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는 꿈*
1
순례자가 많은 숲에는
아무도 머물지 않는다
나무가 홀로 무성할 뿐
그리고 어둠이 먼저 내린다
단단하다는 것만으로 기대 온
몸들의 무게는 매 번
속에 주름들로 남지만
한 번 떠나간 몸들은
돌아올 줄 모른다
지나버린 꿈 속에선
몸에 묻은 보풀,
바닥에 죽은 껍질로 세어도 보지만
이름 잃은 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2
봄은 항상 동쪽 부터 불어서
네가 보일만큼 자랐을 때
처음 부터 알았다 내가
더 많은 것을 잃으리라고는
기대지만 누구든 우리에게는
기대는 법 한번 배우지 못한 우리는
참 오래도록 서 있겠구나
한 걸음도 다가서지 않은 채
그러나 다 내 탓이다.
남김 없이 비우고 버려도
어느새 다시 무성해져 있는 네가
푸른 나의 꿈인 것을
이제 나는 자란다
십년을 한걸음 네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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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박지윤의 노래 "나무가 되는 꿈"이 나와서 제목으로 따 봤어요.
시를 읽는 건 좋아하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역시 모르겠어요. 좋은 시는 뭘까요.
일년에 한 편 정도만 쓰게 되는 것도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기준이 없으니 더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