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선도 자유롭게 쓰고,색도 예쁘게 써서 그림그리고 싶은데 그런 현실은 아직도 멀기만 하네요.
분명히 중학교 때까지는 그런 조바심도 없었고 그저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그렸던 것 같은데
대체 언제부터 제 안의 열등감이 싹텄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중학교 3학년 때 그림그리는 친구를 얻을 때부터였나...그동안 혼자 그리다가 같이 그림 그리는 친구를
만나니까 너무 기뻐서,걔 보여주려고 그림 그리고,또 보여주고....
근데요,그때 걔가 그림 보면서 한 말들이 제 마음속에 그대로 박혀있어요.
눈이 이게 뭐냐,코가 들창코야ㅋㅋㅋ,몸이 이상하다.........
악의는 없었어요.평소에도 털털하고 직설적인 애였으니까요.분명 그랬을 거에요.
근데 걔네 집에 놀러가서 역시 그림그리는 그 친구 언니랑 친구랑 저랑 그릴 때 제가 그리는 그림보고 둘이서
뭐라고 했던 기억이 너무 끔찍하게 남아있어요. 요목조목 따지면서 이거 고쳐라,저거 고쳐라고 했던 말들.
물론 그림그리는 애들 사이에서는 서로 잘못그린 점을 지적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고 역시 악의는 없었겠지만,
그동안 혼자 그리면서 혼자에 익숙해있던 저에겐 그게 감당할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학교가 갈라지면서 자연스레 사이가 소원해졌지만,그때 기억이 너무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림그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졌어요.
내 그림이 이상한가? 어떻게 하면 더 잘그리지? 어떻게 하면 칭찬받지?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전 그떄로 돌아가면 그럴 필요 없다고,제발 남 신경쓰지말고 그대로 그리라고,이상하지 않다고,그건 네 그림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때 이후로 그림체를 고치려고 갖은 수를 쓰면서 제 그림에 남아있던 특징들,장점들을 전부 버리게 됬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만족하느냐구요? 전혀 아니에요.아직도 저는 제 그림체를 보면서 속상해요.중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고치려'는게 잘못되었던 방법 같아요..........그건 정말 아닌 방법이었어요.
서로 다른 선상에 있는 그림체들을 보면서 각각 따왔더니 정말 괴물같은 그림체가 됬거든요.그림을 그릴 때마다 들쭉날쭉 달라지는 그림체들.
집어던지고 싶으리만치 자괴감이 느껴져요.
대학교에 왔는데 우연히 그 친구 언니와 만났어요.언니랑 같은 학교더라구요.
언니 손에 이끌려서 만화/그림동아리에 가입했어요.사람들은 다들 좋아요.
그치만 언니가 자꾸 저한테 잘해주려고 해도 저는 그 기억이 아직도 떠올라서 언니하고 진심으로 친해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언니는 그때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지도 않겠죠.물론 저도 지난 기억을 들춰내고 싶지도 않아요.
그치만 요즘 자꾸 울적해저요.나는 그림을 좋아했고,그림도 내게 좋은 취미였고,정말 행복했었는데
언제부터 이게 내게 있어 너무 무거운 굴레가 되었는지.......
요즘은 그림그리는 걸 놓을 수도 없고 계속하기도 너무 버거워요.그렇다고 놓아버리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회색빛이 될 것 같아 겁나요.
놓아버리면 더 후퇴할텐데,하면서도 지금 그리는 꼴을 보면 중학교 때만도 못한 그림이니까 짜증나고 화나서 다 찢어버리고 싶어요.
오늘도 좋아하는 캐릭터 그리다 말고 울었어요.전혀 내 마음대로 나와 주지 않거든요.
그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은데 전혀 다른 애가 나와서...너무 속상해서,내 손 하나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느냐고,너무 속상해요.........
우울한 글을 적어서 죄송합니다.
답답해 미칠 것 같은데 털어놓을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소리쳐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