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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그 이후
게시물ID : humorbest_243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이비
추천 : 122
조회수 : 52223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8/24 22:07:35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8/11 02:04:12

11월

수능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조급함, 불안감과 함께 곧 수능이 끝난다는 설레임이 공존..
설레임에 밤잠을 설칠법도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자기최면으로 매일밤 애써 설레임을 죽이며 깊지 못한 잠에 듬..
수능이 끝난 날, 집에 오자마자 점수를 확인하고 어느 사람은 절망에 빠지고 어느 사람은 기쁨에 날뛴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예상 등급컷을 보고는, 못 본 사람은 억장이 무너져 내려 울다가, 괴로워하다 지쳐 잠들고
잘 본 사람은 내일 학교에 가서 다른아이들 점수를 물어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수능 전날보다도 잠을 설친다.
수능이 끝난 12월, 잘본 사람이든 못본 사람이든 당장의 해방감에 미친듯이 논다.
못해본 머리도 해보고, 취미생활을 하거나 특기를 만들겠다고 학원에 다니는 사람, 자기 취미에 빠지는 사람, 맨날맨날 친구들 만나러 다니는 사람..잘 본 사람이든 못 본 사람이든, 물론 작은 거리감은 있지만서도, 어울려서 논다. 정말 행복하게 논다.
수능 성적표도 그들을 쉽게 멈추게 하지 못한다.
못본 아이들은 마음속에 찜찜함을 담은채로 놀고, 잘본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1월, 재수를 결심한 아이들은 슬슬 마음을 다잡고, 수시에 붙은 아이들은 들뜬 마음에 자기 학교의 인터넷 클럽에도 가입하고, 어떤 아이들은 정모도 나가면서 대학생활에 대한 꿈을 부풀린다.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심난하게 지원할 학교를 고민한다.

2월..정시도 대부분 결정이 나고, 수능직후 엄청난 결속력으로 단합되던 고3반은 조각조각 분열된다.
지방대로 가는 친구, 서울권 상위 대학에 가는 친구, 재수를 결심하고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서 다른아이들을 멀리하는 친구 등.. 재수생들은 속속이 연락을 감추고, 남은 아이들은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뭉치게 된다.

3월, 새 학기의 개강.. 이때쯤 되면 반은 거의 분열이 된다.
친한 친구가 같은 학교가 되면 기적, 가까운 학교가 되면 요행, 먼 학교가 되는 일은 다반사, 재수로 갈려버리는건 보통....유학으로 떠나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재수생들은 일부 정신 못차린 애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부하느라 바쁘다.
재학생들은 대학생이 됬다는 기쁨은 사라진지 오래, 과할동에 집중하려 해보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기가 쉽지않다. 새삼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예전 친구에 대한 친밀감이 급상한다.

4월..재수생들은 여전히 공부에 심취해 있고, 몇몇 입대한다는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재학생들은  나름대로 즐거운 대학 생활에 만족하지만, 마음 어딘가에 여전히 허무함과 쓸쓸함을 느끼며,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찾으려 애쓴다. 이 과정에서 소수는 이성친구를 만들기도하고, 또 그중 일부분은 얼마 못가 깨져버린다. 이때쯤 되면 수능 직후를 떠올리며 같은반 친구들을 모아 단합하려는 아이들이 생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혹은 바쁘다고 못 나온다. 또한 이때는 단지 수능직후를 그리워 하며 만난 모임이지만, 그때의 행복감은 없다. 물론 서로 그리 친하지도 않다. 결국 이런 모임들은 
흐지부지 재미없게 흩어져버리고, 개개인은 다시한번 허무함을 느낀다.

5월, 가장 일이 많은 달, 재수생들은 슬슬 풀리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재학생들은 입학후 첫 중간고사와 축제 등 여러가지 학교 행사의 새로움을 맛보게된다. 3~4월에 이성친구를 사귀었던 아이들이 아직까지도 이어가고 있다면 슬슬 대학교에 자리를 잡게 되고, 여자친구도 못 만들고 과에 적응도 하지 못한 아이들은 아직도 그저 방황하고 있다. 그러던 중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다시 한번 설레임을 가지고 단합해서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생각만큼 나를 반겨주지는 않고, 그저 다른 아이들만큼만 대할뿐이다..고3때 나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여전히 반 친구들와의 모임은 어색하고 즐겁지가 않다. 다시한번 실망하고 술에 제대로 취하지도 못한채 집으로 돌아온다.

6월, 대학생활에 대한 꿈을 안고 들어온 3월, 그리고 여러가지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느낀 4~5월이 지나   6월이 왔다. 축제의 달, 5월도 끝나고 축제도, 주점도 끝나버렸다. 이쯤되면 재학생들은 흥미거리를 찾으려 애쓴다. 게임에 심취하거나 동아리활동에 심취하거나 친구들과 술마시고 당구치러 가는 소모적인 일에 심취한다. 하루하루 취해서 집에 들어가며 가슴속에 응어리를 털어버리려 애쓴다. 이성친구를 사귄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이 대학이라는 곳에서도 자기를 사랑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끼며 사랑을 깊어져 간다.
재수생들은 5월즈음 매주 주말마다 학원에서 나와서 놀면서 주말에는 놀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6월 모의고사를 보고는 대부분은 충격에 빠져서 다시 공부하려 애쓴다.

7월, 대학의 첫 학기도 결국엔 끝이 난다. 정말, 정말로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겨내고 학교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과외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좋은 학점을 받은 아이들은 즐겁게 방학의 첫달을 알차게 보낸다. 과외로 모은 돈으로 친구들에게 베풀기도 하고, 살을 빼려고 운동도 하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닌다. 힘든 일들을 많이 겪고 조금 더 성숙해진 아이들은 슬슬 자기 생활에 적응하게된다. 이성친구를 사귀었던 아이들은, 특히 남자의 경우 이때쯤이면 100일이 넘어가는 시점..슬슬 다툼도 일어나고 심한경우 깨지는 사람도 생긴다. 대학생활의 첫 방학이니만큼 이것저것 하면서 열심히 보내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고 집에 박혀서 자기와 똑같은 친구들과 뭐라도 해야하는데..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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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심심해서 수능과 그 이후..지금까지의 일들을 대충 적어보았습니다. 저의 일이고, 저의 생각입니다.
딱히 뭔가를 바래서 쓴건 아니고, 그냥 그랬더라..하고 제맘 털어놓고 싶어서요.
개인적으로 정말 3~5월은 아주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제 마음에 허무함을 남겼고 공부하던 때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 기간에 사랑을 놓쳐버려서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ㅎㅎ 그저 뻘글이니 재밌게 읽어 보시고 작은 공감이라도 해주신다면 감사할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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