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출항 전 한국해운조합에 제출했던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가 사고 후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구호는 외면하고 탈출했던 선원들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작업복을 갈아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2일 "세월호가 출항 직전 해운조합에 제출했던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사고 후 누군가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출항 전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화물적재 상태와 구명설비 등이 모두 양호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사고 후 보고서는 수정됐다. 당초 '하나도 없다'던 컨테이너는 150개가 실린 것으로 고쳐졌다. 150대를 실었다던 자동차는 두 줄을 긋고 그 위에 180대라고 썼다. 474명이었던 탑승객도 476명으로 수정됐다. 합수부는 세월호 침몰 후 언론보도 등을 보고 책임문제를 의식해 누군가가 보고서에 손을 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부 관계자는 "박모 항해사가 안전점검 보고서는 모두 '양호'로 기록해 해운조합에 제출하면 된다고 배웠다고 진술했다"면서 "보고서를 받은 해운조합이 보고서 내용이 맞는지 점검하러 나온 적은 한번도 없다는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모여서 탈출을 준비했던 선원 여러 명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옷을 갈아입은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오전 9시10분쯤 모인 이들은 9시39분쯤 해경 경비정에 구조되기까지 30분 정도를 기다리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박모 기관장은 작업복 상의를 벗고 구명조끼를 입었다. 조기장 전모씨도 작업복을 벗고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면바지로 갈아입었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1명도 점퍼를 챙겨 입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부 관계자는 "선원들이 옷을 갈아입은 이유에 대해 답변을 못하고 있다"면서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선원 신분을 감추기 위해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태연히 옷까지 갈아입고 탈출을 준비했던 선원들은 "경황이 없어 승객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세월호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증축된 사실도 확인됐다. 세월호 설계도면에는 4층 선미 중앙 객실에 4개의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실제 출입문은 8개다. 선미 좌우측 객실 2개도 설계도면에는 각각 2개의 출입문이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 4개씩 문이 있었다.
세월호 구조가 설계도와 일부 다르다는 것도 확인돼 증축을 승인한 한국선급이 부실하게 점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구조가 변경된 시점은 증축 후 한국선급의 심사를 통과한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청해진해운 물류담당 남모씨(56)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