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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테러’ 20대女 수술후…
게시물ID : humorbest_248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락
추천 : 117
조회수 : 6778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10/09 14:56:1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10/09 14:37:56
너무 울어서 눈물도 말라 버린 걸까. 황산(黃酸)에 타버린 검붉은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본 박모 씨(27·여)는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병원에서 말없이 허공만 바라봤다. 황산에 녹아 형체가 거의 사라진 오른쪽 귓바퀴를 거울에 비추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다른 여성들은 좀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다지만, 박 씨는 생존을 위해 피부이식 수술을 다섯 차례나 받았다. 오른쪽 뺨과 가슴 등 상체에는 누더기 헝겊 조각을 기운 듯 커다란 봉합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평범한 여성 직장인이었던 박 씨가 황산테러를 당한 것은 6월 8일 아침. 출근을 하려고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집을 나선 박 씨는 괴한 2명이 뿌린 황산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얼굴과 가슴, 팔 등 전신의 2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밀린 임금과 투자금 등 4000만 원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냈는데, 전 직장 사장이 직원들을 시켜 보복테러를 가한 것이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박 씨의 외모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사건 직후에는 흉하게 변해버린 외모에 절망해 “죽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박 씨에게는 죽는 고민도 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 압박이 밀려왔다. 보증금 2000만 원짜리 13평 다가구 전셋집에서 노부모와 오빠 등 네 식구가 함께 빠듯하게 살아온 박 씨에게 지금까지 청구된 병원비는 4100만 원에 이른다. 범죄피해자를 돕는 민간단체인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와 자선단체가 지원한 2700만 원이 그나마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박 씨는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지 알 수 없다. 상처가 아문다고 해도 자외선을 직접 쬘 수 없는 화상환자의 특성 때문에 평생 정상적인 외출도 어렵다. 재취업은 물론 결혼도 기약하기 어려울 만큼 박 씨의 삶은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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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범죄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범죄피해자들은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물론 가장(家長)이 피해를 본 경우에는 경제적 궁핍 때문에 이중삼중의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2007년 2104건에서 2008년 2655건으로 26% 급증했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도 2006년 51만7904건, 2007년 54만3534건, 2008년 54만5067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끔찍한 범죄피해를 보는 국민도 늘고 있다는 얘기다.

2006년 6월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술집에서 폭행을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친 이모 씨(50)는 전신이 마비된 상태로 4년째 입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어 식물인간 상태다. 사건 당시 넉넉하진 않았지만 감자탕 집을 운영하며 대학 1학년이던 아들과 단란하게 살던 이 씨는 범죄 피해로 한순간에 삶이 파괴됐다. 이 씨의 누나는 지금까지 나온 병원비 4억 원을 대느라 부산에 있는 집을 처분했다. 법무부가 장해구조금으로 600만 원을,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700만 원가량을 전달했지만 이 씨의 치료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머니와 함께 경기 용인시의 한 모자보호시설에서 살았던 한모 양(19) 남매는 8월 어머니가 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나 졸지에 고아가 됐다. 남매는 현재 거주기간이 끝나 모자보호시설을 떠나야 하지만 친척들도 사정이 어려워 살 곳이 없는 막막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한 양에 대한 지원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범죄피해자센터 관계자는 “추석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인지 상담전화 때 한 양이 계속 울기만 해 같이 울면서 위로했다”고 전했다. 한 양은 현재 미성년자라는 이유 등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격이 되지 않아 긴급생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년 등록금도 없어서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대학을 계속 다니기도 어렵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김모 씨(33·여)는 2007년 9월 남편이 ‘퍽치기’를 당해 세상을 떠난 뒤 힘겨운 가장의 삶을 이어 가고 있다. 화장품 외판원 일을 하지만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생계가 버겁다. 김 씨는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낸 뒤 큰 충격으로 몸을 추스르기가 어려웠지만 검찰 등에서 도움을 줘 용기를 얻고 있다”며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비가 더 많이 들어갈 텐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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