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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마다 올리는 미술사 이야기
게시물ID : art_24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그리트
추천 : 4
조회수 : 7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25 21: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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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폐렴. 남자에게 그것은 사망 선고나 다름 없었다.

광저우의 습한 기운이 가뜩이나 가쁜 호흡을 더디게 했다. 그는 죽음의 기로에 서있었다. 상업화가로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그 모든 것이 야윈 몸뚱이 앞에서는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붓을 들었다. 화가 생활을 시작한 이후 평생을 남들의 취향에 맞춘 그림만 그려왔다. 하지만 마지막을 바라보는 이 순간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늘게 떨리는 손을 억지로 부여잡고 획을 그어 나간다. 광저우의 산수, 이국적인 동물, 졸부들의 초상은 그가 손님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즐겨 그린 주제였지만 지금 그가 그린 그림 속에는 그것들이 없다. 오직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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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 <자화상>, 북경 고궁 박물관 소장.


작품 설명

19세기 중국 광저우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해상화파(海上畵派) 화가들은 19세기 중후반 청나라의 상업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이었습니다. 해상화파는 18세기 이래로 양주화파라 불리는 일군의 상업화가들을 이은 화가집단이었는데 그 중 사임(임웅, 임훈, 임예, 임백련)이라 불리우는 네 명의 화가들이 대중의 각광을 받았습니다.

임웅은 해상화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당대에 화려한 꽃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34년의 짧은 생애의 마지막을 장식한것은 다름 아닌 자화상이었죠. 그가 죽기 직전 남겼다고 알려진 <자화상>은 명대 이후 나타나는 동양의 전형적인 전신초상화 정통을 따르지만 사실적인 표정의 묘사로 인해 주목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그는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이미 폐렴 증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화상에서 우리는 유난히도 강렬하게 묘사된 그의 눈빛을 통해 이 화가의 정신을 가늠할수 있습니다.

그림 속의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물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의 눈은 단순히 무언가를 보는 것이기 보다 시대를 응시하는 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19세기의 광저우는 중국의 여느 지방들보다 외세의 물결이 분명하게 나타난 도시였습니다. 이미 서구 열강과의 전쟁으로 중국 중심의 중화사상은 해체 일변도로 가고 있었고 내부에서의 궁핍함 또한 청나라를 쇠락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임웅의 그림은 단지 화가 자신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병들어가는 중국인들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눈빛은 망해가는 왕조가 남길 수 있는 최후의 미명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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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글이 별로 없어서 예술게에 심심할때마다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참고문헌이 필요없는 기본적인 사실+작품 한 장을 기본으로 동,서양의 다양한 명작들을 올릴 예정입니다. 혹시 관련 분야 참고문헌이 필요하시면 나중에 따로 모아서 미술사 관련 책 소개도 병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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