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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예요.
게시물ID : wedlock_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생
추천 : 4
조회수 : 2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19 14:30:29
저는 29살에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27살이었어요. 

결혼하고 그해 겨울 큰 아이가 생기고 결혼 다음 해에 큰 딸을 낳았어요. 

결혼 초기 아내는 요리도 잘 못하고 집요리에 대한 애정도 많이 않았어요. 

그래도 기다렸어요. 가끔 해주는 음식마다 맛있다고 과장 섞인 칭찬도 빼놓지 않았구요. 

집안일 분담을 가지고 다투기도 했어요. 

빨래를 누가 많이 하니, 빨래 널어 놓은 거 누가 개는가, 왜 함께 밥 먹을 때 물 다 마신 컵에 마신 사람이 물을 붓지 않는가 등등.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그런 일들. 

첫째 딸이 두 돌이 될 무렵 둘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전세로 2년마다 집을 옮기는 일은 못할 일이더라구요. 빚을 좀 내서 작지만 아담한 집도 샀습니다. 

첫째 딸은 폐가 약해서 늘 기침 감기로 속을 썩이고 

둘째 딸은 고집이 세서 늘 속을 썩이더니 

여섯 살과 네 살이 된 지금, 둘도 없이 사랑하는 자매로 늘 붙어 다닙니다.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며 커피 마시고 책 읽을 날이 우리 생에 있을까, 하며 아내와 머리 맞대며 힘내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주말이면 두 딸은 엄마 아빠는 거들떠도 안 보네요. 

거실에서, 자기들 방에서, 베란다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합니다. 

아빠도 되고, 엄마도 되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되고, 학생도 되고, 아기도 되고, 괴물도 되고 온갖 세상의 모든 것이 됩니다. 

문득 어느 주말 오후, 

넷이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제가 내린 커피를 한 잔씩 나눠 들고 쇼파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지금 이 일상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저도 아내도 분명 부족하게 시작했어요. 둘다 약한 구석이 있고 둘다 지기 싫은 부분이 있고 둘다 모자란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채워 나갔습니다. 채우다 채우다 못 채운 곳은 딸들이 채워 주더라구요. 

첫째 딸은 그림마다 엄마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 좋아요를 무한 반복 써 놓고 

둘째 딸은 잘 때 아빠 손가락을 잡지 않으면 잠을 못 자고, 엄마가 놀러 나간 날이면 엄마 없다고 울어대는 사랑하는 울보입니다. 


음, 결혼은 

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며 살다보면 빈 곳보다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결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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