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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
게시물ID : gametalk_244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rva
추천 : 12/6
조회수 : 638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3/17 02:16:31
하고픈 말이 많아서인지 글이 깁니다.
잘 읽히게 써보려했지만 어렵네요.
끝까지 다 읽어주신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전 프로그래머입니다.
아래의 글들을 보니 확률 공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던데..
그런 글들의 댓글에서 그러면 스팀에 패키지를 내면 될 거 아니냐는 단순명료한 답들이 많아서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지금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게임 개발 상황은 기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게임을 좋아하시는 여러분들도 많이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몇년 전부터 모바일 게임이 업계를 점령하면서 PC 온라인 게임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직업을 갖게되었던 4~5년 전만 해도 온라인 게임 하나 만들면 돈 잘 벌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게임 만드는 사람은 병신이라는 풍조가 더 많습니다.
그만큼 모바일이 대세라는 거지요.
하지만 이건 대세라기보단 광풍입니다.
업계 내에서 제가 느끼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게임은 프로그래머, 기획자, 아트...이렇게 셋이 만드는 걸까요?
아닙니다.
게임은 돈이 만듭니다.
요즘 나오는 등급별 히어로를 키워 던전를 돌며 레벨업과 등급업을 시키는 모바일 게임을 생각해볼까요?
일단 프로그래머 셋은 필요합니다.(+3)
그리고 기획자 둘은 필요하겠지요.(+2)
아트는 원화 둘, 모델러 둘, 배경 하나, 애니메이터 하나, 이펙터 하나 이렇게 일곱이 필요합니다.(+7)
합쳐서 12명이네요. 이는 완전 최소는 아니고 부족한정도의 최소 인원입니다.
회사 대표를 이중에 한명이 맡는다하고 각자의 연봉을 2,500만원이라 생각하면 1년동안 이 인원을 가동시킬 돈은 3억이 듭니다. 순수 인건비로 3억이지요.
여기에 회사 운영비(사무실 임대, 각종 세금 등등)으로 따지면 5억 조금 안될 수 있습니다. 쉽게 계산하게 5억이라 하지요.
자...
개발기간을 근 6~8개월 정도로 잡는다 해도 일단 5억은 있어야 게임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근데 이 5억은 어디서 나오나요?
엄청난 집안의 아드님이 같이 프로젝트를 해주지 않는 이상 게임 개발사에게 순 자본이 5억이나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우린 투자회사를 찾게 되지요.
그럼 투자회사는 우리가 만들 게임을 보고 심사해서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하게 될겁니다.
거기서 이 프로젝트는 한번의 수정을 요구 받습니다.
투자자는 돈을 투자한 만큼 벌고 싶을 겁니다.
그러니 돈이 벌릴만한 게임을 투자하야겠지요.
그러면 프로젝트에서 이러이러한 부분들을 돈을 벌 수 있게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그럼 개발사는 어쩌나요? 게임을 개발하려면 하는 수 없이 프로젝트를 수정하고 투자자의 입맛을 맞춥니다.
투자만 받았으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우린 퍼블리셔도 필요합니다.
시장에 아무 인프라도 없는 듣보게임회사가 내는 게임이 홍보가 가능이나 한가요?
홍보비용은 못해도 1억이 들텐데 투자자가 우리 회사를 뭘 믿고 1억을 더 주겠습니까....
그러니 우린 우리 게임을 배급해주고 홍보도 해줄 퍼블리셔를 찾아야합니다.
소위 우리가 잘아는 4:33, 넷마블, 게임빌 뭐이런 퍼블리셔들을요...
그럼 그들은 공짜로 퍼블리싱을 해줄까요?
아닙니다. 그들 역시 돈을 벌어야합니다.
그러니 또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게임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게임 퍼블리싱은 백지화 되는 거지요.
그럼 우리 회사는 어째야 할까요? 하는 수 없습니다. 일단 우리도 개발을 하고 돈을 벌어야 생활을 할테니 수정안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계속 수정된 게임은 지금 여러분들이 다 똑같다고 하는 게임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마치 같은 성형외과에서 수술한 강남언니들의 얼굴처럼요...

자...
그럼 왜 재기발랄한 게임이 나올 수가 없는지 말해볼까요?
간단합니다. 그런 게임들을 애당초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받질 못합니다.
투자자나 퍼블리셔들은 게임성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겐 그저 게임이란 돈벌이지요.
재기발랄한 게임성이 넘치는 게임들은 그들의 눈엔 돈 안되는 것들일 뿐입니다.
투자를 받을 수가 없지요.
마치 아무리 홍대의 인디밴드들의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기획사에서는 비슷비슷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자...
그럼 왜 스팀에 패키지 형태로 게임을 내지 않는지 말해볼까요?
스팀에 게임을 내고 싶다면 일단 게임을 만들어야 할텐데...
다시 똑같은 이야기이지만 게임을 만들려면 투자를 받아야하고 투자자들은 스팀에 발매할 게임에 대해 투자하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그러면 자신들이 먹을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스팀이라는 믿을 수 없는 플랫폼보다는 모바일이라는 자신들의 손이 닿는 플랫폼이 있는데 왜 스팀에 내겠다는 게임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스팀이라고 아무나 만든 인디게임을 다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들도 자기들이 판단해봤을때 믿을만한 투자회사나 퍼블리셔가 붙은 게임을 우선적으로 내줍니다.
그럼 인디로라도 해보면 되지 않겠냐구요?
그럼 그렇게 인디로 게임을 만들동안 생활비는 어떻게 하나요?
각자 따로 알바하면서 게임을 만들까요?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뭐 집에 돈이 많이 있어서 12명 모두 1년동안 수입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면 할 수 있겠죠.
근데 그게 말이 되나요?

그럼 하지마....
굉장히 유명한 짤이 되었죠...
그 사람이 그런 만화를 그린 것은 누가봐도 오바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투자자나 퍼블리셔가 말하는 돈이 되는 게임은 유저가 많은 게임입니다.
유저가 많으면 과금유저도 많고 그러면 게임은 돈을 벌게 되는 것이죠.
근데 지금 구글 플레이, 아이튠즈의 상위랭크나 최대매출 게임들을 찾아보세요.
여러분들이 욕하시는 게임들이 거기에 있습니다.
투자자와 퍼블리셔들은 그 순위표를 증거로 개발사에게 내놓습니다.
개발사는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만들 게임이 아무리 게임성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이 게임에 투자를 하면 저기 걸려 있는 게임들 다 잡을 수 있다는 말은...
그 순위표 앞에서 공허합니다.
그리고 그 순위표는 유저가 만들어주지요.
그러니 그 만화를 그린 사람도 "그럼 하지말라"고 말하고 싶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일을 4~5년 동안 하면서 가진 꿈은..
언젠간 인디 게임을 하나 내고 싶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단 오늘을 살고 이 한달을 버티며 올해를 날 수 있는 월급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갖은 욕을 해가며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지 못한다는 자괴감도 이기고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려봅니다.

겨우 확률 공개하는 거에 뭐 그리 민감하냐며 개발자들을 욕하진 말아주세요.
그럼 스팀에 게임 내면 되지 않냐고 쉽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게임이 돈이 벌리면 투자자와 퍼블리셔는 개발사에게 관대해지지만..
돈이 벌리지 않으면 그 책임은 개발사 혼자 모두 감당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개발사에는 여러분처럼 한 달 월급으로 한 달 딱 살며 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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