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danzi.com/ddanziNews/1823204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면 제 의지와는 전혀 관계 없이 정치 글들을 참 많이 읽게 됩니다. 유머 사이트에 웃으려고 들어가면 정치에 관련된 글만 잔뜩 읽고 울상이 되고, 뉴스를 읽으려고 뉴스에 들어가면 ㅋㅋㅁㅋㅋㅊㅋㅋ 하고 웃게 되네요.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진 않지만, 어쨌건 열심히 읽게 됩니다. 그래서 민영화는 반대 입니다. 어쨌건 그렇게 정치 관련 글들을 읽다 보면 참 눈에 많이 들어 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뭐, 내가 뭐, 뭐! 뭐 임마 뭐!
하아, 닭은 뭘 잘못 했길래 그런 곳에 가져다 붙여 지는지, 참 마음이 아픕니다. 요즘에 하도 많이 봤더니, 닭이라는 단어만 읽어도 흠칫 흠칫 놀라게 됩니다. 서구권에서는 겁이 많은 겁쟁이라는 뜻으로 또 많이 쓰이죠. 그럼 오늘은 주어 없는 인물의 수식어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게 되어 버린 이 불운한 동물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할까요?
1. 똑똑함
흔히들 자기가 한 이야기를 기억 못하거나, 헛소리를 지껄이거나, 했던 이야기를 또 하거나, 방금 들은 이야기를 자꾸 까먹거나, 말귀를 못 알아 듣는 멍청한 사람들을 닭대가리 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댓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 같은 소리를 심심찮게 하곤 하죠. 그리고 “어….제가 뭐라고 했죠?” 바로 까먹는 거죠.
ft. 국립국어원 표준대백과사전
어떤 이유에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조류를 지능적으로 낮게 잡아 깔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작은 머리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합니다. 혹은, 포유류나 다른 동물들보다 비교적 쉽게 죽기 때문에 ‘멍청해서 죽었다’라고 생각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손 놔라 닝겐아
하지만, 현실은 닭들이 4살배기 아기들 보다 똑똑하죠. 태어난 지 몇 시간 안된 병아리들도 5까지 수를 헤아릴 수 있고, 눈앞에서 사라진 물건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사람아기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죠. 아기들은 눈 앞에서 사라진 물건이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고로 아기한테 ‘우루루루 까꿍? 삼촌 어디 갔을까?’ 놀이에 애기가 웃었다고 그걸 병아리한테 하면 병아리가 ‘뭐지 이 ㅂㅅ은...’하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우리 공주님은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루루루 까꿍 시위대 어디 갔게?” “꺄르르 꺄르르 없네 없어.”
ㅋ
단순히 사고체계만 사람애기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기억력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편입니다. 닭은 30명의 사람까지 얼굴을 구별해 낼 수 있고 약 2주 정도 그 얼굴들을 기억해 냅니다. 또한 자기 무리 안에 있는 모든 닭들의 얼굴을 서로서로 기억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닭의 사회에 몰래 잠입하는 프락치란 불가능 합니다. 고로 닭계에는 댓통령도 없죠.
2.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닭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회적 구조를 만들고 거기에 따르죠. 그냥 무리 생활하는 걸 과장해서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닙니다(진지).
닭갱단
인간들이 무리생활의 장정을 이해하듯이 닭들 또한 무리생활의 장점을 알고 있습니다. 고로 새로운 닭 한 마리를 무리 근처에 풀어 놓으면 열과 성을 다해서 그 무리에 들기 위해 노력하죠. 닭의 사회에서 상하 관계는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만일 한 마리 이상의 수컷이 있는 그룹에서 상하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상하 관계가 정리 될 때까지 싸웁니다. 어떤 때에는 깃털 한두 개만 뽑히는 정도로 싸움이 끝나고 다른 때에는 짝눈이가 되는 일도 있으며 심할 때엔 둘 중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꺼져 이 구역 대가리 닭은 나다.
닭들에게 이런 사회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처음에 말했다시피 조류는 아주 연약한 동물이기 때문에 포식자가 많이 존재합니다. 특히 날지 못하는 닭 같은 경우에는 세상이 위협으로 가득 차 있죠. 그래서 총대 메고 나머지 닭들을 보호하고 지켜주고 어떤 때에는 분명히 죽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머지 닭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몸을 날릴 보호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닭한테 까불면 안 되는 이유
리닭쉽
3. 다른 닭들한테 감정이입 합니다.
