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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박정희가 대한민국을 먹여살렸다고요?
게시물ID : sisa_243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운전해Ω
추천 : 17/2
조회수 : 47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06/09/30 06:07:04
박통에 대한 환상을 가지신분들 함 읽어보시라고 퍼왔습니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박정희란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1> 2차 대전 기간 동안 미국은 경제적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미국 대통령이 잘 해서인가? 아니다. 유럽에 전쟁이 터졌기 때문이다. 막대한 전쟁물자를 생산해 유럽에 넘기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풀가동 됐고 전쟁이 끝난 후엔 세계 금의 60%가 미국에 모여 있었다. 

그 금의 힘을 바탕으로 미국은 IMF, 세계은행, GATT 등 전후체제를 주도하면서 달러를 지구촌의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만약 2차 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의 후손이나 정치적 후계자들이 지금 이 모든 부흥의 공이 자신들이 추종하는 그때의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한다면? 

<2> 2차 대전 후 유럽경제 역시 화려하게 부흥했다. 그 이유는? 우린 모두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미국이 마샬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유럽에 돈을 뿌렸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소련의 위협과 사상 최대의 생산력을 이룩한 미국산업의 시장확보 필요성이 미국으로 하여금 서유럽을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안전판이 되는 시장으로 육성하게 했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경제부흥의 공을 당시 유럽의 해당국가 지도자와 그 추종자들이 독차지하려 한다면? 

<3> 2차 대전 후 일본의 경제 부흥도 눈부시다. 일본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우린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졌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한국전쟁으로 벌어들인 직접적인 수입만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그 수입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쟁은 미국의 대 일본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원래도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소련의 위협을 막을 미국의 항모로 상정됐었지만, 유럽에 필적하는 자본주의 경제대국으로 육성할 절박한 필요가 생긴 것은 한국전쟁과 중국의 공산화 때문이었다. 일본은 공산세력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마지막 보루로서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것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마음껏 누리며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만약 이 모든 경제성장의 공을 자민당 보수정치파벌이 독차지하면서 국민들에게 길이길이 경배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 세 가지 질문 모두 듣도 보도 못한 질문들이다. 정상적인 나라에선 아무도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그런 황당한 주장이 정당한 정치적, 역사적 소견으로 통용된다. 그것도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아 민족의 어버이 박정희 총통이시여!”라는 구호 앞에선 그 어떤 합리적 의문도 자취를 감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본주의 제1세계는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약 20여 년간 전설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런데 그 공을 특정한 대통령(혹은 수상)에게 돌리는 것 또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전설적인 20년 호황은 케인즈 이론에 입각한 정부개입, 수요창출, 복지 정책으로 가능했다는 주장이야 상식적으로 들었지만 말이다. 

우리 대한민국만 거꾸로다. 경제성장은 오로지 박정희의 공이라고 하는 게 상식이고, 정책이나 국제정세의 문제는 뒷전이다. 언제까지 노예의 정신으로 살 셈인가. 

한국전쟁과 중국공산화는 미국에게 일본뿐만 아니라, 반만년 농업국가였던 남한까지 자본주의 공업국가로 육성할 필요성을 강제했다. 그리고 일본에게 한국전쟁이 있었듯이 우리에겐 월남전이 있었다. 만약 월남에 가서 “남한 경제부흥은 순전히 박정희 덕분입니다”라고 주장하면 빈축만 살 걸?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전쟁특수 무시하고 같은 주장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상식은 어디나 통한다. 이상한 ‘박통 진리교’의 나라 대한민국만 빼고. 

미국은 남한의 자본 형성을 직접적으로 도왔다. 돈을 주고, 그 돈으로 공장지어 만든 물건을 사준 것이다. 그리고 자본형성 초기 강력한 보호무역을 실시했던 것도 눈 딱 감고 봐줬다. 나라에서 돈 대줘, 외국상품 못 들어오게 막아줘,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에서 물건 찍는 대로 사줘, 남한의 자본은 땅 짚고 헤엄치기로 성장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도 당시 세계 자본주의체제가 기록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충분한 분배로 사상 최고수준의 구매력을 자랑했던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값싸고 품질좋은 대량의 공산품을 생산해낼 최고의 노동력이 남한과 대만에 있었다. 남한의 노동력은 품질만 최고였던 게 아니라 근면성, 희생정신에 있어서도 사상 최고였다. 자본과 시장수요가 흘러넘치는 가나안에, 거기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까지 등에 업은 상황에서 세계 최고노동력을 가지고 박정희는 한국의 자본을 육성했던 거다. 

