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고양이
게시물ID : panic_24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중없는아이
추천 : 12
조회수 : 19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8/08/20 22:03:36



"KBS2 '스토리텔링클럽' 에 출연한 아마추어 작가의 이야기를 각색한 글임을 밝힙니다."




늦은 밤. 미애는 수능공부를 하다가 문득 출출함을 느끼고는, 집을 나섰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 도로가 있는 큰길로 들어섬과 동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고양이 두마리를 보게되었다.

절로 소름이 돋을만큼.. 극한의 검정, 어두움의 끝. 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만한..

아주 새카만.. 고양이.

왠지모를 두려움에 발을 떼지 못하던 미애는, 고양이 한마리의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낑낑거리며 안절부절을 못하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고양이 한마리가 하수구에 발이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인듯 했다.

옆에있던 고양이는 낯선 미애를 의식하면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발이 낀 고양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미애는 그런 고양이들을 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어, 고양이들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고양이 발이 생각보다 단단히 걸려있었다.

쉽게 빠지질 않아 애먹을 무렵.

귀가 떨어질듯한 크락션 소리와 함께 트럭한대가 그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다급해진 미애는 옆에 있던 고양이만을 안은채 인도로 올라섰다.

"뿌직"


앙칼진 고양이의 비명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주변은 피범벅이 되었다.

잠깐 멈칫했던 트럭은 다시 굴러갔고, 뒷바퀴에 고양이가 또한번 밟혔다.

무자비한 살생의 현장 뒤에는, 사지가 찢긴채 내장이 튀어나온 검붉은색 고양이 한마리가 남았을 뿐이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듯, 고양이는 튀어나온 제 내장들을 신음하며 핥고 있었다.

미애는 너무나 급작스럽고, 잔인하기 이를데없는 이 상황에 몹시 당혹감을 느꼈다.

그뿐만이 아니고, 두려움에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미애는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를 집어던진채, 왔던 길을 향해 헐레벌떡 달리기 시작했다.

멀뚱히 남겨진 고양이 한마리는, 비참하게 아직도 살아있는 제 친구인지 가족일지 모를 녀석의 곁에 가서 다소곳이 앉았다.

제 앞에 펼쳐진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몇번 까딱거리더니, 이윽고 뒤를 돌아 어두운 골목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야옹...







몇달이 지나자 미애는 당시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이미 그일을 새까맣게 잊고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수능당일.

이른아침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려던 미애에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것,아니 세상의 모든것들이 멈춰버린 것이다.

'야옹'

당황한 미애에게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울음소리...

곧이어 새까만 고양이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번 당신이 구해준 고양이랍니다.

그 은혜를 갚고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빚을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말이죠.."

미애는 당황스러웠다.

고양이가 말을하다니, 그럼 저 고양이가 세상을 멈춘건가..? 은혜라니? 빚? 도대체가...

"기억이 안나시나보군요. 그건 뭐.. 차차 생각해보시면 아실테니..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씀드리죠. 당신은 저 버스에 타는 순간 죽습니다.

당신은 오늘. 11월20일 6시30분 버스사고로 사망하도록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합니다. 저 버스를 타지 않으시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저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건데..?"

"저들 또한 운명이 정해져 있죠. 운전기사를 포함한 25명 모두가 그자리에서 즉사합니다."

"그럼 네가 저들한테 그 사실을 말해주고 구해내면 되잖아!"

"아니요, 그건 안됩니다. 저는 제가 지닌 권리로서 단 한사람 만을 구해낼 수 있습니다.

미애씨도 이 사실을 저들에게 발설해서는 안됩니다. 어차피 저들은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니까요.."

마음이 아팠지만, 자신이 희생한다해도 달라질게 없는 것을 깨달은 미애는, 삶을 택했다.

"잘 선택하셨어요.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고양이는 나즈막한 울음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버스에 올라타던 미애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버스를 내려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미애를 흘겻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신경쓸 틈도 없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식은땀이 온몸가득 흘렀다.

이윽고 버스는 출발했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버스는 굉음과 함께 전복됐다.

미애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재수에 합격한 미애는 과동기들과 함께 냇가로 M.T를 가게 되었다.

과동기 남자친구와 뽀뽀도 하고, 난생처음 술도 마셔보고..

미애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한껏 기분이 오른 미애는, 날이 어두워졌음에도 아랑곳않고 남자친구와 냇가에 몸을 담갔다.

물속에서 은밀한 손길들이 주고 가는 사이, 그들은 어느새 너무 깊은 곳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위험하다는 걸 알아챘지만 너무 늦었다.

연신 물만 집어삼키던 미애에게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날카로운 울음소리...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이윽고 미애를 제외한 모든 세상은 정지되었고,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또 다시 이런일로 뵙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당신은 지금 이자리에서 죽게되지만, 살고싶으시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선택만 하시면 됩니다. 그대로 걸어서 이곳을 나오시던가, 아니면 남자친구와 함께 물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시던가...

