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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豚) (1)
게시물ID : humorbest_2470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43
조회수 : 3509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9/25 12:23:2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9/24 23:30:24

여, 반갑시다. 여기 앉으시요.
그래, 요즘 경기가 어떠시오? 자자, 일단 한잔 하시고. 크아~

나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요. 뭐, 데모도나 다이꾸같은건 
아니고, 요즘말로 현장감독이지. 

아이구 감독 별거 아니오. 감독이라고 별거 없소. 
데모도나 노가다들 잘못 다뤘다간 다루끼로 뒷통수 맞기 십상이지.

지금은 감독이지만 옛날에는 설계도 하고 감리도 했다오. 설계를 
알아야 감독도 하는거니까.

사람들 사는 집이나 아파트 사무실 빌딩도 했지만, 가끔씩 특이한 
일도 한다오. 그중에 아직도 기억나는게 바로 돼지 도축장이오.

아시오?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도살장말이오.

옛날 마장동 근처에 난립해 있던 무허가 도살장이 철거되고
새로 깨끗한 현대식 도살장을 지었는데 (영어로는 미트 플랜트라 하오)
설계할 때 도축공정에 대해 연구하느라 도축 기술자들과 많이
이야기 하였소. 

뭐, 외국 도면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실정이 걔네들 하고 많이 달라서 
말이오.

아직 도축장 하면 해머로 가축의 머리를 가격해서 죽이는 그런 참혹한
장면을 연상하시는가 본데 요즘 그렇게 도축하는 곳은 없다고 사료되오.
왜냐하면 한참 도축장을 개선할 때가 벌써 이십년전이니 말이오.

여튼, 도살장이 어찌 생겼는가 대강 설명을 해 보리다.

돼지를 일단 넓은 울타리에 여러마리 집어놓고 한군데로 들어가게
하는데, 들어가는 입구는 깔때기 처럼 점점 좁아지다가 한마리가
지나갈 만한 폭으로 줄어드오.

그 외길이 끝나는 곳에는 검정 비닐로 된 장막이 있고, 이 장막을 지나면
외길은 역시 같은 폭의 터널로 이어지는데, 돼지는 이 통로의 끝에서 
죽음의 길로 가게 되오.

통로 끝에는 길다란 전기봉이 나와있고, 돼지가 통과하는 순간 
400볼트의 전기를 흘려 돼지는 짧은 순간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이오. 

정신을 잃은 돼지는 컨베이어 벨트로 떨어지게 되고 그 다음에 후꾸로
돼지발을 달아 올리면 벨트 옆에 죽 늘어선 작업자들이 동맥을 절개하여 
피를 제거하고(방혈작업이라 하오) 각 부위별로 초벌각을 뜨는 공정이 
이어지오. 

초벌각을 뜨면 돼지는 훅꾸에 매달린채 천천히 이동하여 등심 안심 목살 
아롱사태 등등 온갖 이름의 부위를 다 뜨게 되오.

그런데, 이 돼지고기 부위의 분류가 서양보다 한국이 훨씬 복잡하고 
세분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오?

우리나라가 먹거리 문화가 서양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는 증거라 하겠소. 
그쪽은 나의 전문이 아니라 조사하느라 고생좀 하였소만 이 과정에서 
도축 기술자의 프로페셔널한 진가를 느끼게 되었소.

자자 한잔 합시다. 크아~ 역시 두꺼비는 시야시 입빠이 해서 먹어야
제맛이야. 꼼장어도 고소하고 달콤한 고추장이 일품이구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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