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려는 남자들에게 드리는 글을 먼저 써야할지,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드리는 글을 먼저 써야할지 헷갈리다가……그냥 이글을 먼저 씁니다. 써야할 말이 너무 많아서 이것만 시리즈로 서너개를 쓰게될거 같네요. 저보다 훨씬 더 현명한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분이 많겠지만…… 그냥 제 수준에서 제 능력만큼 쓰겠습니다. 모든 경우에 관찰자처럼 말하게 되는걸 이해해주시기를 바라며^^;; 시간이 많이 없어서 정제된 글 쓰지 못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지금은 작품활동하는 거 아니니…..^^;;
사람이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꼭 착한일만 하고 살지는 않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처를 주는 일들 많이 있지요. 몰라서 큰 상처를 주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이정도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해서 저지른 일의 결과가 너무나 끔찍해서 경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령 나를 다스리지 못해서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심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내가 하고 있는 짓이 어떤 것인지 알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나중에 나 때문에 상처를 입은 상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야 상대의 고통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성냥개비로 불장난 하는 아주 작은 행동이 온 산천을 다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불장난하지 않겠지요. 제가 이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이 남자들에게 얼마나 다가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원래 바람피운 남편을 둔 아내들을 위한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드리는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돌고 돌아서 이제 제 자리에 왔군요.
먼저 바람이라는 것에 대해서 개념정리를 해야겠군요. 제가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것’입니다. 말 그대로 다른 여자를 만나는 모든 것……미아리, 북창동, 노래방, 룸싸롱, 안마, 부킹, 번개팅, 연애……그 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들이 저와 같은 개념을 갖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를 만나서 살림을 차리거나, 이혼하자고 나서는게 아니라면, 나머지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더군요. 여기서부터 서로의 인식에 참으로 큰 괴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결혼한 남자들........ 결혼년차, 학력과 직업에 상관없이... 룸싸롱이나 안마, 그리고 사창가에 가는 것, 노래방에서 여자를 만나는것, 나이트 부킹이나 채팅에서 여자를 만나는 것, 직장 내 혹은, 주변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를 하게되는것….. 맘만 먹으면, 아니 맘먹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려서 저런 일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거 같더군요. 서로 어울려서 독려하면서 한번씩은 가보셨을겁니다. 평생동안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는지, 인생에 한번쯤은 가보는지, 자주 가는지, 혹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지, 습관이 되어서 끊을 수 없는지.....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제가 인상깊게 보는 점은 남자들 사이에서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더라는 거였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더군요.
불행하게, 아니 재수없게 아내에게 들키면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 다들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별일도 아닌 것에 왜 그렇게 화를 내는거야. 남자들이 이러는거 설마 몰랐단 말이야?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사는거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남자들은 절대로,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못하겠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이 그런 짓을 한다는 거 정말 모릅니다. 상상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진실로 자기 남편만은 절.대.로. 절.대.로 그런짓 안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남자가 룸싸롱가서 여자랑 별짓을 다하고 노래방에서 여자들 불러서 더러운 짓 하고 안마같은 쓰레기장에 다닌다고 해도, 싫다는 직장처녀 꼬셔서 연애하고, 유부녀랑 만나서 연애를 하고, 아니 섹스파트너를 하고… 남들은 다 그래도 내 남편은, 우리 애 아빠는 절대로 그런짓 안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여자들, 아니 거의 전부의 여자들이 결혼하면서 다른 남성에 대한 안테나를 접습니다. 다른 남자가 남자로 보이지도 않지요. 그래서 남자들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할 때 제 모든 친구들이 자기 남편은 절대로 바람을 안피울거라고 말하더군요. 결혼하는 모든 여자들에게 물어보세요. 자기 남편이 남편이 바람을 피울거라고, 여자를 돈으로 살거라고, 번개팅 같은 것을 할거라고 생각하는지.……..백이면 백, 다 아니라고 할겁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내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결혼이 불가능합니다. 결혼 자체가 성립을 하지 않지요.
