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느끼는 부분이에요.
엄마의 마음 준비 보다 더 빠른속도로 자라고 있다는것을요.
26개월 아이에요. 말도 놀랄 정도로 표현 잘하고, 엄빠행동 다따라하고
인지능력,신체능력도 무럭무럭 자라고있어 정말 깜짝깜짝 놀라요.
2주정도 껌딱지가 되었다가 2주정도 세상 이뻤다가 또 껌딱지였다가..
그래서 요즘은 걍 육아는 휴재접근기는 있어도 탈재접근기는 없다 생각하며
애가 왜이러지? 이런생각도 안하기로 했어요.
아 재접근기 끝났나? 하다가도 방심하는 순간 터지다보니까요 ㅋㅋㅋ
요 2주정도는 껌딱지 시기였어요.
이 껌딱지 시기가 지나면 아이는 또 계단 올라가듯 훌쩍 무언가가 성장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으로는 또 얼마나 자라려고 그러나~ 하고 있었지만....
징징거림과 한시라도 제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것, 제가 하는 모든걸 다 하려고 하는 행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치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사랑을 쏟아주려해도 할일이 너무 많은걸요.
하다못해 쌀씼고 밥솥작동 시키려는 그짬도 안주니까.. 짜증도 내고 아이를 떼어내려고도 했어요.
새벽에도 자주깨고요. 아기 재운 뒤 침대에서 안방바닥 까지,
그리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이뤄지는 2단계 탈출시도도 요 이주내내 한번만에 성공한적이 없었어요.
남편은 저리가래요. 아빠 저리가!! 아빠 싫어!!!! 엄마 엄마!!!!!!!!!!!!!1
이시기엔 온니 엄마에요 ㅠㅠㅠ
그러다가 오늘밤이 왔어요.
재우는데 평소와 같이 아이가 혼자 중얼중얼 하더라고요.
내용들은 대부분 몇주 이내에 있었던 일들중 인상에 깊었거나,
오늘 있었던 일중 기억에 남는 일을 혼자 복기하며 중얼중얼 하는거에요.
마치 말로 일기쓰는 느낌으로요.
1인 2역, 3역도 목소리 톤까지 바꿔가며 잘합니다..
전 자는척 하기때문에 대부분 대꾸를 안해요.
그런데 오늘 그 내용이 제 마음을 쿵 하고 울리더라고요.
혼자 한말을 그대로 적어볼게요.
엄마~ 포도 먹고 싶어요.
(큰소리로)ㅇㅇ아!!!!(아이이름) 이따 먹자!!! 안돼!! 안돼!! 없어!!
복숭아 없어!! 포도 없어!! 사과 없어!! 딸기 없어!!
아빠 껄루 먹을래요~
(큰소리로) 아빠꺼는 안돼!! 매워~
엄마 껄로 먹을래요~
엄마 매워~ 아빠 매워~ 못먹어! 엄마 매워 못먹어!!!!
아빠 뻥튀기 매워!! 엄마 복숭아 매워!!
하더라고요.
사놨던 복숭아 다먹고,
무슨과일 또 먹고싶냐니 포도 먹고싶대서 오늘 아침에 주문한 포도 받았었어요.
밥먹기전엔 과일, 과자 일체 안먹이다보니
아침부터 포도 노래부르는거 저랑 남편이 단호하게 안된다 말했어요.
점심때도, 저녁때도 밥 먹기전에 계속 포도포도 노래불러서 유독 안된다는말 오늘 많이했거든요.
또, 포도안된다고 하면 뜬금포로 오만 과일 이름 다불러요.
없는걸 없다하는데 아이는 달라고 떼쓰고 난리도 아니였어요.
그래서 포도를 안준거도 아니에요.
밥먹고 당연히 줬고 포도도 아닌 거봉을 혼자 한송이 다먹었어요.
귀하신 거봉님 몸값비싸서 저랑 남편은 안먹거든요.
