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나 지금 너무나도 위험해
상상 속 어딘가에서
이유없이 공격받고 있어
이런 날 부디 안아줘
가로등 불빛 한 점 없는 길을 걷고 있어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내 손을 낚아챌 것만 같아
이런 내 손을 부디 잡아줘
사람들이 세워놓은 기준들은
나를 위한 건 없는 듯 해
어리석고 서투른 난 항상 어긋나버려
이런 날 부디 바로 잡아줘
난 이미 충분히 더럽고 혐오스러워
동정의 시선들은 수백개의 바늘이 되어
잘못없는 죄의식에 묶인 채 온 몸이 뚫리고 있어
이런 날 부디 용서해줘
세상 끝으로 도망치지만
내 뒤꿈치까지 죽음이 뒤덮여오고 있어
내 존재의 의미가 점점 지워지고 있어
이런 날 부디 구해줘
부디
죽어가는 날 살려줘
2016.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