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문재인을 지지했고, 결국 문재인이 대선 승리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결론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근거는 달라졌습니다.
애초에 "두 사람 모두 박근혜을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 있고, 진정성 있음 -> 단일화 합의 -> 단일화는 조직을 갖춘 문재인 승리 -> 대선 승리"의
논리였는데 이제 많이 바꼈습니다. 물론 안철수에 대한 판단이요.
1. 박근혜를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이과 진정성이 정말 있나? 애초에 단일화에 미적거린 모습은 전술적이었다고 봐준다고 해도, 정치 혁신이 정권교체보다 우선이라는 헛소리를 보면서 안철수에게는 그런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안철수가 표적으로 삼은 정치혁신은 결국 "민주당의 정치혁신"이었습니다. 저도 그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당 밖의 사람이 인기 좀 있다고 몇 마디 떠들면 혁신이 바로바로 됩니까? 그렇게 쉬울 문제였으면 누가 해도 진작에 했죠. 여기서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정말 민주당이 대선 전의 짧은 기간 동안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판단력 부족, 현실 인식 부족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단일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싶은 "작전"이었던 것입니다. 무엇이 됐든간에 이번 대선의 시대적 요구를 따를 사명감과 진정성이 부족합니다.
2. 조직의 힘으로 문재인이 단일화 승리한다? 저는 애초에 안철수가 공직에 대한 경험도 거의 없고, (아, 물론 MB 정권 하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활동은 했습니다),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국회 내 기반이 전혀 없다는 측면에서 안철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은 안철수 이상 청렴하고, 비록 공과 과에대한 논란은 있지만, 국정 최고위층 수행 경험이 있고, 저번 정권에서 못했던 점에 대한 반성도 있고, 최소한 정당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기반은 갖추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지는 것은 역량 부족이 아니라 조직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역량 부족으로 질 것으로 보이고,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협상력 부족, 협상 매너 부족, 언론과 상대편의 공격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 믿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부족, 독선(자기가 친노 비판하는 것은 정치혁신이고 민주당이 친이 비판하는 것은 결례, 자기가 직접 말한 문재인 필패론은 괜찮고 누가 말했는지도 모르는 양보론은 언론플레이, 의원 빼오기는 괜찮고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은 당원 동원하는 것은 정치 조작)이 모든 것이 드러난 것이 이번 사태입니다.
결국 안철수는 지금까지 별로 한 것도 없이 훈수(실제로 뛰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훈수입니다. 문재인은 정당정치 썩은 걸 몰라서 그런 말 안 하겠습니까? 그런 말 해봐야 정치 발전에 아무 도움 안 되는 걸 아니까 그런 얘기 안 하는 겁니다)와 "이미지"로 지지를 받아왔는데, 결정적인 순간 삐끗하네요. 이렇게 이미지로 쌓은 지지와 인기는 한순간에 훅 갑니다. 누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