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머리도 안감고 뿔테안경에 츄리닝 입은, 그런 모습이 생각나지 않나요? 고시생이 막 춤도 잘추고 잘 놀겠다 이런 생각은 일반적으로 들지 않을겁니다. 다 고시원에 살 것 같고 말이죠.
<백수> 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고시생이나 그닥 차이 없는 모습이 떠오르겠죠?
님들이 생각하는 '덕후를 까는 글'에 <고시생>을 대입시켜볼까요?
한 어지러진 고시원에서 고시생이 더벅머리로 책상에 앉아있는 자료가 올라왔다고 칩시다.
리플 1. 아나 역시 고시생 ㅋㅋㅋㅋㅋ 리플 2. 방 쩔게 더럽네여. 리플 3. 저 고시생인데..다 저렇지는 않습니다.. 리플 4. 1 님아 저도 고시생임..근데 사람들이 고시공부 안하게 생겼다고 함..ㅋㅋ 어떻게 생겨야 고시생인건데? 리플 5. 표정 대박..방은 또 왜케 더러워 ㅋㅋㅋㅋㅋ 리플 6. <악플선언> 일단 진지 좀 먹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도 고시생인데요, 제 아는 분은 사업해서 돈 엄청 많이 버시고 인권변호사 하려고 고시준비 중입니다.. 차도 중형차 끌구요, 30대에 서울 40평형 집도 있습니다.. 왜 고시생이라고 하면 저런 이미지만 떠올리죠? 좀 불쾌하네요. 리플 7. 1 님 진지 단단히 드신듯. 리플 8. <악플선언> 또 웃자고 올린 글에 죽자고 달려든다 오유새끼들.. 리플 9. <악플선언> 저희 형 고시생인데 잘생기고 우리집 돈도 많아요..고시생 무시하지 마세요.. 리플 10. 어차피 쟤들은 고시 못 붙으면 잉여다 ㅋㅋㅋㅋㅋ 리플 11. 1 공감. 고시생이라고 콧대만 높아서 ㅄ들..ㅉㅉ 리플 12. 저도 고시생이지만 저렇지는 않습니다..고시생에 대한 인식이 너무 구린듯.. 리플 13. 1 맞아여 드라마에서 의대생은 멋있게 나오고 고시생은 맨날 구리게 나옴.. 리플 14. 근데 진짜 고시생들 다 저런거 아님? 리플 15. <악플선언> 고시생도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하는 것뿐인데 왜 그러냐구요.. 님들은 고시생이 공부하는 시간에 뭐라도 해서 이뤄놓은거 있으세요? 열폭쩌네 하여튼.
어때요?
참고로 저기 고시생 까는 말들은 제가 남들 앞에서 '저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고 현재 사시 준비 중입니다.' 하고 말했을때 실제 들었던 말들입니다. 악플선언 내용은 대부분 덕후들 변명 패러디구요.
제가 고시생이라고 소개하면 다들 놀랍니다.
네, 사람들이 기대하던 고시생처럼 안 생겨서 그렇겠죠. 뭔가 고리타분해야하고 우중충해야할 고시생인데 옷도 밝은 컬러로 입고 다니고, 뿔테도 안끼고.
그럼 제가 그런 상황에서 '아 왜 꼭 고시생은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냥 공부하는 사람일뿐인데 존중해주시죠?' '잘생기고 돈 많은 고시생도 많거든요?' 하고 존나 열폭해서 달려들었을까요?
아뇨, 그냥 웃으면서 넘겼습니다. 저 자신도 고시생 하면 떠오르는게 그런 이미지인걸요. 대중매체에 세뇌된거죠 뭐. 주변 고시생 중에 실제 그런 사람 몇 안되는거 알면서도 그런 이미지만 떠오르는 무서운 세뇌.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장난식으로 호통개그 한번 하고 맙니다. "고시생은 다 뿔테껴야되냐! ㅋㅋ" 이런식이죠.
근데 왜 덕후 까냐능 하고 글 쓰는 오타쿠들은 어떤가요?
쫌만 자기를 공격한다 싶으면 '애니본다고 다 오타쿠냐?' 로 시작하죠? 장난식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마구 쏴댑니다.
네, 그게 오타쿠라는 증거입니다.
아니, 오타쿠보다는 '오덕' '덕후' 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오타쿠는 원래 '매니아'의 심화된 표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덕후 라는 말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애니에 심취하여 3D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는 말종' 정도의 표현으로 쓰이고 있으니 덕후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죠.
'나 애니 본다' 라고 했을때 '미친 오덕새끼 냄새나' 하는 반응을 보인다면 반응한 사람이 미친놈인데 뭘 거기에 응수를 하고 계십니까?
정신병원가면 정신병 환자들 한분 한분 잡고 님이 다 고쳐주고 올건가여?
유독 애니보는 사람 중에 세상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모두 그런건 당연히 아니겠습니다만.)
공대생 개그만 해도 '공대생은 솔로에다 도서관찌질이들' '술고래들' '어차피 노가다 신세' 이런거, 공대생들은 그냥 웃으면서 같이 즐기는 경우가 태반인데 유독 애니보는 사람들은 왜케 싸우려 듭니까? 애니에서 그러라고 가르치나요? 덕후에 대한 인식은 누가 만들어준게 아니라 덕후 스스로가 만든겁니다. 싸움닭처럼 달려드니까 더욱 안좋은 인식으로 변해가고 있구요..
오덕 까는 글이 유머 수준이라면 그냥 웃고 넘어가고 정말 심하게 비하한다면 정상인들이 모두 글쓴이를 비판할겁니다. 아니, 그냥 반대먹고 사라지겠죠.
과민반응 좀 보이지 맙시다 좀. 애니 보시는 많은 분들.
제 주변에도 심한 덕후 2명 있는데 '아 덕후새끼 또 루리웹이냐' '이 새끼는 야동도 안보고 야애니만 봐 병신이' 하고 말해도 서로 웃고 넘어갑니다. 당하는 덕후가 '우왕 오덕오덕 십덕십덕 ㅋㅋㅋㅋ 난 오덕이라능' 하면서 리액션 쳐주고 서로 웃고 말죠.
고민게시판 같은 곳에 '애니 좀 본다고 오덕이라고 놀려요' 하고 올라오는 글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관계를 갖고 있길래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오덕이라고 놀립니까? 아니면, 친한 친구가 놀렸는데 빡쳐서 돌아버릴 것 같나요? 어느 경우든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