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 늘 그랬듯이 지하철 4호선을 동대문운동장역에서 탔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참 희안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왠 아저씨 한 분이 지하철이 자기 안방인 것처럼 '철퍼덕' 엎드려 있더군요. 대낮부터 왠 술을 그리도 마셨는지.. 요즘 세상이 참 한숨만 나오는 시절이라지만 좀 안쓰러웠습니다. 아저씨가 꼼지라 꼼지락 움직일 때마다, 근처에 앉아있던 승객들은 하나, 둘씩 떠나더군요. 그렇게 그 술취한 아저씨는 버림받게 되었습니다. 그 지하철 한 칸에 타고 있던 저를 포함한 모든 승객들로부터.. 지하철은 다음 역인 충무로역에 정차했습니다. 3호선 환승역이라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탔습니다. 새로 탄 승객들 일부는 아예 이쪽으로 오지도 않더니, 어떤 분은 아저씨를 타넘기까지 하며 넘어옵니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한 청년이 조심스레 술취한 아저씨께 다가옵니다... 의식없는 아저씨를 가지런히 앉히고는 '집이 어디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물어봅니다. 아저씨가 뭐라고 하셨는지, 젊은이는 지하철 노선도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셉니다. 아저씨가 귀찮은 듯 뿌리쳐도,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그 앞을 지키고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한 손으로 아저씨를 계속 부축한 채로.. 신종플루도 극성이라 하고, 사람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데.. 더러워, 괜히 건드렸다가 봉변 당하면 어떻하나..라는 생각이 지하철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의 생각이었겠지요. 하지만 이 젊은이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양심'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친으로 보이는 분의 '나서지 마라'는 듯한 액션도 뿌리친채 말이죠. 김대중 대통령님은 다른 것 다 못하더라도 '투표' 하나만 한다면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하셨습니다. 돌아가신 대통령님의 뼈있고, 간곡한 부탁의 글귀를 본지가 몇 일 전이건만, 제 양심은 이미 부동자세였습니다. 그런 저를 생각해보니 참 부끄러워지더군요.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하는 양심', 거창하고 대의적인 일을 위한 '행동하는 양심' 을 꿈꾸기 전에, 생활속에서 작은 것을 실천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이 젊은이에게 감사의 글을 전합니다. 다음 펌 아 위에가 더러우면 밑에도 더러워진다고햇는대 아직 완전히 더러워지지는 않았나봅니다. 아 유머 자료 아니라 죄송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