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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 사이의 꿈
게시물ID : readers_24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3
조회수 : 58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4/21 23: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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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잠꼬대하더라? 사막 가게 돈 달라며, 뭔 개소린가 했어"

한 살에 몇 번씩 잠결에도 그리워한 나의 꿈,

훌훌 털지 못한 동심은 몽환의 숲에서 박힌 가시가 돼

흡사 엑스칼리버처럼 "반 진실, 반 허무"로 존재했다.


물질적 증거는 사진 속 사막뿐.

한 때 어린왕자에 푹 빠져, 기막힌 풍경을 인터넷에서 찾고
신경 써 출력해 간직하고 있던 거다.
나만 아는 의미부여를 함으로 상의 좌측 주머니, 심장이 뛰는 곳에 뒀다.

종종 낙타만 점 하나로 찍힌 그곳에 누군가 또 있을까 생각해, 별이 된 생텍쥐페리 씨?


자, 매우 진지하니, 웃음 참길 바랍니다.

아이템을 준비했는데, 바로

제가 어린왕자 코스프레하는 건 어떱니까?

아마도 세계 최초의 방향으로.

(비웃지 말라고...)


흰 블라우스 위에 노란색 모직의 19세기 코트를 걸치고

실크햇 대신 우아한 스카프로 중성미를 더해.

바지는 여우와 뱀자리가 금빛 자수로 놓인 나팔이 좋겠어,

편의상 시들지 않는 플라스틱 장미와 바오밥, 작은 화산도 챙기고

종이양이 든 상자를 품에 안겨 틈틈이 어루만질 거야.

집 근처 대학로에 상패제작 경력 30년 김모씨, 아니

이 준 대사임명장 표창을 똑딱이 클립식으로 패용하고

장미를 위해 돔 모양으로 지은 거처 안에서

별 하나를 셀 때마다 호롱을 껐다 켰다 해야지,

오래돼서 읽을 순 없지만 운치 있는 지도를 펴

모서리를 깃털 팬과 나침으로 고정한 후

술 대신 허영심에 취해, 지리를 읽는 척 제스쳐도 연기하고

썩 흡족한 연기였다면, 손뼉 쳐요, 여러분.

가공의 관객한테 존경을 바라, 근데

그 부분은 괜시레 창피해서 말이지, 더 큰 허영심에 취해.


지리학자랑, 경력 30년 장사꾼이랑, 왕이랑,

허영심 많은 남자랑, 창피함에 취한 자랑,

가로등을 켜는 지기랑, 별을 세는 사람이랑, 양이 든 상자랑,

여우랑, 뱀이랑, 바오밥이랑, 장미랑, 장미를 위한 돔이랑, 작은 화산이랑,

여정을 함께 한 철도까지, 모방할 수 있는 건 거의 누릴 때쯤


정기 순회 돌던 구조 비행기나

길게 늘어진 카라반, 지프를 탄 관광객한테 모습이 포착돼

"어린왕자 실존하다" 같은 헤드라인으로 WWW에 실리겠고

그리고 자취를 감추는 거야,

밤의 습도에 작동되도록

빛이 터지는 폭약을 남긴 채

어둠의 통로든 마다치 않고 여러가지 루트를 써

취재를 피해 일상으로 회귀하는 거지.


코끼리 삼킨 보아는 없다 쳐, 그게 현실이니깐, 하지만

실행에 옮기면 삶은 어떤 에너지로 차오를까, 항상 기대해.

손찌검당하고 직장도 때려쳐야 할 텐데, 비자도 갱신하고 그리고

사막에서 생존하는 건 치밀한 계획과 비용이 따를 테니

적금도 깨고 최소한 반년 넘게 백수로 지내면서 구상해야지.

조난으로 죽을 수도 있어, 새로운 환경에선 질병에도 취약할 거고

그런데 me친놈이라 혀를 차도, 지금도 그리운 걸 어떡해.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고

나는 멍하니 서 있고

비친 모습은 생기롭지 않아.

좋은 건 흘러가고 나쁜 것만 걸러져

모진 돌처럼 사악함이 박힌 내 맘이 보여

신경질적으로 자초한 노동만이

인생에서 큰 차지를 지녀

그래도 잃지 않은 것은 실존하는 어린왕자였어

나는 아직 다 살지 않았어, 언젠가 이 글대로 될 수도.

(아 쫌, 비웃지 말라고...)
출처 저랑 철없고 어이없는 꿈 말하기 배틀 하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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