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씨는 “영화에서 아버지 영조의 뜻을 어기고 공부를 게을리 한 사도세자가 왕이 되지 못한 채 결국 뒤주에 갇혀 죽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게 분명 있을 것”이라며 “요즘 사춘기라 그런지 부쩍 말을 안 듣는데, 이 영화가 스스로 ‘사도세자처럼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남 엄마들은 대개 사도세자를 반면교사 삼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는 교훈을 아이에게 심어주려 이 영화를 택한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엔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주 남편과 아들 둘까지 넷이서 평일 저녁 함께 ‘사도’를 봤다는 공무원 변모(47)씨는 “처음 생각대로 ‘엄마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사도세자처럼 된다’는 의식을 제대로 심어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40대 강남 주부 윤모씨는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가 될 것 같아 극장엘 갔는데, 나올 땐 오히려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윤씨는 “영조처럼 자식을 몰아붙이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공부를 시키거나 혼낼 때도 ‘과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