여기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요. 그런데 챙피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요. 친정에도 알리지 못했어요.친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요. 사실 남자들이 바람피운거 주변에 그렇게 널리 알려지는 일 아닙니다. 옆에 이야기 하기 힘든 일이지요. 이혼하겠다고 뛰쳐나가면 어쩔 수 없이 공론화되지만, 대부분은 속으로 곪으면서 처리되고 있지요. 일회용 매춘부터, 부킹, 번개팅 원나잇, 부인하고 이혼하고 싶을 만큼 사랑에 빠지는 것까지 전부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사실 퍼센티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점은 결혼하면서 여자들이 남편에게 가지는 기대와 신뢰와 그 마음입니다. 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자기 남편에 대해 정말 백색의 순결한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얼마 되지 않아 친구들과 만났는데 이야기 주제가 바람이었습니다. 세상 남자 다 바람 피워도 자기 남편은 안피울 것이라는 얘기를 각자가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설명을 하더군요. 성격때문에, 돈이 너무 아까워서, 시간이 없어서, 결벽증이 좀 있어서, 생각이 바른 사람이어서, 자기 사회적인 체면 때문에, 나를 너무 사랑해서, 아버지가 바람피우는걸 지겹게 보고 자라서...........뭐 기타 등등 지금은 잘 생각이 안나지만 참으로 다양한 이유들로 그 남편들은 바람을 안피울 사람들이더군요. 제 친구들의 말대로라면 친구들의 남편들은 절대로 바람따위는, 바람같은 것은 피우지 않을, 그래서는 안되는 사람들이었지요. 반대로 얘기하면 제 친구들의 신뢰가 그만큼 깊었다는 얘기겠지요. 그리고 15년이 지나 그때 거기 모여있던 10명의 친구 중에 6명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습니다. 나머지 4명은 정말 바람을 안피웠는지, 피웠는데 안들켰는지, 아니면 들켰는데도 제 친구들이 말을 하지 않는건지.......알 수 없는 일이지요. 저만 알고 있는 수가 6명이고 공식적으로는 이혼한 친구와 별거중인 친구 두명의 남편만 바람을 피운걸로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여자들이 남편을 참 좋아합니다. 여자들이 자기 남편을 좋아하는 것은 마치 아이들이 엄마를 좋아하는 것처럼 조금은 맹목적이고 절대적이고 순진하기까지 합니다. 그 믿음과 사랑과 존경은 한편으로는 바보같기도 하고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지요. 결혼하는 과정에 시댁에서의 부당한 대우 정도에 따라 마음이 상하고 남편에게 실망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신뢰와 사랑은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결혼 전에 그다지 썩 훌륭하지 않은 남자였어도, 그래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여자들은 자기 남편을 사랑하고 믿습니다. 자기 아내가 자기에게 그런 신뢰와 사랑을 갖고 있다는걸 아시는 분도 있고 잘 모르겠는 분도 있겠지만, 잘 알지 못하시겠다면, 본인이 심리적으로 자격지심이나 이런 것들을 갖고 계시는 경우이거나, 아내되시는 분이 심리적 문제가 있어 표현하는게 미숙해서일겁니다.
이렇게 절대적으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하면 남편과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합니다. 사소한 일로 싸워서 화가 나기도 하고, 상처를 주고 싶어서 심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내들의 마음 바닥에는 기본으로 깔려있는 생각입니다. 철의 여인 힐러리, 엘리바베스 여왕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내들은 남편과 많은 것을 같이 하고 싶어하고,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고,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주말이면 놀러 가고 싶고 같이 영화보고 싶고, 저녁에 같이 맥주한잔 하고 싶고 회사생활에 대해 듣고 싶고……..그런 관계를 만들지 못해 속상하다는 글 많이 올라오지요.
결혼해서, 남편만 보면 웃음이 나오고 그 사람이 허물처럼 벗어놓고 나간 잠옷도 귀엽고, 목소리만 들어도 떨리고....안보면 보고싶고, 같이 밥먹고 있으면 세상이 다 내것같고.......... 이렇게 말한 친구들 많았습니다. 살면서 누가 타인을 그렇게도 순수하게,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좋아할 수 있을까요. 타인에게 저렇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것은 태어나서 부모 외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어쩌면 생에 마지막 상대일지도 모릅니다.. 저런 상대를 만난 사람은 세상에서 정말 복받은 사람들인거지요. 남자와 여자 사이는 참으로 신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라는,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시작해서 경제를 섞고 미래를 대비하며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가족'을 만듭니다. 그리고 사랑하고 신뢰하지요. 그 순결한 사랑과 신뢰가 남은 인생동안 닥쳐오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사건, 사고를 같이 이겨나가게 해주는 재산이 됩니다. 몇십년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배우자를 뒷바라지 하는 사람, 중증 장애인이 된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참으로 많습니다. 제 친구는 아버지가 간경화로 초등학교때 쓰러지셔서 대학졸업할때쯤 돌아가셨습니다. 제 친구 어머니 그 세월동안 직장 다니면서 남편 병간호했지요. 부모 말고 누가 나를 그렇게 돌봐줄 수가 있겠습니까. 부부란 정말 대단한 관계이지요. 남자들은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적에도 제가 아는 여자들은 그렇더라는 얘기입니다. 여기 게시판을 봐도 그런 사람 많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다고 말해도 무방하리라고 봅니다.
