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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한으로 오해 받아서 죽빵 맞았던 일
게시물ID : humorstory_245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ㅇㅇΩ
추천 : 2
조회수 : 143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8/13 12:25:54
휴일날 여자친구랑 데이트도 할 겸 학교에 볼 일도 있고 해서

둘이 같이 빨간 버스 타고 서울 가는 중이었다.


멍 때리며 창 밖을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여자 친구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그 때 짧은 치마였나 핫팬츠였나 아무튼 맨살이 드러난 상태였기 때문에 여자친구는 흠칫 놀랐다.

째려보는 시선을 내가 태연한 얼굴로 마주보자 여자친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냥 내 손을 들어 내 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난 다시 허벅지에 손을 얹어 쪼물쪼물거렸다.

여자친구는 다시 내 손을 들어 치우고... 

내 손이 다가오면 손을 쳐낸 다던가, 그 걸 다시 피한다던가 계속 장난을 쳤다.


그 짓을 4~5번 정도 했나, 별 의미 없는 그 장난에 둘 다 몰두해서 그만 내릴 정거장을 놓칠 뻔 했다.

여자친구가 급히 소리를 질러 "아저씨! 잠시만요!" 후다닥 버스에서 내렸다.

난 쪼리가 벗겨지려고 해서 한 템포 늦게 뒤따라 내렸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웃으며 여자친구에게 하마터면 내릴 정거장 놓칠 뻔 했다고,

쪼리가 벗겨져서 자기 혼자 내릴 뻔 했다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뒤에서 거칠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내가 뒤를 바라보자마자 정통으로 죽빵을 맞았다.

그 때 죽빵을 갈기던 새끼가 나한테 야 이 개새꺄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비슷한 욕을 했던 거 같다.

여자친구는 비명을 지르고.


상황파악이 안 되서 길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에서 상대가 욕하는 소릴 멍하니 듣고 있었다.

대충 듣고 있다 보니,

그 사람은 우리가 앉아 있던 곳 반대 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인데

웬 치한이 자기 옆자리에 앉은 여자 허벅지를 계속 만지려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여자가 손을 치우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집요하게 치한 짓을 하자

여자는 급히 버스에서 내렸고

그러자 치한도 부랴부랴 따라 내렸는데

그 광경을 보며 나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던 그는

'아니 시발 같이 따라 내려서 뭘 어쩌려고!'하는 생각이 들어 치한을 따라 내리 것이다.

그리고 그 치한이 여자를 잡아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난 정신이 없기도 했고 기억도 잘 안 나기도 하고,

그 남자가 이렇게 말을 시간 순서에 맞춰 길고 자세하게 했던 거 같지도 않고(욕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내 추측으로 채워놓고 끼워맞춰 놓은 거 같다.


암튼 긴 욕설을 듣고 대충 날 때린 이유가 파악이 됐다.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 열 명 좀 안 되서는 사람들이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난 갑자기 얻어 맞은 충격에 졸지에 치한이 돼버려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저 사람는 내 남자친구이고 버스에서는 그냥 장난 친 것이다.'라는 취지로 해명을 했다.

기억 나는 바로는 난 어느새 일어나서(언제 일어났는 지 기억에 없다) 여자친구 옆에서 맞장구 정도만 쳤던 거 같다.(한심하다)


그 남자도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어버버거리며 '아...죄송합니다.' 정도만 중얼거렸다.

근데 얻어맞은 나는 정작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여친이 괜찮다고 하면서 웃으면서 그 사람을 보냈다.

사실 나도 그 때는 턱이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안경이 망가진 것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화도 안 났고 그래서 별 말 없이 보내줬다.



지금은 헤어진 친구지만 우연히 그 친구 떠올리다가 이 사건이 같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난 별로 웃기다고 생각도 안 하고 그 친구 혼자서만 신나서 날 놀려댔는데

지금 떠올리니 좀 우스운 거 같아서 이렇게 쓴다.

썅 날 왜 찬 거야 시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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