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베오베간 글은 잘 봤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반론이 있어서, 전공자는 아니지만 써봅니다.
합목적성??
흰자위가 드러난 것에는 "반드시" "합목적"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표현은 잘못되었을 뿐더러 진화론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표현입니다.
독거소년님이 댓글로 지적했지만, 모든 형질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유리한 형질이었으나 현재는 쓸모없게 된 경우도 있고(time lag), 다른 유리한 형질로 진화하면서 부수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비합리적인 형질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개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특정 형질이 살아 남은 게 맞겠죠(그러니까 우리가 살아남았겠죠)
그래서 특정 형질을 유리하게 만든 특별한 이유를 찾는 연구가 있는 것이구요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합목적성"이 있다고 전제할 수는 없습니다
합목적이라는 표현이 위험한 것은 진화 과정은 결코 어떠한 합목적성도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진화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자기복제자(유전자)는 대체로 매우 우수하지만, 가끔 실수를 해서 돌연변이가 나옵니다.
돌연변이는 대부분 매우 불리하지만, 돌연변이가 매우 특수하거나 환경이 급변한다던가 해서 돌연변이가 유리해지면 그 돌연변이가 기존의 경쟁자를 대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매우 희귀하지만, 진화의 시간 척도로 보면 그다지 희귀하지도 않습니다
결국은 아무런 의식도 없는 자기복제자의 우연한 실수가 진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아무런 목적도 없습니다. 그냥 일어나는 겁니다
물론 적절한 변화압력이 있을 때, 수많은 자기복제자가 수많은 시간 척도 안에서는 진화가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화는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건 표현의 문제일 뿐 여전히 목적이란 건 없습니다
심지어 자기복제자가 자기복제를 하는 것도 그게 목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자기복제하는 놈이 있을 뿐입니다
진화에도 목적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은 오랫동안 종교의 관점으로 생명체를 바라본 관습에 책임이 있습니다.
신이 있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보니 진화를 설명하면서도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거죠
생명에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충분히 경이롭다는 것을 현대과학은 밝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