지금부터 조금 쌩뚱맞은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1950년 6월 25일부터 3년동안 내전이 있었다. 단 한줄이지요. 이 단 한줄의 문장에 대한민국의 몇 세대, 인구 4500만 이상의 삶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고,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로 수없이 많은 스파이를 파견했고, 집권자들은 이 전쟁의 상처를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하기위한 온갖 비열한 방법을 사용했고, 또 통했고, 지금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지요. 단 한줄의 문장이 함축하고 있는 이야기는 도서관 건물 한채를 가득채울만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자가 성폭행을 당했다. 단 한줄의 문장입니다. 이 단 한줄의 무미건조한 문장 속에 한 사람의 길고 긴 고통스럽게 진진한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다는 것……당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냥 간단한 실례를 하나 들기로 하지요. 성폭행에 관해서는 친구의 이야기를 예로 들 수가 없네요. 본인은 쓰라고 하지만, 그냥 제가 쓸 수가 없군요. 그냥 모르는 남의 이야기, 누군가가 글로 쓴 이야기를 하나 예로 들기로 하겠습니다. 인턴으로 근무하던 의사가 쓴 글이었습니다. 정말 아깝도록 예쁜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하고 염산인지 뭐 그런 약품을 마셔서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식도, 위를 비롯한 모든 소화기, 호흡기 장기가 녹아버려서 수십번에 걸친 수술을 받게 됩니다. 온몸에 호스를 끼우고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고, 잠깐의 회복기간을 거쳐 다시 수술을 받고.........자잘한 수술은 빼고, 대 수술만 대 여섯차례에 걸쳐서 받았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오랫동안 병원에 있었고, 모든 수술이 다 끝나서 현대의학이 해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끝낸 후에도 평생동안 호스를 꽂고 음식을 주입하며 살아야할 만큼 심각한 손상이었답니다. 입원할 때 소녀였던 아이가 퇴원할때는 처녀가 되어있을만큼 긴 세월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그 여학생은, 단 한번도 고통스러운 표정, 아프다는 의사표시를 한적이 없었고, 슬프다, 기쁘다, 화난다는 감정표현은 고사하고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더랍니다. 귀에는 늘 이어폰을 꽂고 의사가 말을 걸었을 때 정말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듯한 공허한 눈동자로,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신을 차단한 모습이었다고 썼더군요. 성폭행을 당한다는 것........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성폭행을 한 가해자는 단지 성관계, 아니, 사정을 한번 한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 행위가 저질러 놓은 일은 이루말할 수 없이 처참한 일입니다. 한사람의 영혼을 철저히 망가뜨려버리는 일이지요. 당한 사람의 남은 평생을 지옥에 쳐박는 일입니다. 성폭행은 그 영혼을 살해하는 일입니다. 어찌보면 살인보다 더 무서운 범죄지요.
성폭행을 당한 사람은 절대로 예전의 자신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정신, 영혼 그 모든 것이 이제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봄이 오면 세상의 모든 이파리가 꽃보다도 아름답게 반짝이고 햇빛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어린시절 엄마품에 꼭 안겨 있는 것같은 아늑함을 느끼고, 가을 하늘의 깊고 푸른 하늘에 깜짝 놀라 불현듯 사춘기가 찾아오고, 비만 와도 눈물이 주루룩, 낙엽만 굴러가도 그 뒤뚱거리는 모습에 웃게되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숨이 나오는, 아..........인생은 정말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운거야, 살아있는건 정말 위대한 거구나.......라는 그런 생각따위는 이제 절대로 못하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내 팽개쳐지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영혼은 깊은 곳으로부터 갈기갈기 찢겨서 다시는 회복될 수 없게 되어버린거지요. 염산을 마시고 몸의 모든 소화기가 다 녹아서 그 모든 수술을 다 받으면서도 고통스럽다는 표현도 안할만큼, 그렇게 지독하도록 영혼에 상처를 받습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록 성폭행을 당한 고통을 잊지 못해서 몇십년이 지났지만 나중에라도 찾아가서 칼로 찌르고 보복을 해줘야할만큼, 내면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한 사람을 저렇게까지 철처하게 근본으로부터 파괴해버리는 성폭행. 당한 사람들은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낫다고 말합니다. 차라리 살인이 낫다고 생각할만큼 지독한 짓입니다. 남자들은 이런 일을 알까요? 이 글을 읽는 남자들은 성폭행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본인이 이런 성폭행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그렇게 비열하고 비겁하고 쓰레기같은 인간이 된다고 생각을 하면 기분이 나쁘겠지요? 남자가 얼마나 변변찮으면 여자를 성폭행할까요. 세상에 어쩌면 그런 짓을 다 할까요.
