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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음악을 따라서
게시물ID : readers_246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성게
추천 : 4
조회수 : 46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4/09 13:17:5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ce6w3
 
 
 
 
그러니까,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 너의 저녁을 떠올리면서, 혹은 아무것도 아닌 한 명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어쩌면 동시에 나의 모든 것이었을 사람을 위해서 건반을 두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질문을 몇 겹이나 포개었는지도 모르겠고 장례식장에서 너의 얼굴을 보았을 때의 기분도 모르겠고 조의금을 넣는 손이 떨렸던 것도 모르겠고 너는 그저 여김없이 피시방 고, 하고 능청스럽게 말만 걸어주면 되는 것이었는데, 하여간 대답 좀 해 봐라. 거기서도 톡 좀 씹지 말고.
 
 
가수가 될 거야.
 
 
네가 그 말을 했던 게 언제였는지는 아쉽게도 기억에 없다. 그만큼 자주 들었기 때문이겠거니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르지. 그저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야. 타인의 꿈이란 건 생각보다 크지만 그만큼 소홀할 수 있는 것도 없거든. 그래서 나는 아마
 
 
네가 무슨 가수야.
 
 
하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그러는 것이 보통이었고, 너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그렇게 기억한다. 우리 사이였으니까. 그 말에는 잴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지. 남사스럽다는 나를 꾸역꾸역 데리고 목욕탕까지 가기도 했고, 군대가기 전에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헬스클럽을 같이 끊더니 일주일쯤 나오고 그만두기도 했고, 세상의 아름다움은 여중생에게 있다며 밤늦게 여고에 잠입하기도 했지. 그러면서 네가 했던 말은
 
 
여중생이 커서 여고생이 되는 거야.
 
 
하고 당연하고 실없는 이야기를 했었을까. 그리고 너는 가수가 되겠다고 했지.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갈 거라고, 졸업하자 마자 지원할 거라고도 했나. 이왕이면 그래, 죽기 전에 했으면 좀 좋아, 그렇게 당당하던 녀석이 꿈 앞에선 한없이 작아져선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지. 그래, 뭐, 나도 모르진 않아. 훌쩍 커버리긴 했는데 말이야. 아직 나도 거기 같이 있거든. 좀 쑥쓰럽긴 한데, 그 왜, 우리가 자주 가던 음악실에. 뭐 당시에 내 목적은 예쁜 여자애가 있어서 간 것 뿐이지만. 아, 그래, 그 여자.
 
 
결혼도 했다더라. 네가 알았다면 팔을 한번 툭 치고, 인마, 우리한테 여자는 무슨 여자야, 그렇게 이야기했을 테고 그러면 나는 기분 좋게 얼굴을 구기며 너야말로 여자는 생각 말고 그토록 바라던
 
 
가수나 해라
 
 
고,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니까, 대답 좀 해라. 아니다, 됐다. 나중에 목욕탕이나 한 번 가자. 자식, 부끄러워 할 나이는 한참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조금, 남사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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