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업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중요성이 사관제를 도입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재삼 확인됐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지난해 세빛둥둥섬 민간사업자의 운영 기간을 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해 주면서 박 시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관의 기록에 의해 밝혀진 것.
이에 따라 박 시장은 앞으로 시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한 기록 및 공개 행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 고위 관계자는 20일 “세빛둥둥섬 민간사업자의 운영 기간 연장 문제가 논란이 되자 당시 책임자는 ‘박 시장에게 이미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시장은 ‘들은 바가 없다’고 얘기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관의 기록물들을 봤더니 구두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시장과 시 간부 간의 진실게임처럼 되자 박 시장이 직접 나서 사관이 기록하고 녹음해 놓은 한강사업본부의 업무보고 내용과 보고서를 꼼꼼히 대조한 결과였다.
보고서에는 사업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지만 구두보고 시에는 아무런 언급 없이 지나친 것이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세빛둥둥섬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조정회의를 만들어 사업 방향을 재논의하고 있는 과정이었던 만큼 이 문제는 당연히 구두보고를 확실히 한 후 토론을 했어야 했다”며 “박 시장은 이런 과정을 간과한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부터 세빛둥둥섬을 사업조정 대상 1순위로 꼽았던 만큼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 조사를 즉각 지시했고 필요한 경우 정책감사를 통해 백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나 공식·비공식 면담 내용을 기록하는 사관을 두고 있다. 일반직 7급 여성 공무원인 사관은 외부 일정을 제외하고는 박 시장과 거의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한편 박 시장은 설을 앞두고 이날 전통시장과 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설 물가 동향과 어르신 안부를 살폈다. 설 연휴 기간 교통 및 안전 등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할 서울종합방재센터 등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