오로지 아이만을 위해 산거고 아껴 먹이려해도 달라고 떼쓰다보니
아침 반송이, 점심 반송이 이렇게 한송이를 혼자 다드셨어요.
맵다고 한것도 매우니 어쩌겠어요. 당연히 못주죠.ㅜㅜ
근데 아이는 그게 정말 기억에 남았나봐요.
포도 맛있게 먹은게 기억에 남은게아니고
자신에게 안된다고만 하고 다 못먹게 하는게 기억에 남았나봐요.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혼자 중얼거리다가 물을 찾길래 물한잔 주고
아이에게 말했어요.
"ㅇㅇ이가 포도가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싶었는데
엄마아빠가 안된다고 해서 많이 속상했구나~
엄마랑 아빠도 ㅇㅇ이 잘먹는거 보면 너~~무 좋지.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을때가 우리 ㅇㅇ이 음식 잘먹는 모습이야.
그런데 우리 ㅇㅇ이는 다 큰듯 싶어도 아직 아기라서
과일도 많이 먹으면 배가 아야할수 있어.
엄마도 얼른 우리 ㅇㅇ이가 커서 엄마 아빠 먹는거 같이 먹고싶어.
그런데, 엄마랑 아빠가 먹는건 ㅇㅇ이 입엔 많이 맵고 짤수도 있어.
그런거 먹으면 우리 ㅇㅇ이가 몸이 아야할까봐 엄마는 너무 걱정돼.
ㅇㅇ이가 많이 속상했구나~ 그래도 엄마마음 좀 이해해줘
ㅇㅇ이 조금 더 크면 엄마랑 아빠랑 맛있는거 진짜 많이먹자~"
하고요.
솔직히 이렇게 긴문장 이해해줄거라 생각 안했어요.
그래도 몇몇 단어는 알겠지, 내마음 전달은 하고싶었어요.
그런데 평소라면 물 다마시고 물컵 내밀면서 다마셨어요~ 하는 아이가
제말 끝날때까지 다마신 물컵 꼬옥 쥐고 있더라고요.
제말 끝나고 나서 물컵을 내밀곤
갑자기 엉엉엉 울면서
"엄마 미안해요~" 하네요.
제가 당황해서 아무말을 안하는데 아이가
"엄마~ 잠이 안와요. 잠이 안와요~~" 하면서 엉엉엉
울더니 "죄송해요" 하네요.
제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어요.
아이가 잠 안잘때나 아이가 중간중간 깰때
전 아이한테 싫거나 피곤한티를 안낸다 생각했거든요.
(잠은 같이자요)
근데 아이가 그걸 느끼고 있었나봐요.
잠이 안와서 미안하다니....
우는 아이 달래고 꼭 안아주고 잠든듯 하여 나오는데
아이가 제기척에 깨서는 눈을 살짝 뜨더라고요.
그러더니
"엄마 혼자잘수 있어요"
하고는 다시 잠들었어요.
제가 침대로 다시 올라가지도 않았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안방에서 한번만에 탈출(?)했어요.
아이가 갑자기 울음 터트린것도
제가 자기 마음 알아줬다고 생각해서 운거였을까.
내말을 다 이해한건가?
내가 그렇게 아이가 자다 깨면 싫은티를 냈나
(근데 사실 아기 재우는 그시간이 하루중 제일 스트레스 받던 시간이긴 했어요 ㅠㅠ)
아이는 엄마가 자기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는게 미안했던거구나.
엄마 아빠 밥 매운거여도, 먹어보고 싶다하면 경험삼아 손톱만큼은 떼어줘야겠다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이제 26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왜 갑자기 의젓해진 기분이 드는건지...
물론 그래도 아직 아기니까 내일이면 또 비슷한 일상이 시작되겠지요.
그래도 아기는 제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족한 엄마에 비해서
아이는 너무 잘 자라주고 있는것 같아
괜히 미안하고 울컥하고 고맙운 밤이네요.