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연성화되면서 소주 도수도 꾸준히 순해져왔는데, 모르긴 몰라도 25도짜리 소주가 아마 제일 오랫동안 사랑받지않았나 싶네요. 한창 젊을 때에는 객기로 한병을 원샷으로 마셔보기도 했다가 한 이틀 뻗어버린 기억도 나고, 해물파전에 소주면 뭐 하룻밤 취객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시절이 지금 참 절실해져 버리네요. 그 싼 가격에 그 정도 취하기에 소주만한 술이 없죠. 김정일이 지랄을 하건말건 언론은 떠들긴 떠드는데, 저게 걱정된다는 건지, 신나서 떠드는 건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고, 신문은 전쟁이라도 날 듯한데, 주식은 잘만 올라가는 이 코메디가 웃기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날 잘 안다는 친구들도 모를만큼 꽁꽁 혼자만 간직했던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지지배가 딴놈이 생겼다는 뉴스가 오늘 저한테는 핵폭탄급이었습니다. 하~ 방금 알았네요. 시간도 근 10년간 혼자서 일방통행. 거 참 이 나이 정도면 무덤덤해질만도 하건만, 철이 덜 든건지... '등신같이 10년 기간이면 시도라도 한번 해보지 그랬냐'고 질책하지는 마세요 그 세월만큼이나 손수건 적실만큼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응께 ^^ 멋진 모습으로 화려한 등장을 꿈꾸다가 쪽박만 수두룩 차버리게 했던 오 나의 구로동 샤론스톤 우린 또 피파 페어플레이 규칙 준수를 몸으로 실천하는 편이라, 남의 떡에 침묻히는 반칙도 못하고 할 배짱도 없으니, 걍 "나의 팜므 파탈, 이젠 아듀~"를 외칠 수 밖에 없군요.
작년이랑 올해 참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는구만요. 내년 사주는 좋은 편이라던디 그게 유일한 희망이라는 게 더 서글퍼집니다. 지금 느끼는 건 나이 먹어간다는 점이 참 안좋은 게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자기 속마음 풀어놓기가 예전만 못해진다는 점. 세월가면서 '가식', '허세' 이런 악질이 친구간 의리니 우정이니 하는 걸 갉아먹는 암세포가 되어 점점 자라는 듯합니다. 내가 친구를 잘못 사귄건지...쩝.. 길가다 아무나 붙잡고 소주한잔하자고 하소연하고싶은데, 마땅히 의사소통할 연락 채널이 없어서 분위기 안맞지만 시게에 한번 씨부려봅니다.
이 찝찝함 달래는데 딱 좋은 건 역시 25도짜리 소주가 최곤데, 요샌 19도 정도라 술인지 음료수인지 분간이 안된담서...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참 지랄맞은 하루였습니다. 에효~ 10월 11일은 기분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구헌날 치고받고 싸우는 시게분들도 내일 아침 일어날 때엔 웃으면서 기지개 펴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 혼자서 집에 남은 꼬냑이나 좀 들이키겠슴다.(생뚱맞은 이 꼬냑은 반전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