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핑키 꿈속 탐방기
부제-룬셉션
루나는 어김없이 달이 뜨는 밤이면 캔틀롯 성의 난간으로 나간다. 이퀘스트리아의 밤을 수호하는 포니로써 그녀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일은 그저 영토를 지키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이퀘스트리아 국민들의 꿈을 관장하며 그 꿈을 원할하게 관리하는 역활도 한다. 하지만 이 일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그녀의 마법이 절정에 달하는, 오늘같이 달이 차있는 2~3일만 가능했다.
루나는 다른 포니들의 꿈을 관장하길 특히 좋아했다. 공주로 자신을 대하는 포니와 평소를 살아가는 포니의 모습은 약간 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꿈은 그 포니의 무의식을 보여준다. 꿈을 보면 포니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고 그 포니가 어떤 포니인지 더욱 자세히 알게 해주었다.
저번 여행에선 트와일라잇의 꿈을 보았다. 꿈속에서 하늘을 찌를듯하게 책을 쌓아놓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책을 읽고있는 트와일라잇을 생각하면 루나는 여전히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누구의 꿈속을 여행해볼까."
루나는 달을 보면서 집중했다. 그녀의 검은색 뿔이 강렬한 빛과 함께 번쩍거렸다.
루나는 달빛과 눈을 마주한 채 눈을 감았다.
루나가 다시 눈을 뜨자 루나는 전혀 다른 세계에 와있었다. 꿈의 세계인 것이다. 그녀가 있는 곳의 시간은 아직 낮인 캔틀롯의 거리였다.
"이상하네..."
루나가 중얼거렸다. 자신이 걷고있는 곳은 분명히 꿈의 세계일 텐데,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보통 꿈이란걸 무의식을 표현한다. 꿈을 꾸는 본인 이외의 사물은 제대로 형태도 갖추지 못하고 현실감이 전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꿈은 달랐다. 캔틀롯의 거리가 자신이 알고있던 캔틀롯과 정확했다. 마치 꿈이 아니라는 착각이 일 정도로 지나가는 포니마저 자신이 평소에 보던 바로 그 포니들이었다.
"이건 대체... 누구의 꿈인가."
루나는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며 뚜벅뚜벅 캔틀롯의 거리를 걸었다. 평소같으면 자신을 알아보고 절을 해야할 포니들인데 마치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저 갈길을 갈 뿐이었다. 꿈을 꾼 본인외에는 모두 허상이니 당연했지만 너무나도 생생했기 때문에 기분이 더 묘했다.
"말을 걸어봐야겠다. 아무래도 이 꿈은 이상해."
루나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옆에 지나가던 포니를 불러세우려 했다. 그 때 누군가가 급하게 루나를 막았다.
"안돼! 그러지마!"
루나가 깜짝 놀라 목소리의 주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함부로 꿈밖의 포니가 꿈속의 포니들에게 말을 걸면 안돼! 그러면 꿈이 붕괴되고 마니까!"
"핑키?! 이것은 네 꿈인것이냐?"
루나는 자신 앞에 서있는 포니를 보며 놀랐다. 핑키 역시 루나를 보더니 놀랐다.
"루나 공주님? 제 꿈에서 뭐하세요?"
"난 국민들의 꿈을 관장하는게 내 일이다. 누가 이렇게 생생한 꿈을 꾸나 했더니 이건 네 꿈이었구나."
핑키는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
"우와! 역시 공주님이세요! 제 꿈에 놀러오시다니! 사실 전 꿈을 설계하거든요."
루나는 핑키의 말에 의아해했다
"설계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핑키는 웃으며 대답했다.
"말그대로 설계에요. 어떤 꿈을 꿀지 만드는거죠. 아. 공주님이 이렇게 직접 찾아오셨으니 파티를 하는건 어때요? 여긴 꿈이니 캔틀롯 궁전에서도 파티를 열 수 있어요! 꿈이니 시간도 엄청 많죠! 아. 전 괜찮지만 루나 공주님은 설계된 포니들한테 말거시면 안돼요!"
