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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도 기자라능!
게시물ID : humordata_9771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도
추천 : 0
조회수 : 82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1/22 22:31:46
            
◇ 정찬성은 길지 않은 MMA 커리어에도 미국 무대서 굵직한 인상을 남겼다. ⓒ 블리치/UFC

'닿지 않는 송곳니에 불을 붙인다!' 

쿠보 타이토 원작 인기 애니메이션 '블리치(BLEACH)'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주인공 쿠로사키 이치고가 여주인공 쿠치키 루키아를 구하기 위해 소울 소사이어티(만화 속 가상세계)로 뛰어들어 강적들과 혈전을 벌이면서 중얼거리는 대사다. 

‘격투기 메이저리그’ UFC 페더급서 활약하고 있는 정찬성(25)이 이런 대사를 소화한다면 또 다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찬성은 길지 않은 MMA 커리어에도 미국 무대서 굵직한 인상을 남겼다.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바탕으로 지든 이기든 화끈한 임팩트를 내뿜어 ‘코리안 좀비’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앞서 거론한 '블리치'에 등장하는 사신들은 각각 자신만의 '참백도(斬魄刀)'를 지니고 있다. 마음을 잃은 악령인 호로를 베어 죄를 사하는 것은 물론 영체를 공격하기도 하는 무기다. 쓰는 자의 능력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며 상대와 맞서는 신묘한 능력을 자랑한다. 

정찬성의 참백도는 '좀비'다. 패기와 근성을 바탕으로 아무리 쓰러뜨려도 겁을 내지 않고 전진하는 기백 넘치는 사신의 참백도로 잘 어울린다. 이치고는 비슷한 성격의 6번대 부대장 아바라이 렌지와의 연전을 통해 참백도의 힘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정찬성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무명 파이터였던 그는 '배드보이' 레오나르도 가르시아(32·미국)와의 2연전을 통해 ‘좀비’라는 별명으로 미국 현지 팬들에게 어필한 것은 물론 트위스터라는 환상의 서브미션 기술로 매료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이치고-렌지, 정찬성-가르시아는 캐릭터 면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 

렌지전 승리 이후 이치고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다음 대결에서 투지와 기술을 모두 갖춘 11번대 대장 자라키 켄파치와 혈전 끝에 비긴 것. 관록-기량 모든 면에서 켄파치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이치고는 침착하고 배짱 있는 승부로 기적을 체험한다. 정찬성 또한 최근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 캐나다서 열린 'UFC 140-존스vs마치다' 대회에서 7초 만에 마크 호미닉(30·캐나다)을 넉아웃으로 잡아냈다. 호미닉이 타이틀매치까지 치른 강자라는 점을 떠올릴 때, 정찬성 승리는 그야말로 ‘깜짝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경기 시작 7초 만에 때려눕히며 역대 최단시간 KO와 타이를 이뤘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기습적으로 달려든 호미닉 기세에 당황하지 않고 카운터펀치를 꽂아버린 냉정한 대처가 인상적이었다. 

블리치 사신들이 쓰는 참백도는 두 번의 해방 과정을 거쳐 최고 수준의 무기가 된다. 첫 번째가 시해이고 이를 뛰어넘는 달인의 경지가 두 번째 단계인 '만해(卍海)'다. 만해는 사신 중에서도 극소수만 성공이 가능한 수준으로 이러한 단계에 접어든다면 누구와도 일합을 겨룰 수 있다. 

비록 호미닉을 단숨에 잡아내긴 했지만 블리치 사신들 관점에서 정찬성은 시해 정도에 머물러 있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시점에서 호미닉과 2차전이 펼쳐진다면 정찬성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찬성과 같은 체급 내 강자들 중에는 시해를 넘어 만해 수준에 이른 선수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상위권인 호미닉을 꺾었다고 정찬성이 당장 그 위 레벨이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체급 내에서 일정기간 생존에 성공한 파이터들의 최종목표는 역시 챔피언이다. 정찬성 역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각종 인터뷰를 통해 우회적으로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종종 드러낸다. 상당히 인상적인 캐릭터인 데다 UFC 측에서도 흥행카드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만큼, 1~2승만 추가하면 의외로 기회가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챔피언 호세 알도(25)는 14연승을 질주할 만큼 무척이나 강하다. 타 단체 시절부터 무적의 파이터로 꼽혔던 그는 UFC 입성 후에도 이러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만해 수준에 오른 체급 내 다른 강자들과 비교해서도 한 단계 더 높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알도가 참백도를 쥔다면 그 이름을 ‘최강’이라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눈앞에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참백도를 갖춘 사신의 실사판이 바로 알도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정찬성의 송곳니는 날카롭긴 하지만 아직 알도에게 닿아있지 않다. 위력이 있다 해도 물어뜯지 못한다면 상대를 이길 수 없다. 현재의 위치를 감안했을 때, 말 그대로 송곳니에 불을 붙이겠다는 각오와 공격성이 요구된다. 

과연 정찬성이 알도를 제압하고 챔피언에 등극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참백도를 움켜쥔 ‘코리안 좀비’ 행보가 주목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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