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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豚) (2)
게시물ID : humorbest_2470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31
조회수 : 123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9/25 12:23:26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9/24 23:33:21

어디까지 얘기했소? 아. 그렇지.

좌우지간 미트 플랜트는 사양서에 나와있는대로 설계하면 될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소. 그 사양서란게 미국것을 베낀것이다 보니, 
고기를 세분화 해서 먹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가 않았던 거지.
사양서? 시방서 말이오. 유식한 말로 스펙.

이 부분에서 설계 엔지니어로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외국
미트 플랜트 스탠다드에 나와있는대로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랬다가는 정육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를 제대로 공급할 수가
없거든.

그렇다고 한국의 기준으로 세분화 하자니 자동화 하기가 매우 곤란하고
또 자동화를 한다 한들 그 프로세스를 전부 다 새로 설계해야 하는데,
당췌 기존에 보고 참고할 만한게 있어야 말이지. 세상에 노기스 
오가네나 들고 다니던 내가 도축과정을 어찌 알겠냐 말이오.

각설하고 다시 미쓰모리를 뽑아보니 장난이 아니었소. 게다가 설비도 
한국 실정에 맞게 다시 디자인을 해야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더라 
이말이오.

미쓰모리가 뭐냐고? 아 그야 물량이지. 견적말이오.
노기쓰, 오가네? 아아 그런거 몰라도 되오. 그냥 자 같은거요.
미안하오. 하도 입에 붙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구려.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도축 기술자에게 물어보는게 제일 빠를것 같은데, 
아 글쎄 섭외를 하였소만 그게 되야 말이지.

도축 기술자를 옛날에 뭐라 했는지 아시오? 맞았소. "백정"이오.

그런데, 한국이 개명천지 하고 신분제가 폐지된지 백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백정"신분에 대해 철저하게 구분하여 차별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시오?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과 나를 비롯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도축 기술자가 엄연이 존재한다는 뜻이오. 그런데, 당신이나 나나,
세상 살아가면서 도축 기술자를 우연히라도 마주치거나, 아니면 한다리
건너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소?

아마 없을거요.

그것은 도축 기술자들이 철저하게 자기 직업을 숨기고 살아가기 때문이오.

그때까지 나는 도축 기술자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또 돼지고기 소고기는
정육점에 가서 돈만 디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정도로만 느끼고 있었을
뿐, 소, 돼지가 어떻게 해서 정육점에 진열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소.

도축 기술자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숨기고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결혼 연령이 된 자식들은 철저히 아버지의 내력을 
숨기며 교제하며 결혼을 하고있소. 

인도에 카스트제도가 아직 민간에서는 남아있어 천민과는 대화도 안한다는 
해외토픽을 본 적이 있소만 대한민국에도 이런 웃기는 신분제도가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오.

그런 내력을 모르고 나는 설계때문에 좀 만나자는데 왜 그렇게 도축 
기술자들은 시간 내기가 힘이 드는것인지 원망도 많이 했다오.

어허 꼼장어 식겠소. 어서 드시오.
자자 한잔 더 하시고. 어이 아줌마, 여기 두꺼비 한병 더 주시오.
입빠이 시야시 된걸로. 자 마저 듭시다. 크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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