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서 해야 할 말 잘 못하고, 싫은 소리 못하고,
자기것도 잘 못챙겨서 맨날 답답하단 소리 듣는데요, 이상하게 미국에 있을 땐 속에 있는 말들이 술술 나오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 하게 되더라구요... ㅋㅋㅋㅋ
눈치를 좀 덜 보게 된다고 해야하나... 암튼 지금 풀을 썰은 고등학생때 미국에서 있던 일입니다.
돈이 음슴으로 음슴체로 가겠슴.
고등학생때 ESL을 듣던 때의 이야기임.
당시 어느 중국 남자애와 같은 반이었음. 이 아이는 철학에 관심이 많고 굉장히 고지식한 아이였음.
생긴것만 봐도 딱 미국 애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아시아의 범생이 타입. 마른 몸, 굽은 어깨, 하얀 피부에 굴절이 심한 안경을 쓰고,
늘 한손엔 책가방과 다른 한손엔 두꺼운 책 하나를 끼고 다녔음.
어느 날 그 ESL 클래스에서 셰익스피어에 관해 배우는 날이 있었음.
우린 수업시간에 유치원생급 단어들로 옮겨진 로미오와 줄리엣을 정독 한 후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를 두 편이나 보게됨.
처음 봤던건 글쓴이가 킹왕짱 사랑하는 여배우중 하나인 올리비아 허씨와 잭에프론 도플갱어인 레너드 위팅이 주연인 60년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음.
당시 글쓴이의 뇌에는 오직 예체능 관련의 지식과 영감만 서식하고 있어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표현을 이해하는데엔 수많은 에로사항이 피어났음.
그래서 영화 자체의 내용보단 올리비아 허씨랑 레너드 위팅의 반질반질한 얼굴과 영화의 작품성에 더 집중을 하게 된듯.
이후 본 로미오와 줄리엣은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90년대 버전이었음.
나와 반에 있던 여자아이들은 디카프리오 리즈시절을 볼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음.
하지만 이 기대감도 잠시... 갱스터들이 판치고 나오는 난잡한 설정에 반에 있던 아이들은 실망을 금치 못함.
영화를 본 120분도 굉장히 아까웠을 뿐더러 머리아픈 연출에 그 영화를 안본 뇌를 절실히 사고싶을 정도였음....
연출도 연출이지만 줄리엣 캐스팅 또한 별로라고 생각되었음.
당시 줄리엣 역이었던 여배우가 클레어 데인즈였는데, 청초하고 고전적인 느낌보단 좀 강하고 세련된 현대미가 더 느껴져서 줄리엣이란 역할이랑 잘 안맞는다고 생각했음. (그냥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에요 ㅠㅠ 콜로세움 ㄴㄴ해)
이 생각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선 어느정도 수긍을 하셨고, 반 아이들은 맞아 맞아 이러면서 공감을 함.
그때 아까 위에서 말한 중국 남자애가 "지지배들 질투는..." 이런식으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짐.
나니???? 난 그냥 저분이 줄리엣에 안맞는다고 했지 저분 자체가 별로라곤 말을 안했는데?
반론을 하자 중국 남자애는 "지금 너네 대신 저 사람이 디카프리오랑 뽀뽀하니까 질투하는거잖아 ㅡㅡㅋ" 라고 대답을 함.
어이가 털린 반 여자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열띈 토론이 시작될 삘이었으나 수업 마침 종이 울렸음.
그날 하루 종일 글쓴이는 그 발언 하나때문에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음. 아마 예민했던 때라 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엔 기분나쁜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법을 몰랐던데다가, 멘탈도 지금보다 더 두부같던 때라 굉장히 분통해 하며 복수의 칼을 감.
그리고 방학을 앞둔 어느날,
으레 방학 직전 학교 분위기가 그렇듯, 그 반 분위기 또한 굉장히 늘어져 있었음. 시험을 봤던 직후라 더 그랬음.
그날은 글쓴이가 아마존에서 산 목걸이 시계를 하고 왔는데, 본 애들과 선생님들마다 (여자) 귀엽다고 칭찬해줌.
이 ESL 선생 또한 그랬음. 목걸이 너무 귀엽다고 하면서 시계가 작동하냐 물어봄.
그 짧은 순간, 글쓴이는 본능적으로 지금 바로 이때가 저새끼(중국애)를 엿먹일 기회인걸 깨달음.
그리고 대답을 함.
"아뇨. 사고 한 2일동안 시계가 갔었는데 그 뒤에 멈춰서 안움직이더라구요... 중국산이라서 그런가봐요."
반 애들 빵터짐
선생님도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양갱아!!!" 이러심.
하지만 곧 부들부들 거리는 그 중국 남자애 한명 빼고 반에 있던 모두가 깔깔거리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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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별로 안 사이다지만 할 말 잘 못하는 제겐 저것이 제 인생 유일무이의 최고의 사이다였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