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지내? 나는 잘 지냈어. 뭐 군인이 잘못지내고 할게 뭐 있겠냐만은. 휴가 나와서 얼굴한번 봐야지 봐야지 했었는데 막상 니가 보자고 하니까 짧은머리가 많이 부끄럽더라. 밖에있을때도 이상하게 너를 만날때면 나 자신이 초라해지곤 했었는데 지금도 다를바가 없네. 취직했다며? 축하해. 올해 내내 알바하면서 공부만 팠다고 하더니 결국 취직 성공했구나. 취직선물로 뭐라도 챙겨줘야지 했는데 니가 먼저 취직기념이라고 스킨로션을 보냈더라. 아까워서 고이 관물대에 모셔놨다가 지난주에 처음 뜯어 써봤어. 지금 조금 술을 마셔서 어질어질하다. 아마 니가 곁에 있었으면 내 등짝을 쳐대며 치사하게 혼자 마셨냐고 하겠지? 그래도 좀 봐줘. 술김에나마 이런 글이라도 써보는거니까. 아마 너는 모를거야. 내가 널 좋아한다는것도 이 글이 너에게 하는말이라는것도. 그저께 친한친구가 술마시면서 그러더라구. '좋아하면 말하면 되잖아 병신아.그 성격 언제 고칠래?' 맞는 말이지. 근데 그거 알아? 흔한 얘기라면 흔한 얘기지만 넌 나에게 너무 과분하더라. 난 너의 친한친구A 역할로 있는것조차 큰 기쁨이었어. 그냥 너랑같이 추운 천호동거리 쏘다니는게 난 너무 행복했고 시답잖은 농담 몇마디에 니가 웃어주는 그 모습하나하나가 나한테는 정말 예뻐보였어. 난 아직도 서로 취한채로 손잡고 웃으며 함께걷던 가로등켜진 눈내리는 거리를 잊지못한다고하면 믿지 않을꺼지? 날씨가 많이 차가워지더니 어느새 눈이 내리는구나. 감기 안걸리게 옷 따뜻하게 입고다녀.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언젠가 서로 좋은사람 생기면 지금 이얘기 너한테 직접 웃으면서 해줄수있는날을 기다리고있을께. 잘지내 누구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