‘모이 먹고, 알 낳고, 자고, 모이 먹고, 알 낳고, 자고’하는 단조롭고 평화로운 삶만 살다가 치킨으로 죽을 것 같은 닭이지만, 나름의 사회구조를 가지고 살아가는 닭이기 때문에 서로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니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고로 어디 아프냐? 기분은 어떠냐? 이런 걸 많이 궁금해 합니다.
말일 무리 내에 다른 닭이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다른 닭들 특히 우두머리는 바로 스트레스를 느끼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깃털을 부풀리며, 경계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한두 마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리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지만, 특히 병아리들의 기분이 안 좋으면 어미들은 그 상황을 엄청난 비상 사태로 여깁니다.
엄마 조기 쟤가 그랬어, 날개 없는 다리 두 개 달린 애
이런 공감 능력은 단순히 닭들이 마음이 따뜻하다는 뜻이 아니라 닭들의 생존력을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닭돌이가 배가 아파서 기분이 안 좋은데, 다음날 또 배가 아파서 기분이 나쁘면 닭순이는 ‘쟤가 왜 저럴까’하고 닭돌이가 하는 행동들을 주시합니다. 닭돌이가 만일 바닥에 굴러다니는 깜장 콩인줄 알고 먹은 쥐똥이 닭돌이를 배 아프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면 이제 닭순이는 깜장콩같이 생긴 길바닥 음식을 멀리하게 되는 거죠. 그 후에 닭돌이와 닭순이네 무리는 깜장콩 비슷하게 생긴 음식을 대대손손 안 먹게 되는 것입니다.
왠지 무리에 받아들인 다른 동물들이 기분 안 좋아해도 신경 써줍니다. 닭들은 착하거든요.
개도 신경 써주고
고양이도 신경 써 줍니다.
4. 있는 집안 자손임
2005년도에 재미있는 게 발견됐죠. 바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체 조직입니다. 맨날 뼈다귀나 껍데기나 발자국만 조사하다 생체조직 발견하고 흥분했을 고생물학자들의 씐남을 상상하니 저도 신나네요. 올레-
티라노패디
근데 닭이랑 티라노랑 뭔 상관일까요. 티라노는 70,000,000년 전에 지구에서 뿌잉뿌잉 하고 돌아다니던 생물이고 닭은 오늘날 우리가 ‘진리는 치맥’하면서 저금통 깨서 만나는 동물입니다. 보통 공룡 하면 아, 그 뭐냐 포유류가 지배하기 전에 지구에서 깝쭉깝쭉하다가 운석맞고 버로우 탄 애들? 하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구상에 공룡들은 현존하고 있습니다. 바로 파충류와 조류의 모습으로 말이죠. 말도 안 된다고요? 방금 보여드린 생체조직 유전자 확인 끝났어용 ㅋㅋ
아….아버지?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조상이 짱 센 놈이었고 운석 맞고 유명을 달리했다는 점에서 주어 없는 사람이랑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닭 쪽의 지능이나 사회 조직적 위치나 개념이 넘사벽이기 때문에 그 주어 없는 분과 닭을 비교하는 것은 닭 측에서는 많은 부분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도 좋고 우두머리의 개념도 잘 잡혀 있고 자신의 조직 구성원의 기분이나 아픔을 이해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이 멋진 동물이 어쩌다 보니 요상한 주어 없는 사람이랑 엮여 버렸네요.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국K의원들을 개멍멍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릴 때부터 참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이제는 우리의 영양과 건강을 책임지는 닭까지 꼬여버리다니.
정치판이 좀 깨끗해 져서 동물과 엮이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들은 억울하다는 말도 못하니까요.
그럼 모드들 좋은 한 주 되시고,
다음 주에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정원에 문의해 주세요. ;D
참고자료
http://www.livescience.com/5609-charge-rex-chicken-baby-killer.html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8/04/080424-trex-mastodon.html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5/03/0324_050324_trexsofttissue.html
견인차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