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무슨 주술에 걸린건지 이북과 관련된 이야기에만은 역지사지라는 말이 무용지물이 되곤합니다. 이점이 현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을 많이 막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는 당연히 자기 나라의 안보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체제와 국가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이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우리는 언제나 북에서 안보위협을 우리에게 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북핵이 나오자 엄청난 호들갑들을 떨고 있습니다. 물론 위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상황을 역지사지하면 어떨까요?!
남한과 미국, 일본은 군사동맹을 통해 이북을 대상으로 한 군사훈련을 50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작전계획도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날이면 이북의 군대는 전시체제로 돌입한다고 합니다. 미국은 선제핵공격대상국가에 지금도 이북을 명시하고 있고, 1992년까지는 이남에 1,000여기의 전술핵무기를 실제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북의 일년국가예산이 이남의 일년 국방예산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거기에 초강대국 미국과 또한 일본. 이런 나라들이 50년 넘게 적대정책을 펴고 있었습니다. 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야 며칠 전의 북핵실험으로 인해 쇼크에 빠져있지만 이북은 벌써 수십년간 그런 상태에서 살아와야 했다고. 그런 상태에서 생존에의 고민을 국가안보에 대한 고민을 안할 수 있었을까요?
이북의 현재까지의 공식입장은 "믿을만한 방법으로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핵무장해체를 포함한 미국의 안보우려를 씻어주는 행동을 하겠다"입니다. 이게 거짓이라쳐도 이런걸 통해 북미간에 대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은 이북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끊임없이 거부해온 것은 미국입니다.
미국의 현재까지의 공식입장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입장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동원가능한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으며,"군사적 방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장난입니다. 미국의 솔직한 속내는 테이블 위에 양자대화를 통한 해결을 올려놓지 않고, 언제나 배제되지 않는 것은 군사적 방법입니다.
제네바합의란 것이 있었습니다. "핵동결과 관계정상화"를 맞바꾸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미국은 약속이행을 하는듯 마는듯하며 "연착륙 정책"이니, "3일 아니면 3년"이라느니 하는 북정권붕괴전략과 시간끌기만을 해왔다는 것은 온세상이 다 알고 있습니다. 제네바합의로 인한 경수로 공사는 공사완공시기인 2003년에 겨우 기초공사가 끝났을 뿐입니다.
9.19 성명이 있었습니다. "북핵포기와 관계정상화"를 맞바꾸는 조치입니다. 이 성명이 나오자마자 미국은 북한에 경제제재조치를 확대했습니다. 소위 위폐의혹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침략전에 보여주었던 엉터리 위성사진 따위의 조악한 거짓증거조차 들이대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이북으로써는 그러한 의미입니다. "미국은 언제든지 자기네가 의혹만 만들어내면 우리를 제재할 국가이다. 믿을 수 없다." 결국엔 9.19 성명이 휴지조각으로 되어버린 것입니다.
북은 언제나 미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나 양자대화를 부담스러워하고 회피해왔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북의 전략은 미국이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정세를 조성하고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입니다. 그것이 "핵물질추출"이나 "대륙간탄도탄","핵보유선언","핵실험"등 입니다. 그런 사태에나 와야 미국은 대화테이블로 끌려나왔기 때문입니다. 북미관계의 모든 대화국면의 이전에는 북의 정치군사적 공세가 있어왔습니다. 이것이 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었습니다.
미국의 네오콘 싱크탱크들이 이야기합니다. "북핵은 우리를 대화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딴 사람들도 아닌 미국의 네오콘의 공식입장이 이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대화테이블로 이끌수없다" 또한 공식입장이지요.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이 퇴임후 써낸 자서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네오콘의 대북정책은 북붕괴이다. 대화는 하고싶어하지 않는다. 그걸 막아보려 했지만 어려웠다." 이게 네오콘입니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과 대화거부, 그로 인한 북의 대화국면을 이끌기 위한 정치군사적 공세!! 그 주변의 강대국들이 국면에 따라 이득을 챙기기 위해 개입하려하고 있는 것.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제 햇볕정책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햇볕정책 때문에 북핵이 생겼다?! 그렇다면 지금 이회창이 대통령을 하고 있으면 아니 김대중정부 때부터 한나라당이 집권했었다면 핵이 없었을거란 말입니까?! 어림 반 푼 없는 소리입니다.
북핵은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에 따른 북의 대응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햇볕정책 소위 퍼주기(?)가 없었다면 없었을것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외교적 문제해결을 거부한 채 적대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한, 북이 계속적으로 안보위기를 느끼고 있는 한 어떠한 형태로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현 상황입니다.
남이 가지고 있는 북미관계 조율장치는 6자회담입니다. 남이 가지고 있는 남북관계 조율장치가 햇볕정책이구요. "어떤 일이 있든지 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가능성을 만들어나가고, 최대한 적대적 관계들을 피하자" 이것이 햇볕정책이겠지요. 비교의 범주가 될 수 없는 것. 북미관계의 격화의 결과를 보고 남북관계 조율의 틀거리를 문제삼는다면 결국 얻는 것 없이 북과의 타협 가능성만 날려버리고 말겁니다.
이걸 버리면 우리는 이제 북을 어떻게 설득하게 될까요?! 남북간의 최소한의 신뢰마저 끊어져버린 상황에서 미국은 전쟁명분만을 쌓으려는 상황에서 북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끝까지 대결해서 승리하는 겁니다. 퇴로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모든 퇴로를 막아놓고 말들어한다면 결국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현 노무현 정부가 지금의 상황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이익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딴나라당처럼 미국만세를 외치며 동맹(?)의 편에 안기지도 않습니다. 제 소견은 지금의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미국과 북과의 대화의 장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그러자면 몇몇 선진국의 이익만을 반영하는 가장 비민주적 체제인 UN안보리의 결의만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제재조치 해제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둘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노무현정부로써는 상당히 힘든 선택입니다. 해서 국민여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노무현정부를 압박하고 견인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햇볕정책을 철회하고 미국과 함께 PSI(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에 함께 한다면 미국 네오콘의 편을 들어주는 것밖에 안됩니다. 결국에 웃는 것은 미국이고, 참화를 겪어야하는 것은 우리민족 전체일겁니다. 이쁜 구석이라곤 한군데도 없는 전쟁당 미국당 딴나라당이라고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럴때 일수록 남북관계를 지탱해주는 햇볕정책을 이어나가고 더 발전시키며 반전의 목소리, 외교적 해결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