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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2444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겨울나기★
추천 : 0
조회수 : 5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12/03 08:41:01
저는 스물셋 약대생이고 이제 약사시험을 한 달 반 정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른 동기들처럼 시험만 합격하면 여행도 가고 사고싶은 것도 사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공부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시기에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 글이라도 남겨봅니다.
제가 비록 학생신분이지만 은행에서 좋게 봐줬는지 올 초에 일천만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 돈, 제가 쓰려는게 아니라 저희 아버지 빌려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좋아서는 결코 아닙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랑 이혼한 후 반지하 원룸에 혼자사십니다.
어머니는 다단계 빠져서 이혼 후 집을 나가셨고 동생은 군대에 있습니다.
아버지가 저희 형제와 어머니께 하셨던 언행들은 지금도 상처가 되지만
그래도 혼자계시는건 쓸쓸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 전 아버지한테 전화걸었습니다. 술 한 잔 하고 계시더군요.
아버지한테 저 곧 졸업하는데 대출만기도 얼마 안 남았고
졸업하고 취직 전까지 방값이랑 생활비 때문에 전화드렸다고 했습니다.
저한테 일단 공부 열심히하고 나중에 얘기하자하십니다.
나중에 얘기할만한게 아니라는건 알지만 일단 끊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다시 전화걸었습니다.
역시나 술 한 잔... 위에 이야기 다시 드리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저한테 빌린 돈 못 갚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갚고나면 당장 다음달부터 신용불량자 될 거라고 하십니다.
사실 제가 빌려드리기 전에 은행빚 엄청 많았던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이자 좀 덜내게 저한테 돈 좀 빌려달라기에 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채도 쓰셨답니다.
그러고도 매달 빚은 늘어만간다고 하시기에 제가 앞으로 어쩌실거냐고 여쭈었더니
파산신청 하실 것 같답니다.
순간 너무 화가났습니다.
돈은 못 받아도 좋은데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알바라도 더 했을텐데 시험 한달 반 남겨놓고 어쩌라는 말인지.
그리고 학교다니면서 과외알바, 학원알바 쉴틈없이 하면서도 돈 한 푼 안 쓴다고
사정 모르는 친구들한테 돈의 노예라는 소리도 들으며 눈물을 삼키던 저였는데,
아버지는 연락드릴때마다 술...술....술....... 순간 저만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금전적으로도 힘들지만 여러 가지로 감정이 복잡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쓰러질 수는 없으니까 언제나처럼 방법은 찾아볼겁니다.
단기알바라도 구해서 하다가 시험 합격하고 약사면허 나오면 취직하는 것.
그 후에 동생 제대할 때까진 일하다 군대가야겠네요.
동생도 고등학교도 관두고 어영부영 지내다 군대 가버렸는데 정신 좀 차려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돌아오면 저라도 있어야 다시 방황하거나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 아침이네요. 글 쓰면서 감정도 많이 누그러들었습니다.
잠깐 눈 좀 붙이고 다시 힘내서 도서관 가야겠습니다.
혹시나 길고 지루한 글 여기까지 읽어주신분 계시다면 그 자체로 위로가 될겁니다.
그럼 모두 좋은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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