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갖는 오류의 하나가 '김정일 집단'을 일관성있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들 북한이 '김정일 집단'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고 움직인다는 데 동의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전후에 김정일 집단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중국은 북한의 편을 들 수 없습니다. 이제 자본주의 세계로 편입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아무리 잘나가기 시작했다해도,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편에 서서 전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죠. (아니 이 경우 유엔 안보리의 이름으로 중국과 러시아도 남한 편에서 군대를 파견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돕지 못한다면, 동/서/남해 바다에 항공모함이 뜨고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과 일본의 조기 경보기가 날아다니면서 북한을 초토화시킬 게 뻔합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김정일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개전 후 몇 일 동안 한반도 남쪽을 쑥대밭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김정일은 자신의 '안전한 노후'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라크전에서 사담 후세인의 최후를 본 김정일이 섣불리 전쟁을 일으킬 리 없죠. 빈 라덴은 아직 잡히지 않지 않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빈 라덴 가문과 부시 가문은 석유로 맺어진 오랜 친구입니다.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죠. 이와 관련한 정보는 어디서든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미국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힘듭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가정할 때, 주변국이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먼저 일으킨다면 북한의 편을 들기 힘든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이 전쟁을 먼저 일으킨다면 입장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남한도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당연히 반대할 것이고, 일본도 혹시 불똥이 튈까봐 나서서 찬성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이라크 등지에서 벌여놓은 전쟁판이 너무 지체되고 있고, 거기에 덧붙여 이스라엘까지 레바논과 일을 벌여놔서 당장 어쩌기는 힘듭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런 사정을 이용하기 위해 지금 시점에서 핵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발표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장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군사적 제재는 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북한이 핵을 가졌다면, 김정일이 권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권력이 무너지면 그 개발해 놓은 핵이 어찌될 지 아무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몇일 전에, 결국 미국이 양자회담으로 가거나 특사파견을 통해 북한이 NPT체제에 가입하거나 하는 것을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