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냄새가 사그라들기 전에 버스에 몸을 싣고,
별이 나를 깔보는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햇빛은 구경도 못한다.
하지만, 숨은 쉬어야 하니, 토요일은 특별히 남들 퇴근 하는 시간까지만
애초에, 이 길은 내가 바라던 것은 아니였다.
내가 가려던 길이 내 의지보다 더 험난 하단 걸 깨달았을 때,
어머니가 내 꿈에 대해 침묵으로 대답 한 것처럼
나도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 수 없었다.
졸업장을 옆구리에 끼고 학사모를 쓴 채,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는 죄책감, 애매한 재능만을 가진 나에 대한 한심한 감정.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어디론가 날아 가버릴 것 같았고, 지금도 그럴것 같다.
그래서 나의 나약함이 나를 집어 삼키기 전에 대가리 속에 영어 문법을 때려 박았다.
문법들이 머릿 속에 뒤엉킬 때 쯤엔 조선의 유구한 역사를 머리에 쑤셔넣었다.
고작 이 주, 내 안의 '나'는 조금씩 흩어졌다.
가슴이 텅 빈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가 조금 사라지면 어때, 적어도 난 달리고 있잖아.
이대로만 하면 넌 무조건 합격이다. 기특하다는 듯이 말하는 원장님의 말에 나는 위로 받았다.
새벽 네 시부터 다 큰 처자를 뒷바라지 하는 어머니도 만족스러운 눈치다.
단 한번도 생각 해본 적 없는 공무원의 길, 이런 재미없는 길로 가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던 '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 숨막히는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해 버렸다.
그래서 진짜로 내 꿈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 가는 길이 적어도 굶어 죽을 일은 없고, 남들한테 명함 내밀긴 좋잖아.
엄마가 했던 말을 이젠 내가 뇌까린다.
그래, 나 얄팍하고 비겁한 인간이다.
근데, 나도 솔직히 재능 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 재능은 애매한 수준이였고, 다 늙어가는 어머니 앞에 고집피울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 꿈은 이제 공무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