여자들도, 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성폭행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건……….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때, 여자들이 느끼는 심정과 상처를 설명할 적당한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역시 단 한줄의 문장입니다. 주변에 널려있는 이야기지요. 가까운 사람에게서 보지 못해도 여기 남편방 게시판 한페이지를 그 이야기 없이 무사히 넘어가지 못할만큼 흔한 이야기입니다. 이 한줄의 문장속에 한 여자의, 그리고 그 아이들의, 그 가족의 앞으로의 긴 인생이 들어있습니다. 남자들은 자신이 바람을 피우면, 그래서 아내가 알게 되었을 때, 아내가 어떤 느낌을 받는지 잘 모르실겁니다. 역지사지 해보려고 해도 잘 감이 안오지요.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사람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역지사지해도 그 느낌을 온전히 느껴볼 수 없지요. 그 심정을 아는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본인이 바람을 피웠을때 자신의 아내가 어떤 고통을 받는지 아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제가 글 재주가 없어서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때, 여자들은 저기 위에 말씀드린 성폭행당한 여학생과 같은 정도의 고통과 상처를 받습니다. 3년이 지난 후에도 자다가 일어나서 울게 되는 일입니다. 인생의 행복했던 봄날은 영원히 가버린거지요. 이제 다시는 인생에서 행복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살면서 잘못한 거 하나도 없고, 그냥 남편을 사랑하고 믿고 그저 의지하고 살았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지옥에 빠져버린 일이지요.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결혼하면서 여자들이 남편에게 갖는 무한한 신뢰와 그 사랑...... 그게 치명적인 독약이 되는 거지요. 믿는 만큼 상처가 더 큰 법이니까요.
본인들은 잠깐, 호기심으로, 그냥 재미로, 휩쓸리는 감정으로, 남들도 다 하니까. 혹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서...........정말 성폭행범이 강제로 성관계, 사정한번 하는 만큼의 재미로 하는 일들이 아내의 영혼에는 절대로 회복될 수 없는 엄청난 상처로 남습니다.
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3년 정도 지나고 나니까, 모르는 사람을 봐도 남편이 바람을 피운 여자를 알아볼 수 있을거 같다구요. 이젠 인생에 맺힌거 없이 해맑게 웃는건 불가능해집니다. 아무리 즐거워서 웃어도 눈끝은 서늘하지요. 살면서 아무리 행복하고 벅찬 일이 있어도 가슴 한켠은 늘 뭔가가 묵직합니다.
남자가 바람피웠을때, 그 아내들이 어떤 상처를 받는지..... 여자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서 말할 필요가 없었고, 남자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알고싶어하지 않아서 알 기회가 없었지요.. 남자가 바람을 피워도 여자들은 잘 참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자들이 처음에는 길길이 날뛰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없었던 일처럼 굴지요. 여자들도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한없이 길길이 뛰면 남자가 또 바람나서 나가면 어쩔까......라는 불안감이 깔려있습니다. 비극적인 일이지요. 피해자가 가해자의 기분을 생각해서 자신의 피해를 없었던 일로 축소한다. 세상에 어느 범죄에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같이 살아야할 사람이니까, 아이들을 키우며 이 가정을 지키고 같이 살아야하니까, 그러는겁니다. 제가 여자들을 정말 좋아하고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정말 너무나 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지요. 세상을 제대로 맞서서 이겨나가야한다고, 한걸음이라도 전진하고 조금씩 강해져야한다고 늘 글을 쓰지만, 여자들때문에 세상이 그래도 조금은 행복하고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제 친구이야기를 하나 하지요. 제 친구는 남편 정말 사랑합니다. 뜨겁게 사랑해서 죽고 못살아서 결혼한게 아닌데도 살수록 더욱더 좋아진답니다. 음....... 여기는 미성년자 없을거라고 보고, 결혼한 유부남들을 위한 글이니, 약간 야해져도 괜찮겠지요?^^:; 제 친구는 남편과 잠자리할때 남편의 모든 곳에 다 뽀뽀하고 싶을지경이랍니다. 심지어 발가락에도.... 