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귈 때도 이렇게 애닲게 보고싶은 적은 없었는데.
부르면 금방 볼 수 있기 때문이었구나.
내가 내 맘대로 헤어진 것 같아서 오빠는 내가 원망스러울 거 알아.
결국 오빠에겐 납득이 되지 않았겠지만
나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가 통하지 않는 게 답답했어.
결혼까지 안 될 거라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결론 내렸어. 이게 지금은 내 선택일 뿐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빠에게도 더 나은 사랑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어. 오빠를 미워하지 않아. 오빠를 나쁘거나 하찮게 생각한 것도 아니야. 단지 우리가 너무 다른 사람일 뿐이야.... 오빠는 그게 헤어짐의 이유가 되냐고 했는데, 왜 이겨낼 수 있는 문제를 피하려고 하냐고 했는데.
오빠와 통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외로울 때도 꽤 있었어.
오빠와 헤어진 다음날은 오빠와 헤어지기 전날과 별 다를 게 없다는 게 마음이 휑했어. 그만큼 내가 오빠를 이미 많이 밀어냈었나봐. 우리는 겉으로 보기엔 안정기에 접어든 커플이었고, 카톡 연락도 자주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고.
하지만 그 모든 게 내게 사랑으로 와닿진 않았어.
자꾸만 변명하는 것 같네....
내 선택이 옳았다고 믿고 싶어서 그래.
오빠가 보고싶어지는 지금 흔들리지 않고 싶어서.
오빠의 보들보들한 턱살, 나를 향해 한없이 따뜻했던 눈빛, 팔자걸음 모두 보고싶어. 그리워. 이별에 아파하는 오빠 표정이 생각나서 나도 아파. 많이 미안해.
최선일 거라 생각했어. 나는 결혼까지는 엄두가 안 났어. 우리는 안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어.
그리고 내가 선택한 최선이기에 나는 꿋꿋해야 할 것 같았어.
아파할 이유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보고싶네. 정말 이렇게 문득. 무방비로.
다시 안 봐도 나는 괜찮을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사진 안 지운 게 다행이라며 다시 사진첩을 열어서 오빠 얼굴을 봤어. 내가 사랑한 오빠 얼굴.
미안해. 혼자 끝내고 혼자 보고싶어해서.
더 강해질게. 더 꿋꿋하게 마음 잡을게.
지금 와서 오빠한테 다시 연락하는 것도 말도 안 될 뿐더러
설령 다시 사귀게 된다 해도 우리 이번엔 더 큰 상처 주고 헤어질지도 몰라. 결국 똑같은 이유로 결혼은 못할 텐데, 헤어짐은 예정되어 있잖아.
일이 안 잡히고 다 짜증이 난다.
오빠도 그래? 오빠는 오죽 더 그래.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점점 무너져.
오빠가 옆에 있을 때 별로 힘이 된다고 느끼질 않았는데 없으니까 내가 그 빈자리만큼 무너지는 것 같아.
오빠에게 힘이 되는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
오빠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고.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