"하하... 그거 재밌겠구나. 꿈속의 파티..."
루나는 순간 핑키가 한 말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핑키는 어째서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거지?
꿈속에서 꿈인것을 인식하는 경우는 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나 꿈이 아니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면 가끔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다. 자기 조차 헷갈릴 정도로 현실적인 꿈에서 핑키는 어떻게 자기 꿈이라는 것을 안것일까.
"핑키. 너는 어째서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것이냐."
루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핑키는 대답 대신 웃으며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팽이였다. 핑키는 나무로 깎은 그 팽이를 말없이 발굽에 대고 돌리기 시작했다.
팽이는 멈추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휘청거리는 기세없이 팽이는 계속 돌아갔다.
핑키는 팽이를 멈추고 다시 품안에 넣어두었다.
"봤죠? 간단해요. 팽이가 멈추면 현실. 계속 돌면 꿈속."
루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성문에 다다르자 핑키는 뭔가 생각이 난듯 외쳤다.
"맞다! 공주님! 우리 같이 그거 하실래요?"
"그거라니...?"
루나가 묻자 핑키는 신나서 대답했다.
"제 꿈의 꿈속으로 들어가시는 거에요. 저도 가끔 하는데 루나 공주님도 한번 해보세요!"
"꿈속의 꿈?"
루나가 이해가 안된단듯이 물었다.
"루나공주님이 제 꿈속에 들어오고 저랑 같이 한번 더 제 꿈으로 들어오시는 거죠. 꿈은 깊이 들어갈 수록 재밌어요!"
꿈속의 꿈이라니. 루나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꿈을 관장하는 자신보다 핑키가 꿈에 대해 훨씬 자세히 알고 있는듯 했다.
"좋다. 하지만 어떻게 가는 것이냐."
"별거 아니에요. 여긴 꿈속이잖아요?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핑키는 루나의 발굽을 잡더니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곤 쉼호흡을 한 번 쉬더니 루나는 쏟아지는 잠기운에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축하해요, 루나 공주님!"
"정말 축하드려요!
모든 포니들이 루나를 보며 소리쳤다. 포니들은 루나를 둘러쌓았고 루나는 그 중심에서 수줍은 듯 웃으며 기뻐했다.
"정말 고맙다, 나의 백성들이여."
루나는 지금 슈가큐브코너에 있었다. 그녀는 포니빌의 주민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었다.
루나는 왜 축하를 받는지 이유를 몰랐다. 심지어 왜 슈가큐브코너에 있는지 언제 이곳으로 왔는지 자각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루나는 그런것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루나 사이로 핑키파이가 걸어왔다.
"공주님. 제가 설계한 꿈이 어떠세요?"
핑키가 웃으며 말했다. 루나는 그 때서도 아무런 자각도 못했다.
"설계한 꿈이라니 무슨 말이더냐?"
핑키는 루나의 말에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품안에서 팽이를 꺼내더니 발굽위에 올려놓고 돌리기 시작했다.
루나는 그제서야 모든것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아..."
핑키는 안심한듯 한숨을 쉬고는 팽이를 품안에 다니 넣었다.
"조심하세요, 공주님. 꿈속의 꿈에서 꿈이라는걸 자각하지 못하면 제 꿈속에 있는 공주님도, 진짜 공주님도 깨어나지 못한다고요."
"그럼, 여긴 정말 네 꿈속의 꿈이란 말이더냐? 역시 생생하구나."
"고마워요! 사실 그 이전 꿈에선 공주님은 제가 만든 포니들을 건들 수 없었지만 지금은 공주님과 제가 같은 꿈속에서 자고있기 때문에 접촉이 가능해요! 이왕이면 파티도 시끌벅적 한게 좋잖아요?!
"그래."
루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밤이면 그녀는 늘 외로웠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캔틀롯 거리를 지켜보는 것도 신물이 났었다. 그나마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 포니들의 꿈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조차도 포니들이 꿈에서 깨면 무의미했다. 포니들은 자신의 꿈에서 루나가 나왔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니.
