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이빙벨 투입할때부터 오늘 기자회견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봤습니다.

갑작스런 기자회견과 이상호 기자의 트윗을 보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잠시 원망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기자회견을 보고 한 시간가량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사고 낸 선박회사도 아니고, 

아이들이 죽기만을 기다리던 해경과 언딘도 아니고, 

컨트롤타워 아니라며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도 아니고, 

미개한 국민에게는 별도의 사과 없이 분향소에서 CF찍은 대통령도 아니고,

열흘 남짓  발 동동거리며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다시 오라면 와서 결국엔 총알받이가 된 자원봉사자에게 

그 누구도 욕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 잠수부가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고 하여

누구도 그 잠수부를 욕하지 않습니다.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모두 다 책임지지 않으려고 할 때 

희망을 얘기하던 이종인 대표에게 너무 기대를 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언딘과 해경의 비협조 때문이었다고 그렇게 말하라고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예상하는 문제로 인해 혼란을 야기 시키고 싶지 않아 접었는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기자회견 때 해경에게 다이빙 벨 쓰려면 가져가서 쓰라고까지 합니다. 

그렇게 다 내려놓고 돌아섰습니다. 

기자들에게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면서 

물어보는 질문에 하나하나 어눌하지만 성의를 다하여 대답해 주었는데도

아...하는 인터뷰가 헉..하고 나올 때 

기자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생각하면 억울해서 제가 대신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의전용 의자에서 라면을 먹고,

실종자 가족과 기념 사진촬영을 하려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행진을 막으면서 본인이 전문가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고 하던, 

교신 내용을 편집하고 아이들 목숨을 돈으로 계산하고 있을 이들과,

작업복을 갈아입고 맨 처음 구조선에 올라 유유히 빠져나갔던 그들을

그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우리들의 절망을... 

환갑기념이라며 아내가 마련해줬다는 돈으로 

신명나서 한걸음에 달려왔던 늙은 잠수부가 

나에겐 슈퍼맨이요, 베트맨이었습니다. 

많은 희망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두 손 모으고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지켜보다가 

잠수부의 카메라에 아이들이 있을 배 선체가 보일 때는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이렇게 접는 것에 대한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보내드립니다.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셨겠지만 몸이라도 건강하게 보내드려 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했습니다. 

사고이후 지금까지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