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해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심의에서 경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방송통신심의위는 '일부 불법·유해 정보 시정요구 개선(안)에 관한 건'을 처리해 SNS 접속차단 시행 전 이용자에게 경고문을 발송, 심의에 걸린 게시물을 자진 삭제토록 권고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현재 불법 유해 정보가 있다고 판단해 심의를 결정하게 되면 인터넷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 (사이트에서의) 이용 해지,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등의 시정요구를 해왔다.
국내 SNS의 경우 방송통신심위위가 심의를 결정하면 게시물별로 삭제를 할 수 있지만 해외 SNS의 경우 계정 게시물별 삭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정 자체를 차단하면서 합법정보를 보지 못해 과잉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심의위에 따르면 이번에 경고제가 도입되면 방송통신심의위의 접속 차단 결정 후 방통심의위 공식 계정을 통해 해당 게시자에게 게시물이 어떤 면에서 불법인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삭제하지 않을 경우 계정이 차단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자진 삭제 시간으로 하루를 주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해당 계정에 대한 접속차단을 요구하게 된다.
다만, 접속 차단이 결정되고, 게시글의 90% 이상이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는 경고없이 접속차단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번 경고제 도입은 해외의 SNS 게시물별 차단을 하지 못하는 기술적 조치를 고려한 것이며 기존에는 게시자에게 계정 차단 자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칫 자기 검열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SBS '8뉴스'는 지난해 4월28일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트위터 열풍을 소개하면서, 2MB18nomA 트위터를 소개했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트윗 게시물의 유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2MB18nomA 트위터 계정을 차단 조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SBS
한명호 뉴미디어정보심의팀장은 이와 관련 "이번 경고제 도입은 기술적인 문제가 깔려있다"며 "해외 SNS상 게시물은 URL별로 식별하기가 힘들다"면서 "아직 (게시물별 삭제)기술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기술이 개발되면 지침상 도입된 경고제 방안도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만 위원장도 회의에서 "기술개발이 되면 이 지침은 실효(失效)가 된다"면서 "국내 것(SNS 게시물)은 다 선별해서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되는데 해외는 이것이 안되고 계정 자체를 지워야 하기 때문에 지금 엉뚱한 글들도 다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부득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경고제 도입에 '기권'을 한 것도 100%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경고제를 도입하는 것이 그나마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심의에 걸린 게시자가 심의 전 사전진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여당 추천위원들이 강하게 반대해왔다.
야당 추천 박경신 위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게시자가 자진 삭제 방안을 반대한다하더라도 기존대로라면 알리지 않고 계정 자체를 차단해왔다"며 "지금은 게시자에게 왜 불법인지 뿐 아니라 계정 차단 사실 조차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자진 삭제 의사를 물으면서 조치 사실을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내용상 진일보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위원은 "게시자들이 사전 심의에 참여할 수 있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이번 방안이 SNS 심의 조치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방안 도입은 당연한 게시자들의 권리를 인정한 것일 뿐이며 민간기구라고 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기구로서 구속력을 가진 조치를 취했다라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민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상식적으로 자신의 게시물이 삭제 혹은 계정 차단이 될 때는 당연히 통지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문제는 사회적 합의없이 방통심의위가 일방적으로 판단해 통보하는 식이라는 점이다. 방통심의위는 자기네들은 권고하고 시정요구만 할 뿐 강제력이 없다고 해왔는데 게시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계정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자체부터 자신들이 강제기구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활동가는 "사전 심의 전에 게시자들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만약 자신의 게시물이 유해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해 규제를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 자체가 판단하고 통보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하고 "행정기관이 통신 정보의 유통을 규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데 심의를 하는 강력한 기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기 검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