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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격투기 단체
게시물ID : humordata_9874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서공단
추천 : 1
조회수 : 9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2/01 23:58:30
"우리끼리는 여기를 '포로수용소'라고 불러. 힘센 놈이 무조건 이기는 곳이거든."

지난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역 파출소 앞 지하보도에 차려진 노숙인 응급대피소 앞에 서 있던 노숙인 송모(58)씨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이렇게 말했다. 송씨는 이날 다른 노숙인 A(56)씨에게 술과 과자 등을 상납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A씨는 서울역에서만 10년 넘게 노숙생활을 해 노숙인들 사이에서 '큰형'으로 불린다. 송씨는 "A씨 같은 힘센 형님에게 소주라도 사주고, 밤에는 심부름도 하면서 잘 보여야 한다"면서 "여기서 잘 수 있는 건 (폭행으로) 피를 보는 게 안 무서운 사람이나 (힘센 사람에게) 돈이나 술을 상납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도 이곳을 처음 찾은 노숙인이 자리를 잡으려 하자 다른 노숙인 3∼4명이 몰려가 몰매를 때리며 밖으로 쫓아냈다.




 


30일 오후 서울역 파출소 옆 지하도에 있는 노숙인 응급대피소에서 모포와 침낭을 덮은 노숙인들이 관리자들이 순찰하는 동안 잠을 청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넓은 침상을 차지하지만, 자리싸움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은 차가운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잔다. /박상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15일 이 대피소를 만들면서 "서울역과 가까워 노숙인 보호에 적당하고 탈(脫)노숙과 자활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노숙자들은 정작 이 대피소에서 제대로 쉬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250㎡(약 75평)의 대피소는 바닥에 열선(熱線)이 깔린 온돌방 2개를 갖추고 있어 80여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매일 180∼200여명의 노숙인이 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노숙인들에게 군용 모포를 빌려준다. 대피소는 오전 8시와 오후 6시 하루 두 번의 청소시간(1시간~1시간30분)을 제외하면 24시간 개방돼 있다.

부천 등 경기도 지역에서도 노숙인들이 몰려와 자리다툼이 심각하다. A씨 같은 '큰형'을 중심으로 패거리를 이룬 노숙인들이 상납을 받고 자리를 내주고 있어 패거리에 끼지 못한 노숙인들은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노숙인 김모(40)씨는 "영등포에서 온 패거리들이 칼로 (다른 노숙인을) 위협한 일도 있었다"며 "다들 술 먹고 와서 매일 밤마다 싸움이 나기 때문에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입장 시간인 오후 7시 30분부터 싸움이 벌어졌다. 한 노숙인이 "코를 곤다"며 옆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르면서 주먹질이 시작됐다. 10시 50분쯤에는 자리에 불만을 품은 노숙인이 큰 소리로 "왜 이렇게 후진 자리를 줘"라고 소리를 지르자 다른 노숙인이 "시끄럽다"고 대꾸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두 사람이 엉겨붙어 바닥을 뒹굴었고 좁은 방안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이날 밤에만 이런 다툼이 10차례 이상 벌어졌다.

대피소에서는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말뿐이다. 노숙인들은 생수병에 소주를 담아 와서 매일 밤 술판을 벌인다. 9시에 소등(消燈)하자마자 노숙인 4∼5명이 일어나 생수병에 담긴 소주를 마시며 "아, 물이 달다 달아"라고 외쳤다. 새벽까지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셨다. 소등 전에 서울시청 직원 3명이 순찰을 했지만 1∼2분 정도 둘러본 뒤 자리를 떴다. 한 노숙인은 "(직원들이) 저러고 가니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여기가 '포로수용소'라는 것도 모르고 간다"고 했다.

대피소 관리를 맡은 사회복지사 3명과 노숙인 출신 특별자활근로자들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노숙인 박모(48)씨는 "오히려 자활근로자들이 노숙인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권력을 휘두른다"며 "패거리가 없는 노숙인들은 자활근로자들에게 상납을 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자활근로자들은 대피소 곳곳을 돌면서 새로 들어온 노숙인들의 자리를 배정해주고 있었다.

한 자활근로자는 곤히 자고 있던 노숙인을 쫓아내고 자신이 데리고 온 노숙인을 그 자리에 재우기도 했다. 응급대피소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다시 서기 상담보호센터' 김종대 팀장은 "노숙인들이 몰리다 보니 폭행사건 등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겨울철 동사 위험도 있기 때문에 대피소 입장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응급대피소 확대나 감독 강화를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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