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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유리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방문을 연 그림자는
목조 요람에 눈 감긴 인형을 잠시 바라본 후 사뿐히 자리를 옮겼다.
기척 숨긴 발자국이 커튼 젖히었고
여섯 살 난 아이가 진주처럼 드러났지.
어젯밤엔 자장가 오르골 같은 푸근한 달이 떠서
아이는 별 조각을 꿈나라로 가져다
퍼즐 놀이에 빠져 푹 잠들었어.
자명종 사라진 어느 시각쯤 눈 떴을 때
막 빛을 본 새끼고양인냥 웅크린 나른함은
온몸 구석, 쭈뼛 서는 깃털이 되어
기지개 따라 창문 너머로 날아갔네.
큰 눈망울 지닌 순수한 아이는
본능적으로 밝은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무한한 (당시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었던)
바깥세상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늘에 둥지 튼 신의 새, 카나리아여.
전령사의 날갯짓이 유려한 빛으로 반짝거릴 때
좋은 계절은 이미 이 땅에 내려 있었죠.
창가에 비친 기운찬 아침, 만물의 태동을 보라.
꽃 피우기 좋은 날들, 싱그러운 새싹은 미소 짓고
꿀벌이 왈츠를 추는 자연의 무대가
아, 봄이구나! 라는 걸 학습시키네.
짧은 양팔을 기껏 펴 벌새의 날개처럼 휘저으며, 때론 나비를 흉내 냈고
토실한 종아리로 토끼처럼 통통 튀다가도, 어린 늑대처럼 뒹굴었다.
꿀 향기를 쫓아 들판과 숲을 내달렸고
무지개를 추적하며 가벼운 봄비에 적셨다.
바위틈 앙증맞은 버섯한테 여섯 살만 아는 비밀을 속삭였고
냇물에서 송사리떼를 만나 허물 벗고 친구도 사귀었다.
흔들린 잎사귀는 햇볕을 잘게 흩트렸고
한 데 뭉쳐진 구름은 수프처럼 녹고
곤충들 소리가 계절의 합연을 이루었고
염소가 할짝대던 물통에 잔물결이 찰랑거렸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정령은 달콤한 공기로 지상에 번져 갔다.
감고 집중하면 그 모든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축복의 중심에서 너무나 예쁜 꽃을 보았어요.
나는 어렸고, 죽는다는 게 뭔지 몰라 꺾어버렸어요.
여린 손에 쥔 꽃은 여느 보석보다 아름다웠나니
이름 모를 작은 꽃이여, 미안하였도다.
온 길 되짚으며 집까지 설렌 심장으로 뛰었는데
주먹을 펴보니 꽃 한 송이 구겨져 떨린 손으로 놓는 순간
아직도 그 감촉이 잊히지 않는 이유란 무엇일까.
시든 꽃을 떠나보내는 것,
아련하단 게 뭔지 알 거 같았던 봄날이었네.
순수한 동기가 벚꽃의 환상처럼 가시며
마음이 조금 따끔거렸네.
나의 최초의 봄은
그렇게 조용히 끝이 났다.
출처 | 생글생글한 걸 쓰고 싶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