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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년이 광대가 된 이유
게시물ID : readers_244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징어짬밥
추천 : 1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3/21 23: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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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는 소년은 자신을 광대라고 불렀다. 그 말에는 그가 노래로 번 몇푼의 돈과 손때탄 기타, 그리고 ‘깜씨’와의 이별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소년은 기타를 쳤다. 어디선가 슬쩍 배워온 ‘도둑 기타’였다. 혼자서 기타를 뚱땅거리는 소년을 보고, 근처 노숙인들은 “재능이 있네.”라고 말했다. 하지민 소년은 너무 어렸던 탓에,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꽤 잘한다고만 알 뿐이었다. 그래서 그저 그게 좋을 뿐이었다. 소년의 집은 서울역, 어느 한 구석의 커다란 박스였다. 그 박스는 아주 커서, 소년정도의 조그만 아이는 쏙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박스는 깜씨가 주워온 박스였다. 얼굴이 새까만 중년의 남자였다. 씻지 않는 탓에 그의 얼굴은 늘 까맣게 칠해져 있었다. 그래서 소년은 그를 깜씨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럴때마다 깜씨는, 형이라고 부르라며 소년에게 꿀밤을 먹였다. 깜씨는 장난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소년이 몹시 아끼는 기타에 낙서를 해놓거나, 소년의 얼굴에 낙서를 하곤 했다. 깜씨의 장난에 소년은 언제나 울음을 터뜨렸다. 목청이 터져라, 서럽게 엉엉. 언젠가는 역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울어서 웬 남자들이 쫓아온 적이 있었다. 깜씨는 그들을 공무원이라고 불렀다. 공무원에게 쫓긴 깜씨는 소년의 손을 잡고 역에서 나왔다. 때는 늦가을. 막 쌀쌀해지는 날씨에 저녁이라서, 춥다면 추운 날씨였다. 깜씨는 몸을 덜덜 떠는 소년을 데리고 어느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얼마 없는 돈을 털어서, 소년에게 오뎅이라는 아주 고급스러운 음식을 사줬다. 그걸 보고 소년은 눈을 토끼처럼 떴다. 동그란게 꼭 공 같았다. 그 오뎅은 따뜻했다. 꼭 붙잡은 깜씨의 손처럼 따뜻했다. “맛있냐?” 돌아가면서, 깜씨가 물었다. 소년은 오뎅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다. “그럼 임마, 그만 좀 울어라. 사내새끼가 맨날 질질 짜기나 하고.” “깜씨 아저씨가 장난치니까 그렇지! 특히 내 기타!” 소년은 그렇게 외치며 메고있던 기타케이스의 끈을 꽉 잡았다. 거의 소년의 키만한 물건을 소년은 잘도 메고 돌아다녔다. “그게 그렇게 좋으냐?” “응! 그러니까 낙서하지마.” 소년은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째려보지 마. 뚫어지겠네. 내가 그렇게 싫어?” “아니!” 이번엔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왜?” “오뎅을 사줬으니까.” “그게 다냐?” “아니!” 이번에도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는 어른이잖아!” “그래 임마. 어른이다.” 깜씨는 하하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소년은 자기 머리가 잔뜩 헝클어지는것도 모르고, 간지럽다며 마냥 웃었다. 그때 소년은 그런 나날이 영원할 줄 알았다. 영원히 깜씨와 즐거운 멜로디를 만들고, 그에게서 배울 줄 알았다. 그때의 소년은 몰랐다. 갓 태어난 아기새는 먼 미래에 둥지를 떠나가 된다는 것을. 그것이 어떤 식이든 말이다. 그것은 필연이었고, 소년에게 주어질 일종의 시련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걸 알기엔 너무 어렸다. 그래서 생각도 하지 못했다. 깜씨는 그해 겨울에 죽어벼렸다.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어느 날 일어나질 못했다.  소년에게 갑자기 이별이 들이닥쳤다. 아무런 준비도 못하게끔. 그래서 무력하게끔. 깜씨는 아마, 화장되었을 것이다. 요즘엔 매장을 잘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깜씨의 이름을 몰라서 그가 어디에 안치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뭐하는 사람인지는 알았지만 뭘 했던 사람인지는 몰랐다. 아직 알게 많았다. 깜씨에 대해서.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소년은 아직도 배워야 했다. 아직 모르는게 너무나 많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아이’였으니까. 소년은 깜씨를 그리워했다. 처음에는. 하지만 소년은 이별을 겪어도 노숙자였다. 집이 없는, 한끼를 걱정해야하는. 어른이 책임지지 못한 아이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다. 소년은 하루하루 깜씨에대한 그리움을 무디게 갈았다. 하루하루, 소년은 노래를 불렀다. 돈을 받았고, 그걸로 밥을 먹었다. 소년은 자신의 심장을 먹을것에 파는 광대가 되었다. 하루에 수십번 노래를 부르고, 다음날은 목이 쉬고, 하지만 그 다음날은 하루에 수십번 노래를 불렀다. 그게 괴로웠다. 하지만 괴롭지 않을 방법을 몰랐다. 배우지 않았으니까. 깜씨가 미처 가르쳐주지 못했으니까. 소년은 그렇게 살았다. “깜씨 아저씨…….” 소년은 기타를 끌어안았다. 깜씨가 한 낙서가 보였다. 밤바람이 추웠다. 겨울이었으니 당연했다. 그 찬바람 속에서 소년은 잠을 잤다. 마치 꿈을 꾸듯 살짝 감은 눈두덩 밑은 깜씨처럼 시커맸다. 소년은 몹시 단 잠에 빠졌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타를 꼭 끌어안은 채였다.
 노숙하는 소년은 자신을 광대라고 불렀다. 그 말에는 그가 노래로 번 몇푼의 돈과 손때탄 기타, 그리고 ‘깜씨’와의 이별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ㅡㅡㅡ

 쓰긴 했는데 평가해줄 곳이 별로 없어요. 친구한테 보여줬는데 글에 재미가 없다네요. 혹시 어느 부분이 재미없는지 알 수 있을까 해서 올려보아요…
출처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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