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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단편] 목적지
게시물ID : readers_24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성게
추천 : 1
조회수 : 3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16 01:01:3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3HjSz
 
 
 
 
어음, 봅시다. 이 쪽을 보세요. 어허, 결혼하는 사람 표정이 왜 그래. 다시 찍습니다. 다시, 아니, 이 사람 웃고 있는거야 울고 있는거야?
 
 
예, 그러니까요, 보시다시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동창이랑요.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듣겠냐고요? 그러니까 그 왜, 관심이 없었던 애가 갑자기 예뻐보일 때가 있잖습니까. 아니 아주 관심이 없던 건 아니고. 마음이 계속 당겨가는 사람이라고 하면, 이럼 제가 너무 주제넘어 보이나요? 아니지 아니, 결혼하는 마당에 뭐 어때. 그래요, 오늘은 제 결혼식입니다.
 
 
왜 결혼하냐고요.
 
 
어려운 질문을 잘도 던지시네요. 아하, 부러우시구나. 아니, 아니면 말고요. 그렇게 인상을 쓸 것 까지야 없는 게 아닐까요. 뭐, 질문에 계속 답을 하면 말이죠. 사실 제가 그렇게 얘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매일 보고싶더란 말이죠. 아니, 잠깐 진정요. 물어보신 건 그쪽이잖아요. 예, 예, 그렇담 진작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어떻게 결혼까지 오게 되었냐고요, 좋아요. 이제야 똑바로 된 질문을 받는군요.
 
 
계기는 솜사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예? 무슨 소리냐고요. 음,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생애 열 두번째 고백을 했을 때였습니다. 또 차인 건 아니고, 예, 아니라니까요. 보시면 알겠지만 그렇게 천대받을 정도의 외모는 아니잖아요.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하여간 그 날은 차였습니다. 뭐가 문제였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네요. 저한텐 사랑이고 상대에겐 우정이었을까요. 아니면 그것보다도 더 작은 마음일지도 모르죠. 그 여자는 조금 단호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바다로 돌아가
 
 
라고 했으니까요. 아니, 너무 웃으시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조금 미안했는지 들고 있던 솜사탕을 건넸어요. 분홍색 솜사탕이었는데 제법 풍성했죠. 웃긴 건 제가 그걸 또 받았다는 거에요. 왜였겠어요. 글쎄요. 어쨌든 여자가 말했습니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고 하네. 이상하죠. 찬 마당에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요. 아무튼 그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아아, 여기서 끊어버리면 이상하죠.
 
 
그 길로 저는 사랑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사귀는 것도 힘든데 헤어지는 것도 힘들고, 좌우지간 사랑의 장점이라면 실패하는 게 쉽다는 것 정도니까요. 그래서 그 날은 솜사탕을 들고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거기서 만났어요. 아, 너무 생략했네요. 솜사탕을 들고 포장마차에 갔는데 제 또래즈음의 예쁜 여자애 하나가 있었습니다. 술이 많이 취해 보였어요. 저는 물었죠. 솜사탕이나 드실래요. 여자애는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상하죠. 포장마차에서 솜사탕을 들고 그런 제안을 하다니. 아무튼 그것이 인연이 될 뻔 했죠.
 
 
어허,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날 처음 본 여자와 술을 계속 마셨습니다. 동병상련이란 건 술이 들어가면 더 부풀어요. 솜사탕처럼. 뭐, 모르는 사이면 좀 어떻습니까. 차인 건 같은데요. 술을 진탕 마시고 여자를 집으로 데려다주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모텔이 많은 거리를 지날 즈음에 술냄새를 풍기면서 말했어요. 좀 쉬었다가 가자. 어떻게 술냄새가 나는 걸 알았냐고요. 제가 업고 있었으니까요. 가슴의 촉감이... 아니, 이건 아니고. 그냥 못 들은걸로 해주세요.
 
 
여튼 그래서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뭐, 모텔로 들어갔습니다. 여자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했죠. 그리곤 집으로 갔어요. 그게 끝입니다. 예? 아, 그런가요. 장난치는 건 아니에요. 인연이 될 뻔 했긴 했는데 그러진 않았으니까요. 저는 다음날 솜사탕 여자에게 찾아가 열 세 번째 고백을 했습니다. 나와 사귀면 이 바다는 다 네 거야. 그렇게 말한 것 같네요. 솜사탕 여자는 뭐라고 했냐고요.
 
 
아마
 
 
이 돌은자야
 
 
하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뭐, 사실 잘 기억은 안 나요. 매번 실패하기만 했으니까. 아참, 마누라가 불러서 잠깐 다녀올게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니까. 마누라라. 이상하네요. 여편네가 좋을까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닌가. 아, 그럼 그냥 솜사탕 여자라고 부르기로 할까요. 근데 역시 조금 쑥쓰럽네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음, 봅시다. 이 쪽을 보세요. 어허, 결혼하는 사람 표정이 왜 그래. 다시 찍습니다. 다시, 아니, 이 사람 웃고 있는거야 울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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