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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펌] 차보다 사람이 먼저란 말이다
게시물ID : humorbest_2444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_-)
추천 : 106
조회수 : 6446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8/31 00:25:43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8/30 20:23:11
이외수 꽃털님께서 오유까지 진출하셨네요. ^o^a ------------------------------------------------------------------------- 아래글이 약간 편향적인 면은 있지만 배울 부분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_^ *출처: 딴지일보

[교통/국제] 차보다 사람이 먼저란 말이다.

2009.8.28.금요일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우리나라 사람 치고 이 노래를 모르는 넘은 없을 것이다. 이 곡은 고흥 출신의 동요작가 목일신 선생의 작품으로, 80여년 전인 1927년에 만들어졌다. 그러니 우리 부모님 세대는 물론 조부모 세대 역시 이 곡을 듣고 자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세대를 건너뛰어 계승되는 국민동요라고 할까.

하지만 일종의 코믹터치라고 할 이 노래와 관련해, 그 가사의 내용이 암시하는 사회적 의미까지 생각해 본 사람은 이 긴 세월 동안 거의 없지 싶다.

이 곡의 가사를 잘 보면 자전거가 따르릉 거리며 진행해 나가면 사람은 우물쭈물 하지 말고 즉시 비켜야 '무사할' 거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의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전거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속도를 늦추거나 배려하려는 아무런 의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방해 받지 않고 제 원래 속도로 달리고 싶을 뿐이고 사람은 알아서 피해야 할 뿐이다.

이렇듯, 이 밝고 즐거운 어린이 동요가 실은 보행자의 안전보다 자전거(맥락상 차로 봐도 무방) 운행의 원활함의 중요성을 은연중 대중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이 이 노래 속에서 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아 물론 목일신 선생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이건 그저 곡이 만들어지던 그 옛날 그 시대의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니 작가가 개인적인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도 이렇게 사람보다 차를 우선시하는 관점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해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개념도 없다는 점이다. 2009년, OECD와 UN에 의해 사실상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에 말이다.

그 이야기를 좀 하자꾸나.


며칠 전 본지에 '깜박이 좀 넣고 살자'는 기사도 나간 바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는 선진국과 그 언저리 나라들 중에서는 바닥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앞서 말했듯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이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또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울나라에 있는 동안에는 으례 그러려니 하고 살았고 이게 문제라는 걸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차이점을 극명하게 느낀 것은 캐나다와 영국에서 살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그저 운전자들이 매너를 잘 지키네... 하는 정도 생각이었던 것이 몇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서는 아예 도로 교통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과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된 거다. 한 마디로 이 나라들에서는 무조건, 언제나, 어떤 경우에나,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이를 가장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차와 사람이 가장 노골적으로 맞부딪치는 지점인 횡단보도다. 어느 나라던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종류가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근데 우리나라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사실상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왜냐면 건너는 사람이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눈치부터 보고, 차가 안 올 때를 골라서 건너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오랜 세월 이를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근데 과연 이게 맞는 거냐?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횡단보도라면 대체 왜 있어야 하는지 의아해진다. 사람이 현실적인 우선권을 갖지 못하는 횡단보도, 차가 없을 때만 건너야 하는 거라면 이건 사실 무단 횡단이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 무단 횡단 할 때도 어차피 좌우 눈치 보고 차 안 올 때 쉭 건너는 거는 매한가지니 말이다. 차이라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냐는 것, 사고가 난 경우 유리하다는 점뿐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신호 없는 횡단보도는 그저 찻길에 그려진 흰 선일 뿐이다. 여기에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횡단보도 자체의 썰렁한 구조도 이런 인식과 상황의 유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반면 아래는 영국의 전형적인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다.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일단 바닥부터 보자. 횡단보도 선 앞뒤로 30미터 정도 지그재그 차선이 그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그재그선의 역할은 두 가지다. 첫째는 운전자에게 조만간 횡단보도가 나타나니 서행하라는 것을 알리는 거고, 둘째는 이 구역 내에서는 절대로 주,정차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차된 차에 의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나 오는 차가 가려질 수도 있고, 공간도 좁아져 복합적인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생활 4년 중 (내내 차 몰았음) 아무리 복잡한 곳에서도 이 공간 내에 주차가 된 경우는 한번도 본 적 없다.


울나라에도 간혹 이런 지그재그 차선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건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양쪽 끝에 있는 기둥과 그 위의 노란 공이다. 이게 얼핏 폼으로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저 공 속에는 전등이 있어서 낮이고 밤이고 늘 깜빡이고 있다. 영국의 모든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는 이런 장치가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는 멀리서도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뿐더러 사람이 건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하게 된다. 야간에는 횡단보도를 밝히는 조명의 기능도 해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보행자 입장에서도 횡단보도의 위치를 금방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횡단이 가능하다.

