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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정주기자]지난 2009년 숨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57)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된 자료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의 심리로 첫 공판기일에서 조 전 청장 측은 "검찰이 16억원이 넘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발견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바람에 이 사실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 선 조 전 청장은 "강연 때 상상력을 동원해 차명계좌 발언을 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청와대 여직원 명의의 계좌로 5~6년간 16억원이 넘는 돈이 조금씩 입금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계좌추적을 했던 청와대 여직원 2명의 금융거래자료를 공개하면서 "카드 결제, 책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쓰인 계좌"라며 "많아야 3000~8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을 뿐 조 전 청장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 전 청장은 "한 여직원 명의의 계좌에 3년10개월간 입금된 누적액이 11억5000만원"이라며 "검찰이 추적한 자료가 분명히 더 있는데도 일부만 내놓고 있다"고 대응했다.

또 발언이 출처에 대해서는 "서울의 한 호텔 일식당에서 대검 중수부의 핵심 수사라인에 있는 사람과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직접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쟁점을 확장시키기 보다는 들은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실로 인식하게된 경위를 입증하는 게 먼저"라며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초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힌 조 전 청장 측은 "곽 변호사의 증인신문 이후 증인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