남편이 더러우니까 하지마라고 말려서 못해서 한이랍니다. 남편을 생각나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남편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한번 웃고 시작합니다. 이 친구를 만나면 그 행복에 전염되어서 덩달아 행복하기도 하고 한편 짜증도 납니다. 사람이 좀 남의 흉도 좀 보고 그래야하는거 아닙니까? 남편흉도 보고 애들 흉도 보고 그래야 인간관계가 화기애애해지는거지요.^^(더러운 인간성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가 않는군요^^) 인간관계의 진정한 결속은 남의 흉을 봤을때이다......라고 생각하는 저같은 속물적 인간성의 소유자로서는 참 별로인 애입니다.^^;;
이 친구랑 같이 만나는 다른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한술 더 뜹니다. 남편에게 집안일 몇가지를 시켰는데.......그중에 하나가 잠자고 난 이불을 개는 거였습니다. 그 남편이 이불 개기 싫어서 끝까지 개기고 있다가 출근 시간에 임박해서, 꼬치껍질처럼 동그랗게 동굴을 만들어놓고 도망갔습니다. 그 친구 이불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었답니다. 어쩌면 이불도 저렇게 귀엽게 만들어놓느냐고......... 진짜 헐~입니다. 어째서 너는 흉볼 것처럼 시작해서 사람 기대하게 해놓고 입만 열면 칭찬이냐고........ 아무리 구박해도 소용없지요. 그 친구는 남편을 정말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정말 정말 결혼 잘했다고 생각하고 그 남편의 존재만으로 너무 행복합니다.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입만 열면 남편에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본인만 재밌는 ㅜ.ㅜ)가 쏟아져나옵니다. 잠자리도 물론 좋습니다. 꽤 보수적인 친구인데 남편과 섹스하는건 부끄럽지 않고 둘이서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본다고 하더군요. 아…..정말 미칩니다. 제가 아무리 그렇게 야동스러운 이야기는 하지말라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이 친구……남편이 부하 여직원과 바람을 피웠고 6개월만에 들켰습니다. 그리고 6개월을 지지고 볶다가 정리했습니다. 3년 전의 일이지요. 제 친구......사람이 변했습니다. 이젠 옛날처럼 웃지 않습니다. 아무리 웃긴 얘기를 해줘도 왼쪽 입꼬리만 그냥 일그러뜨립니다. 눈은 늘 슬퍼보이지요. 이젠 그 친구를 만나면 서늘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통도, 화도, 괴로움의 경지도 다 지나버려서, 이젠 어떤 일도 그 친구를 놀라게 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남편은 제 친구가 이런 상태인줄 모르고 있습니다. 아내가 다 용서하고 잊었다고 생각하지요. 벌써 3년도 더 지난 이야기니까요. 제 친구, 아무리 용서하고 마음을 다스려도 안된다고 하는군요. 남편이 바람피웠던 그 6개월에 대한 상상, 정리하는 과정의 6개월동안의 고통……. 평생동안 절대로 잊을 수도 없고, 잊혀지않을 상처로 남았습니다. 심리적인 문제는 몸으로 나타나더군요. 그 친구는 지금도 남편 사랑하지만 불감증에 섹스통이 심해서 병원에 다닙니다. 남편 몰래 러브젤 따위를 쓸 수도 없고 본인도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어서 그냥 견딥니다. 잠자리할때마다 그곳이 쓸려서 너무 고통스러워합니다. 이젠 남편하고 섹스하는게 공포입니다. 그저 고통뿐이지요. 그러면서도 남편이 자기와의 섹스가 재미없어서 또 바람피울까봐 괴로워합니다. 병원에서는 신경성이라고 하는데, 그 신경성이라는 병이 사실은 원인도 모르고 결국은 안고쳐진다는 것과 같은 얘기더군요.
아직도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 행복한 친구, 이렇게 마음이 스산해져버린 친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만나면 이젠 예전처럼 깔깔 웃고 떠들지 않습니다. 그냥 서로 가만히 있지요. 서로에게 맛있는걸 해주려고 애쓰고, 좋은 걸 구경시켜주려고 고심합니다. 만나도 침묵하며 가만히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성폭행을 당한것만큼의 상처를 주는 남편의 바람......... 여자들이 참으면, 자신을 잘 다스리면 없어질까요? 종교를 갖고 심리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까요? 남편이 상대 여자를 정리하고 돌아오면 본인은 할바를 다 한걸까요?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 일은 없었던 것처럼 다 끝나는 걸까요? 그 화와 억울함, 상처, 고통스러운 감정,배신감, 자신에 대한 비하....그 모든 것은 세월이 지나면 다 무뎌지고 없어질까요?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