자 선택하십시오. 하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애는 고민에 빠졌다.

내 첫사랑... 나에게 그렇게도 잘해줬는데...

가슴이 아팠지만, 미애는 눈물을 머금고 냇가를 빠져나왔다.

"잘 선택하셨습니다만.. 얼마나 가슴 아프실런지요.. 보는 제가 다 안타까울 정도 랍니다.

다시는 이런일로 뵙게되지 않았으면 싶네요.. 몸조심하세요"

땅에 다다르자 고양이는 사라지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세월의 거센 폭풍우 속에, 어머니는 암 이라는 중병을 선고받게 되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슬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기에, 

임신중인 그들의 아이가 있었기에, 힘을 내고 점점 예전모습을 되찾아 갔다.



출산예정일이 머지않은 가을 어느날.

그녀는 산부인과에 가고 있었다.

사거리를 건너고 있던 그녀에게 엠뷸런스 한대가 돌진해오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기에도, 그녀가 피하기에도 무리인, 엄청난 속도였다.

그 순간, 예전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세상 모든것이 멈춰버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것은 꿈이라고.. 또다시 이런일이 있을 수는 없다고..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한다고 했나?

그녀의 귀에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숨이 멎는것만 같았다.

소리가 난곳을 향해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내 발치에는 고양이가 다가와 있었다.

"다시는 이런일로 뵙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수가 없군요.."

"나..난 죽고 싶지 않아. 아니, 죽어서는 안돼.. 아직은 안돼. 아직은 안된다고!!"

"물론이죠.. 벌써 생을 마감하시기에는... 이르죠.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당신이 살길 원하시면 얼마든지 그러실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 하셔야 합니다. 저 구급차 안에 있는 당신의 어머니를 살려낼지,

당신이 살아남을지.."

청천벽력 같은 소리.. 미애는 뒷통수를 가격당한 것만 같았다.

"어머니라니? 우리 엄마가 저 차 안에 타고 계시단말야? 말도안돼.

우리엄마는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

"상태가 악화되어 큰 병원으로 후송중 이십니다. 자,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과 당신아이냐.. 당신어머니냐.. 선택하세요"

미애는 생전 겪어본적 없는 엄청난 갈등에 빠졌다.

둘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는다니.. 어머니가? 내가?

그저, 두려웠다.

어머니가 죽는다고? 그럴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내가..? 안된다. 절대 안된다. 그와 우리의 아기..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어서 결정하세요"



.................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그녀가 내린 결정.

그것은 자신과 아이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래왔듯, 고양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모든것이 원래대로 돌아와 시간의 흐름에 순종하게 되었고, 구급차는

미애를 피해 전봇대에 들이박았다.

몇초 지나지 않아 차량은 굉음과 함께 폭발했고, 그녀는 울부짖었다.










그리고,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오늘은 그녀의 딸의 결혼식이다.

모든것이 평화로웠고, 미애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느꼈다.

실로 그녀의 가정안에는 사랑과 웃음들이 만연해서,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웨딩 드레스를 갖춰입고, 딸과 함께 식장으로 이동중이던 그녀의 주변 모든것이 멈춰버렸다.

또다시, 그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그녀는 두려움에 눈을 질근 감았지만, 무릎에 느껴지는 무엇인지 모를 촉감에 놀라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고양이었다.

"이번이 정말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마지막입니다...

바로 앞에 사거리 보이시죠? 그곳에서 신호를 위반한 차량과 사고가 나게 됩니다.

....이번에도 당신은 당신과 따님의 목숨, 둘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미애는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단다 고양이야.. 지금까지 나를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아닌 내 딸아이를 구해주렴."

그녀는 모든것을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진정 딸을 위해서 제 목숨을 내놓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존재치 않았다.

다시금 차의 속력이 느껴지고, 엄청난 충격이 그들을 덮쳤다.





....................

미애는 눈을 떴다.

굳이 어디라고 할것없이, 온몸 전체에서 일순간 고통이 밀려왔다.

순간 무엇인가가 생각난 듯한 그녀는, 고통을 억눌러가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사지가 뒤틀린채, 내장을 토해낸 딸의 모습...

어째서.. 어째서 저 아이가... 어째서!!!!!!!

무언가 잘못ㅤㄷㅚㅆ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틀어놓지도 않은 라디오에서 무엇인가 음성이 들려왔다.

잘 들리지도 않던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차 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알겠니..? 눈앞에서 제 자식이 죽는 어미의 심정을... 이제는 알겠니?

억울하니? 그러지 마.. 36년 전, 네가 한짓을 떠올려봐..내가 맛봤던 그 아픔은...그 아픔은... 

아직까지도 난 잊을 수가 없어...........

하하하하! 이제야.. 빚을 다 갚았네.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아가라.

더럽고 추악한 년아 하하하"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