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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송옥숙 선배도 '정기준' 정체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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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리볼버오셀롯
추천 : 5
조회수 : 193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11/17 12:18:08
SBS '뿌리깊은 나무'서 1인2역 펼치는 윤제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라마의 단편적 스토리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연예뉴스의 주요 테마가 된 지 오래지만 최근 이 뉴스만큼 화제를 모은 아이템은 없었던 것 같다.

   바로 SBS TV 수목극 '뿌리깊은 나무'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기준의 정체다. 지난 3일 10부 방송 말미 정기준이 사실은 백정 가리온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시청자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했고 다음날 관련 기사와 반응이 인터넷 연예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당일 정기준의 정체를 공개하며 시청률 20% 고지를 돌파했다.

 비밀 정치 조직 밀본의 수장 정기준이자 동시에 천하디천한 백정 가리온의 1인2역을 펼치는 배우 윤제문(41)을 16일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제작진이 보안을 철저하게 했어요. 심지어 저한테 가족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예요. 한석규, 송옥숙, 안석환 선배님도 제가 정기준이라는 사실을 촬영 직전에야 아셨어요. 정기준의 정체가 드러나는 10부 대본의 끝부분은 다른 배우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안을 지켰어요. 촬영 전 안석환 선배님이 저를 옆에 두고 '정기준이 도대체 누구냐'고 장혁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웃음)"
극중 우의정 이신적을 연기하는 안석환은 문제의 10부 말미 정기준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백정 가리온을 끌고 와 강압적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물론 촬영직전에는 알았지만 이 장면에서 이신적이 정기준의 정체를 알고 기절초풍하는 모습이 '극사실적'으로 그려졌던 데는 실제로 배우 자신이 놀랐던 것도 큰 몫을 차지한 듯하다.

   "안석환 선배님이 정말 잘 받아주셔서 그 장면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제 연기도 잘 나왔고요."
이신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극중 정기준을 몰래 보필해온 것으로 그려진 도담댁 역의 송옥숙조차 사실은 정기준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했다는 것은 또다른 재미다.

 "송옥숙 선배님이 제게 '가리온이 정기준인 것을 처음부터 알았냐'고 슬쩍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선배님은 모르고 연기했고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라셨다면서요."
정기준은 가상의 인물이다. 드라마에서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의 조카로 정도전의 유지를 받들고 왕권에 대항해 선비의 힘을 결집시키는 밀본 조직의 수장으로 그리고 있다. 동시에 뜻을 펼치기 전까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20여년 간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백정으로 철저하게 위장해 살아온 인물이다.

   "물론 저야 제가 1인2역을 할 것이라는 걸 알았죠. 정기준이 정도전의 조카이긴 하지만 어쩌면 정도전 그 자체를 투영한 인물일 수 있기 때문에 촬영 전 정도전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어요. 그러니 모르고 연기할 수는 없죠."
요즘 최고로 '핫(HOT)'한 인물이지만 윤제문은 답변을 하면서도 늘 그렇듯 특유의 심드렁하고 무심하면서도 순진한(?) 어법을 구사했다.

   이날 인터뷰는 '뿌리깊은 나무'가 명품사극이라 칭송받는 만큼 촬영스케줄이 살인적으로 돌아가는 탓에 쉴 날이 없는 그를 소속사가 반 협박해 마련한 것이었다.
 
"오늘 하루 쉬는데…, 할말도 없는데…"라며 엄살을 피우고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진한 개구쟁이처럼 묻는 말에는 술술 솔직하게 답변하는 모습은 인터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주로 사회 하층민이나 조폭 연기 전문을 펼친 윤제문은 올초 SBS '마이더스'에서 데뷔 이래 가장 부자인 재벌2세 역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는 최고의 지성인 양반 정기준을 맡았다. 그런데 백정으로 신분을 세탁한 카리스마 짱짱한 특이한 양반이다.

   '양반이라고 다 같은 양반이 아니더라. 정기준은 조폭 같은 양반 아니냐'고 슬쩍 놀렸더니 "내가 뭐만 하면 조폭이래"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백정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갓, 도포는 아무래도 안 어울린다'고 연타를 날렸더니 "내가 얼굴이 크지 않냐. 화면에 꽉 차고. 그래서 백정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나도 백정옷이 마음에 든다. 그 옷 입고 거울을 보는데 다음에는 임꺽정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마이더스'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추는 장혁 덕분에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더스'할 때 장혁 씨가 '뿌리깊은 나무'에 진짜 끝내주는 역할이 있는데 자기는 나이가 안 맞아서 못한다고 한탄을 하더라고요. 너무 욕심이 나는 역할이라며 저보고 스케줄이 되면 해보라고 알려줬어요. 그래서 알아보니 소속사에서 이미 작업 중이더라고요."
그는 정기준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역할 자체가 기가막히게 좋아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배우가 했어도 이런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면서도 곧이어 "겸손하게 이야기하자면…"이라며 씩 웃었다.

   네티즌도 윤제문이라는 배우가 언뜻보면 '조폭'같지만 알고보면 장난기 다분한 캐릭터임을 간파했는지 최근에는 극중 그의 표정을 코믹하게 편집한 '가리온 귀요미 4종 세트'가 인터넷에 올라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나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그렇게하면 누가 날 불러주나요.(웃음)"
정체가 드러나면서 극중 윤제문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백정만 연기할 때가 좋았는데 백정과 정기준을 오가려니 분량도 많아지고 대사도 많아지고 어려워져서 죽겠어요. 또 가방끈도 짧은데 최고의 지성인척 하려니 미치겠어요.(웃음)"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이것이 '엄살'임을 안다. 그는 촬영현장을 온몸으로 즐기는 '야생의 연기자'다. 장사를 하다가 어느날 문득 연기가 하고 싶어 스물다섯에 무작정 연극판에 뛰어들었고 두려움도, 주저함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와 오늘에 이른 그다.

   정기준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쏠렸을 때 어땠냐는 물음에 "갑자기 관심이 쏠리니까 너무 부담스럽더라"고 답해 '사실은 별로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받아쳤더니 "뭐…, 사실은…"이라며 웃은 그다.

   '잘하는 이'보다 무서운 이가 '즐기는 이'라는 말이 있듯, 윤제문은 스물다섯때나 지금이나 연기를 철저하게 즐기면서 하고 있다.

   "대본이 방송보다 한주 앞서기 때문에 우리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요. 하지만 안다고 해도 무슨 계산을 해서 연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대본에 충실하게 하려고요. 대본이 워낙 훌륭하니까요.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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