어쩌면 루나는 그저 이런것을 원했던 것일지 모른다. 꿈 속에서의 달콤한 꿈.
파티는 대략 3일동안 계속됐다. 루나는 꿈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다. 아직도 자기가 정말 꿈속의 꿈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럴때마다 핑키는 팽이를 돌려주며 주의를 주었다.
루나는 문득 걱정이 되며 말했다.
"꿈속에 이렇게 오래 있어도 되는것이냐. 혹, 현실의 내가 이미 아침이 되어있는데도 잠을 자고있을까 두렵구나."
핑키는 아무 걱정 말라며 웃었다.
"꿈에서 시간은 현실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잖아요. 꿈속의 꿈의 시간은 그것보다 훠어어어얼씬 느려요. 제가 이제까지 여기 있던건 실제로는 자다 몸 뒤척이는 시간도 안될걸요?"
"그렇구나. 꿈은 정말 신기하구나. 꿈을 관장하는 나조차도 너의 꿈에 대해 정말 많은것이 놀랍구나."
핑키는 루나의 칭찬에 기뻐했다.
"정말 좋은 꿈이야.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루나는 쓸쓸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가끔은 꿈이 더 좋긴 하죠. 하지만 전 현실이 훨씬 좋아요. 여기있는 포니들은 다 제가 만든거잖아요. 저는 진짜 친구들과 진짜 파티를 하고싶어요."
"....그렇지."
루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눈은 쓸쓸했다. 그녀는 그런 현실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친구와 파티가 없었다.
"공주님! 저 한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핑키는 루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뭘 말이냐?"
"공주님의 꿈에 들어가도 될까요?"
루나는 핑키의 말에 놀라 되물었다.
"내 꿈에 들어가자고?"
"네! 공주님의 무의식을 한 번 보고싶어요! 공주님은 한번도 자기 꿈에 들어가 본 적이 없잖아요?"
루나는 순간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꿈속의 꿈속의 꿈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뭔가 무서웠다.
"아니, 이제 그만하자. 그만 이 꿈도 깨고 현실로 돌아가야겠다."
핑키는 울먹이며 루나에게 메달렸다.
"공주님 한번만요! 그냥 공주님의 꿈은 어떤지만 보고 나올게요! 다른 포니의 꿈에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
사실 루나도 꿈을 꾸기는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꿈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그... 그래. 좋다. 하지만 바로 나와야한다."
"만세! 좋아요! 그럼 제 발굽을 잡아요!"
루나는 긴장하며 핑키의 발굽을 맞대었다. 핑키는 눈을 감기 전 흥분한듯 말했다.
"공주님 혹시 가끔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언젠가 눈을 뜨면 자기 인생 자체가 다 꿈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요. 이제껏 살아온 인생은 사실 다 꿈이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전혀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뜰 수도 있다는 생각요. 공주님도 흥분되요? 왜냐면 저도 흥분되거든요. 이제껏 이만큼 흥분된 적은 없어요. 전에 몇번 빼고는."
핑키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고 루나는 쉼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루나는 쏟아지는 잠에 의식이 멀어져갔다.
"동생아 얼른 일어나렴. 이제 곧 달이 나타날 시간이야."
셀레스티아의 목소리에 루나는 눈을 떴다. 그녀가 있는 곳은 왕실 루나 전용 침소였다.
"언...니?"
"평소에는 먼저 일어났는데 오늘은 무슨 잠이 그렇게 든거니? 빨리 일어나서 달을 준비해야지."
"나 잠들었어?"
루나는 막 잠에서 일어나 어눌한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셀레스티아는 기가 막힌다는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얘가. 아직 잠이 덜 깼니?"
루나는 정신이 멍했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천장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팽이... 팽이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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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성할 땐 핑키의 약빤 꿈내용을 그리려 했는데 인셉션이 생각나서 바꿔봤어요.
본지 2년된 영화라 정확히 내용은 잘 생각은 안났어요 그냥 처음 노선대로 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