출장뷔페를 예약해 한강 둔치에서 생일잔치를 열 계획을 세웠으며,친구들에게 나눠줄 학용품 선물꾸러미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주 다른 아이가 똑같은 종류의 생일파티를 했다가 학교로부터 지적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계획을 취소했다. 김씨는 “같은 반 아이들을 모두 초대하고,이에 응한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주는 것이 요즘의 관례”라며 “남들이 다 하는데 우리만 안했다가 왕따라도 당할까봐 어쩔 수 없이 준비했다가 그마저 취소해 찜찜하다”고 말했다. 강남 C초등학교 3학년 김모(9)양도 “지난달이 생일이었는데,파티가 끝나고 참석한 30여명의 친구에게 액자를 선물로 줬다”며 “축하하러 온 사람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선물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부모 이모(38)씨는 “생일파티가 너무 많이 열려 아이가 참석하기 바쁠 지경”이라며 “어떤 엄마들은 집이 먼 친구들에게는 차까지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끼리 몇 명이나 생일파티에 왔는지 경쟁하기도 하는데 우리 애가 기죽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들은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박수만 치고 끝나는 밋밋한 생일파티는 절대 사양이다. 자신들이 좋아할 만한 특별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을 진행하고 마술쇼를 보여주는 파티 전문 이벤트 회사가 인기다. D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반 애들 중 절반 이상이 이벤트 회사를 불러 생일파티를 연다”며 “한번 부르는데 70만원 정도 들지만,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생각하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생일파티가 끝난 뒤 노래방으로 향하는 것은 필수 코스. A초등학교 4학년 박민경(11)양은 “생일파티에 노래방이 빠지면 애들이 싫어한다”며 “어떤 친구들은 아예 생일파티를 노래방을 빌려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초교 학부모 지모(40)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고 초대한 아이와 초대받은 아이가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 꼭 어른들의 결혼식이나 회갑연을 보는 것 같다”며 “조숙한 초등학생들의 어른 같은 생일파티”라고 꼬집었다. 생일축하 문화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일부 학교에선 생일파티 자제를 요청하는 가정통신문을 가정에 발송했다. D초교 교감은 “과도한 생일파티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육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돼 학부모회 등을 통해 생일파티를 자제해줄 것을 부탁했고 가정통신문도 돌렸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사무처장은 “학부모들의 욕심에 상술이 합쳐지며 아이들 생일 문화가 변질되고 있다”며 “부모 형편이 어려워 생일파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만큼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드는 생일 문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호일기자
[email protected] 그럼 나는 왕따를 몇번이나 당해야 하는거냐 ㅅㅂㄻ.... 짤빵은 근영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