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 노스트라다무스 ' 나 성경의 ' 요한 ' 같은 예언가들이 그런 범주죠 . ”
갑자기 말을 뚝 끊은 남자가 심각하게 미간을 일그린다 .
“ 선생님이 살해되는 장면이 투시되었습니다 .
바로 얼마전 최면치료 중에 말입니다 .
환자에게 최면치료를 하던 중 ,
느닷없이 환자가 선생의 최후를 예지되기 시작했습니다 . "
" 내가 죽는 장면이 예지되었다 ? 안면부지의 환자에게 ? ”
“ 그렇습니다 .
그 환자는 최면 중에 간혹 생판모르는 타인의 미래를 투시할때가 있습니다 . 우리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 때문에 그 환자에겐 유독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 이를테면 21c 노스트라다무스의 부활이라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 환자의 예지는 조사해보니 , 적중률이 무려 100%입니다 . 틀린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겁니다 .
물론 아직 정식적으로 학계에 통보되진 않았습니다만 . ”
『 그럴테지 지금 하는 말 자체가 새빨간 거짓부렁 일 테니 』
난 속으로 이렇게 중얼대며 더욱더 그를 미심쩍게 쳐다본다 .
“ 그 환자가 말했습니다 . 누군가 위험하다고 ,
괴한이 침입해 집주인을 사정없이 칼로
찔러대고 있다고 ... ”
난 하도 어이가 없어 한숨을 토했다 .
“ 환자의 말을 추슬러 보니 바로 이곳 ,
즉 선생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이 호수였습니다 .
때문에 전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온 겁니다 .
그 환자의 예견은 현실과 놀랍도록 적중한
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저이기에 말입니다 . ”
말을 맺은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뿔태안경을 한번 위로 치켜 올린 후 ,
심각한 표정으로 날 응시한다 .
“ 얘기 끝났소 ? ”
“ 선생님, 경솔하게 넘겨버리지 마세요 .
이건 선생의 생명이 걸려있는 위급한 문제입니다 . ”
“ 이보쇼 , 당신. 정신과 치료를 많이 하다보니 정신이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요 ? ”
남자가 좀 언짢은 표정으로 날 쏘아본다 .
뭔가 주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
난 다시한번 매몰차게 말을 뱉는다 .
“ 보시오 . 의사양반 . 쓸데없는 시간낭비 말고 환자치료에나 전념하시오 . 그 허무맹랑한 소릴 지금 나보고 믿으란 거요 ?
내가 그렇게 아둔한 사람으로 보이요 ! ”
“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니 정말 할말 없군요 . ”
” 할말 없으면 당장 사라져 주시요 . ”
내가 윽박지르자 의사가 못내 아쉬운 듯 푸념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
나도 말없이 일어나 현관문을 조용히 열어주며 그의 퇴장을 재촉했다 .
“ 정말 유감입니다 . 선생 . ”
“ 나 역시 유감이오 . ”
남자가 신발을 신는다. 나는 물끄러니 그를 바라본다 .
그런데 신을 신다 말고 ,
남자가 난데없이 내 쪽을 올려다보며 묘하게 눈을 번뜩인다 .
‘ 이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 싶어 움찔 방어태세를 취하려는데 ,
남자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
“ 선생 , 혹시 선생 집에 고흐 의 ' 해바라기 ' 모사품이 있지 않나요?”
나는 두서없이 일축한다 .
“ 없소이다 . ”
“ 그럴 리가 없을 텐데 ? ”
그는 물음푤 붙이기가 무섭게 번뜩이는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
뒤이어 , 거실 벽의 한쪽에 표구된 고흐 의 ' 해바라기 ' 모사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
“ 저기 있지 않습니까 ?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 ”
“ .... 내가 신경쓸일이 아니요 . 우리 집사람이 가져와 걸은거요 . ”
“ 보세요 . 그 환자의 예지는 틀림없이 적중합니다 .
선생의 아파트 명칭 , 호실 , 심지어
저 모사품들까지도 꿰뚫고 있지 않습니다 .
가령 , 고흐의 ‘ 해바라기 ’ 뿐 아니라 모네의
‘ 중국여인 ’도 표구되어 있다고 저에게 피력했었습니다 .
저기 걸려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 ”
그는 고흐의 액자가 표구되어있는 바로 옆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당차게 가리키며 중얼거린다 .
“ 이래도 제 얘기가 허무맹랑하다고 묵살하실 겁니까 ?
지금 선생의 상황은 매우 급박합니다 . 제발 제 말대로 따라주세요 . ”
난 잠깐 동요하게 된다 . 그의 말에 은근히 동조하게 된다 .
그러나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있다 .