한편 사거리 등 다소 교통이 복잡한 곳에는 반드시 아래와 같은 글귀가 바닥에 적혀 있다. 이건 보행자에게 차가 우측 방향에서 진행하니 잘 보고 건너라는 뜻이다. 놀라운 건 이 글귀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도 있다는 거다. 이건 빨간 불에 건너는 보행자를 위한 거다.

글타... 영국에서는 설사 빨간 불이라 해도 사람이 건너는 경우 웬만하면 차가 선다는 사실(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빨간 불에 건너는 사람을 단속하는 경우도 없고, 결과적으로 무단 횡단의 천국이라는 점이다(이 부분 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 현상 역시 '무조건 사람 우선'이라는 원칙의 결과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단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이런 설비는 단지 정지선 하나만으로 위의 모든 기능을 다 카바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부실한 횡단보도와는 접근 발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영국의 횡단보도에서는 아무리 차가 많아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허나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모습일 뿐이다.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보행자에 의한, 보행자만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울 나라에서 그런 개념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고도 그런 경우일까...?

이런 여건에 기초하여, 영국에서는 신호 없는 횡단보도라도 그 위를 사람이 건너고 있거나, 그 앞에 서서 건너려고 하거나, 가까이 접근해 건너려는 의사가 보이는 경우 차는 무조건, 100% 서게 되어 있다. 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문화가 그렇기 때문에 이를 어기는 운전자는 한 명도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나 같은 유학생이나 이민자도 이 문화에는 쉽게 적응한다.

따라서 보행자는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별로 살필 필요도 없이 횡단보도가 있으면 그냥 인도에서부터 논스톱으로 걸어가 당당하게 건너 버리면 된다. 글타.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사람이 차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차가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거다. 여기에 건너는 보행자도 마냥 당연하게 여기지만은 않고 운전자에게 살짝 손 인사를 하곤 하니, 배려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문화를 만들려면 국민의 의식 수준과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일단 신호 없는 횡단보도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지그재그선이던 노란 등이던 필요한 시설의 설치를 적극 고려해야 마땅하다. 이런 것은 돈이 많이 들지도 않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의 천분의 1이하의 돈으로 전국의 모든 횡단보도에 설치가 가능할 것이다.


종합 선물세트.
지그재그 차선과 노란 등, 그리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차길 중앙의 섬.
이러다 보니 영국의 횡단보도에서 뛰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열라 어렵다.

그리고는 차보다 사람이 항상 먼저라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어릴 때부터 심어놓는 게 중요하다. 물론 차는 강자고 사람은 약자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차가 사람을 피해야 하는 거다. 이런 것은 단지 도로 교통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윤리 의식, 남을 배려하는 정신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반대로 말하자면 교통 영역에서 이런 인식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고 방식이 사회의 다른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인에 비해 훨씬 무뚝뚝하고 사교성이 부족한 영국인들을 필자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장애인이 나타났을 때 그들의 돌변하는 모습, 친절과 배려로 가득 찬 그들의 태도는 힘든 영국 생활에 찌들었던 나의 편견을 반성하게 만들곤 했다.

심지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퍼 마시는 펍에서도, 일단 문 앞에 휠체어가 나타나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인 것처럼 들어오는 것부터 주문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밝은 표정으로 도와준다. 그 장애인이 말이 잘 안 통하는 동양인이어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그저 장애인 배려라는 한가지 덕목만을 강조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 거다. 항상 인간이 우선이고, 약자가 우선이라는 골수에 박힌 정신이 없이는 어렵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횡단보도부터 실천하자꾸나. 신호가 있건 없건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려는 것 같으면 무조건 서라. 그리고 그 사람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출발하지 마라. 기껏해야 몇 초 차이다. 머 정지선 멈추는 것도 옛날에 비해 많이 나아졌으니(여기에는 모 티비 프로그램의 공이 컸다) 이거라고 못할 것 없다.

그렇게 우리도 양반 좀 돼서 살아보자. 별 급한 일도 없으면서 맨날 아마추어처럼 서둘지만 말고, 무방비 상태의 연약한 보행자들을 쇠덩어리 살인 무기로 위협하지 말고 말이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는 필자가 적금을 깨서라도 아래의 시스템을 전국 횡단보도에 설치하려 하니 다들 유념하시기 바란다..

딴지 논설위원 파토([email protected])
              트위터 :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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