박정희의 유일한 공이라면 국가주도 경제정책을 폈다는 거다. 시장을 그냥 자유로운 상태로 두지 않고 국가권력이 강력하게 경제에 개입함과 동시에 유치산업 보호에 철저했다는 건데, 이건 박정희가 아니라 누가 집권했어도 그렇게 했을 거다. 그 정책은 박정희의 창작품이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주도 경제정책의 결정판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서양에서 국가가 가장 강력하다는 프랑스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정치권력이 경제를 통제하진 않았다. 한국이 시도해서 눈부신 성공을 거둔 그 정책은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이전에 이미 민주당이 입안했던 정책이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창작도 아니다. 

한국의 국가주도 경제정책은 일본을 모델로 한 것이다. 민주당, 박정희가 아니라 누가 집권했어도 그 모델로 갈 수밖에 없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은 독일을 모델로 한다. 이 삼자의 공통점은? 후발주자란 점이다. 후발주자가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초기성장을 꾀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다. 특히 한국은 누가 집권해도 일본 모델을 따르게 돼 있었다. 

그 정책의 유효성과 미국의 지원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남한은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물론 그 토대를 받친 건 세계 최고의 근면성을 자랑한 남한 민중이고. 

그럼 박정희는? 박정희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들어오는 자금을 국내에 배분하는 권한을 쿠데타를 통해 국민을 압살하면서 장악했다. 자원의 배분원칙이 시장논리가 아닌 국가주도의 계획배분이었던 상황에서 박정희가 대한민국의 목줄을 쥐었던 것이다. 그가 배분을 공공성에 입각해서 공명정대하게 했나? 

박정희와 그를 둘러싼 집단은 사적 권력욕을 국가공익에 우선시하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배분과정에서 막대한 부패를 자행했다. 그 부패구조를 영속화하기 위해 국민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그들만의 리그’를 짰고 그 부작용은 아직까지도 넌덜머리나게 우릴 따라다닌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과연 박정희밖에는 배분권을 쥘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까? 박정희가 아니었으면 월남전과 월남특수가 없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근면한 우리 국민이 박정희 아니었다면 ‘탱자탱자’ 놀기라도 했었단 말인가? 부존자원 없고 내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박정희 아니었으면 수출입국, 공업입국 안 했을까? 

친일파의 쿠데타와 군사독재 외에는 국가주도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리더십 확립이 안 되었을까? 또 쿠데타를 했다고 해도,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부패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일까? 만약 부패하지 않은 집단이 자원 배분을 맡았다면 우리의 경제성장은 훨씬 폭발적이지 않았을까? 



최소한 박정희를 위시한 민족반역-친일파 일당이 아닌 민족보수진영(프랑스로 치면 드골)이 분배를 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국이 박정희면 도와주고, 박정희 아니면 안 도와줬을까? 당연히 아니다. 미국의 목표는 남한이 북한과 소련, 중국을 막을 만큼 융성하는 거지, 박정희 도와주기가 아니었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국민을 누르고 미국으로 통하는 통로를 강탈했을 뿐이다. 만약 박정희가 아니었다면 70년대 후반 미국과의 마찰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 현대사의 사생아 전두환 정권도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며, 국민 학살도 없었을 거다. 남한 정권은 정당성을 가짐으로 해서 미국에게 보다 당당했을 것이고 미국도 독재 정권을 후원했다는 죄과를 벗음으로 해서 한미동맹이 지금보다 훨씬 ‘포지티브’했을 거다. 

박정희가 배분권을 강탈하고 평생 유지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자신의 사견(私犬)으로 길들였던 탓으로 아직까지 국가기관이 국민을 섬길 줄 모른다. 박정희가 배분권을 이용해 자본을 자신만의 사견으로 길들였던 탓에 자본이 국가공동체를 생각할 줄 모른다. 대한민국이 지금 십 몇 년째 정체하고 있는 근본엔 정확히 박정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보고 박정희더러 감사하라고? 내가 지금 먹는 쌀밥이 박정희 총통 덕분이라고? 이거 왜 이러십니까들. 



하재근/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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