때문에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
“ 난 이렇게 멀쩡하지 않소 .
그렇다면 그 예견은 애초부터 틀려 먹었다는 반증이 아니요 ? ”
“ 아닙니다 . 틀린게 아닙니다 .
아마 조금 뒤에 사건이 발생할 겁니다. 그녀가 예견한 저
모사품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예견은 적중했습니다 .
시간이 급박합니다 .
어서 이곳을 피해야 합니다 . ”
난 잠깐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
적어도 저 모사품이 이집에 있다는 걸 간파할수 있는 방법은 추호도 없었다 .
미리 봐두지 않는 한 말이다 ....... 잠깐 ..... 미리 ........ 봐둔 .....다...
앗 , 그렇다 .
이런 , 감쪽같이 속을 뻔 했다 ....
난 그에게 공박하듯 내뱉는다 .
“ 이런 , 잘도 날 속이려 수작을 부리는군 !
당신 , 당초 집에 들어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던 와중에 저 그림들을 은근슬쩍 기억해 뒀단 걸
내가 모를 줄 아는가 ! ”
놈이 묵묵부답으로 날 노려본다 .
아마도 내 예상이 적중했나 보다 .
뭔가 불안해 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낸다 .
그렇다 .
저 어울리지도 않는 뿔태안경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을때 부터 수상했다 .
아마도 음흉한 속셈이 깔려 있는 작자가 틀림없다 .
절대 말려들면 안 된다 .
“ 선생 ,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분이군요 . 제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 ”
“ 내가 알 턱이 있나! 무슨 엉큼한 속셈을 숨기고 있을지 ,
아무튼 , 그 안 어울리는
뿔태안경부터가 난 맘에 안 들어 ! ”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토했다 .
“ 나 , 참 , 정말 할말이 없군요 . ”
“ 나 역시 할말 없긴 매한가지야.
그러니 제발 내 귀중한 시간 그만 뺏고 당장 사라져 ! ”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연신 머리를 저었다 .
그리곤 등을 돌려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 .
나는 놈의 퇴장을 재촉하기 위해 놈을 시종일관 을씨년스럽게 노려보았다 .
그런데 다음순간 ,
놈이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호주머니에서 뭔가 묵직한 것을 꺼내더니 느닷없이
내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이었다 .
난 무방비 상태로 넋 놓고 놈의 일격탄을 그대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
눈이 돌아갈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풀썩 거꾸러질수 밖에 없었다 .
『 빌 , 빌어먹을 , 애초에 ....
...... 문을 열어주지 말것을 ... 』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 엎질러진 물이다 .
정신은 일순 몽롱해지더니 이윽고 빠르게 혼미해져 갔다 . 먼 발치에서 놈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만 나즉히 귓가에 맴돌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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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차게 몸이 흔들린다. 누군가 날 무식하게 흔들어 깨우고 있는게 분명하다 .
눈을 뜨니 요란하게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에 귀가 왕왕거릴 정도다 .
난 미친 듯이 사방을 둘러본다 .
이윽고 혼란스런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포착된다 .
바로 놈이다 .
『 머린 좀 괜찮습니까 ? 』
놈이 능글맞게 웃으며 날 위로하는 척 가증스러운 위선을 연기한다 .
『 선생 , 제가 선생의 정체를 언제 알았는지 아십니까 ? 』
난 침묵한다 . 놈의 능청스런 얼굴에 침이라도 연신 뱉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
『 바로 선생의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던 순간이였습니다 .
선생은 없다고 딱잘라 일축했죠 . 전 순간 의아했습니다 . 뒤에 선생이 구차하게 집사람이
걸어놓아서 신경쓸일이 아니다'라고 연유를 달았지만 저에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
아무리 모사품이라고 해도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작품의 이름까지 모를수가
있나 ? 하물며 집주인이 말입니다 .... 』
숨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격분이 치솟는다 . 구역질이 날 정도로 허파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 굴욕적이다 . 수치스럽다 .
놈을 얼굴이라도 후련하게 갈겨줬으면 여한이
없겠다 . 그러나 그럴수 없다 .
내 두손은 수갑으로 단단히 포박되어 있기에 ...
빌어먹을 ...
『그래서 전 한번 실험을 해봤습니다. 고흐의 그림 바로 옆에 걸려있던 모네의 '일본여인'을 은근슬쩍 '중국여인 '이라고 바꿔 말하며 짐짓 선생의 반응을 주시해 보았습니다 .
그러나 선생은 여전히 눈칠 못채더군요 . 전 그때 비로소 확신했습니다 . 선생이 이집의 주인이 아니란 것을 , 그럼 선생은 누굴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